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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나칸, 인니 속 중국 향기

신진세 | 2011-02-25




인도네시아의 건축 양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워낙 큰 나라인 까닭에 인도네시아의 건축 양식을 어떻게 정의 해야 할까도 힘들지만, 그나마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자바 양식의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있는 처마는 우리의 그것과 다른 듯 비슷하여 더 특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면서 만날 수 있는 양식 가운데 가장 특이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양식은 페라나칸(Peranakan) 양식의 건축물이다.


 


, 사진 | 신진세 해외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페라나칸 양식은 건축 양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에 동남아시아에 이민을 와서 동남아시아하면서 나타난 모든 형태의 중국 양식을 말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지역에 따라서 바바뇨냐(Baba Nyonya) 문화라고도 하는데 중국인들이 현지인들과 결혼을 하면서 19~20세기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기에 서로 안 어울릴법한 문화가 묘하게 공존하는 특징이 있고 건축물뿐만 아니라, 페라나칸 음식, 의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20세기 초반에 주로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페라나칸 문화는 서구의 양식을 받아 들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페라나칸은 식민 모국이었던 네덜란드 양식을 받아들이고, 싱가포르 페라나칸은 영국의 그것을 받아들이는 식이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페라나칸 양식 중에서도 가장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건축물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서북쪽에 위치한 수마트라 제1의 도시 메단에는 Tjong A Fie Mansion이라는 페라나칸 양식의 집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1900년 대 초에 메단의 시장으로 임명되었던 성공한 화교 비즈니스맨인 Tjong A Fie의 집으로 아직까지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인도네시아 메단 거리의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중국풍의 대문. 사자상이 놓여있는 대문은 너무나도 중국적이지만, 대문을 넘어서자 보이는 본 Mansion 2층 창문들은 네덜란드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는 하나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에 바깥으로 나오게끔 되어 있고, 따라서 많은 방들이 창을 통해 햇볕을 받을 수 있게 끔 구성되어 있고 모든 창문들은 동일한 느낌의 유러피안 양식으로 여닫을 수 있다.





마치 방금 까지도 식사를 한 듯, 잘 차려져 있는 식탁은 이 집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러피언 식탁, 더위를 식히기 위해 높이 지은 천장, 중국식 가구는 각 나라의 요소를 일부러 배치했다기 보다는 오랜 세월을 거쳐 서로의 문화가 한 곳에 베어 들었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전해 준다.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자 하는 개인적인 공간, 침실에서도 작은 유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집 한 켠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조상의 위패나, 마치 황비홍이 무술을 연습할 것만 같은 작은 뜰은 이곳이 중국 한복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사교댄스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형 홀을 비롯하여, 바깥이 보이는 발코니, 멋들어진 외다리 거울, 높은 천장에서 내려온 샹들리에들은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집이 워낙 크기도 했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양식들은 한집이 아니라 2~3집을 한꺼번에 돌아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오게 되었을 때, 주로 달콤한 맛이 특징인 페라나칸 음식과 페라나칸 양식의 건축물을 찾아본다면 동남아시아를 한층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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