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장점 중 하나는 계절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맨하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아직도 뉴욕을 알려면 한참 멀었구나’라고 항상 느낀다. 그 뉴욕에서도 가장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장소를 세 곳이나 가로지르는 거대한 공중 정원이 있다. The Meatpacking District에서 시작되어 West Chelsea 그리고 Hell’s Kitchen/Clinton 을 가로질러 30가까지 이어지는 High Line에 대해 소개하겠다.

글, 사진│ 전소현 뉴욕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하이라인의 역사는 1930년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다양한 디자이너 의류 매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가 가득한 가장 예술적인 지역 중 한 곳이지만 처음 하이라인이 지어질 당시 Meatpacking District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수 백 개의 도축장과 고기 가공 공장이 가득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1800년 중반부터 1900년대 초까지 맨하탄의 서쪽지역을 차지한 거대한 산업 지역이었다. 도축장과 가공 공장을 잇는 고기나 가공식품을 가득 채운 화물열차가 지상위로 빈번하게 다니기 시작하면서, 각종 안전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그 지역은 Death Avenue라고 까지 불렸다. 한때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West side cowboy라고 불리는 사람이 말을 타고 기차 첫 칸에 서서 빨간 깃발을 흔들어야 했을 정도로 잦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자, 뉴욕시와 뉴욕 철도 협회는 ‘West Side Improvement Project’를 실행하기로 협의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상과 같은 높이의 화물 철도를 제거하고, 지상 위의(즉, 공중의) 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프로젝트에 오늘날 2 billion(한화 20억)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의 돈이 들었다.

1934년, 하이라인이 공중에 떠있는 화물열차로써 운행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우유, 고기 등 날것 또는 가공된 음식들이 지상의 교통에 구애받지 않고 오갈 수 있게 되었고, 안전 사고의 위험도 줄어 들었다. 하지만 미국 내 주와 주 사이의 거래가 많아지고 뉴욕시 내에서의 철도를 통한 교역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자, 1960년 대부분의 하이라인의 철도가 폐쇄되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남아있던 하이라인의 철로에 대한 해체 요구가 시작 되었다.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하이라인 아래에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던 많은 재력가들에 의해 야기되었다. 하지만 사회 운동가이며 당시 하이라인이 있던 첼시지역의 거주자인 Peter Obletz가 하이라인 해체를 반대하며 다른 목적으로 재건축 할 것을 건의한다.

1999년, Peter Obletz와 뜻을 같이하는 ‘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가 결성되었고, 이 단체는 하이라인을 보존하고 재건축하여 대중에게 오픈 스페이스로 재사용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는 하이라인을 재사용하는 것이 전통을 보존하고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하이라인을 해체하고 그곳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하이라인을 재사용 하기 위해 세금을 조금 더 부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후 본격적인 뉴욕시의 지지를 얻어 하이라인 주변의 많은 지역이 기부되었고 2003년 비로소 하이라인은 거대한 인공공원으로 재 디자인 되기 시작하였다. 하이라인의 디자인을 결정하고 디자인팀을 선별하기 위해 뉴욕시는 각종 공모전을 개최하였는데 2003년 1월, Designing the High Line이라는 이름의 대대적인 국제 공모전을 개최되었다. 이 공모전의 주제는 하이라인의 재사용에 관한 것이었으며 참가자들은 현실적이기보다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도록 요구 받았다. 36개의 나라로부터 720개의 팀이 지원했고 150개의 최종 선별작들은 맨하탄 Grand central 역에서 2003년 7월에 전시되었다.

2004년 Friends of the High Line과 뉴욕시는 하이라인을 디자인할 디자인팀을 선별하기 위해 또 한번의 공모전을 개최한다. 최종 우승작을 결정하기까지 총 6개월의 긴 시간이 걸렸으며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된 팀은 우리나라에서도 동대문 프로젝트의 총괄자로 유명한 Zaha Hadid 팀을 포함한 총 4팀이었다. 최종 우승팀으로는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와 architects Diller Scofidio + Renfro이 선정되어 이 팀의 주도아래 하이라인의 재건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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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이 시작되는 Gansevoort street부터 20가까지는 2009년에 완공되었으며, 20가부터 30가까지의 Section2는 2011년 6월에 마침내 대중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Section2가 공개된다면 하이라인은 현재 넓이의 두 배가 되는 거대한 공중 인공공원이 될 것이다.

현재 하이라인은 학생들에게 자연과 생태계 체험학습 장소를 제공하고, 미국 산업 역사를 가르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뉴욕시민들에게는 도심 속의 거대한 공원으로서 자리잡았으며, 또한 복합 예술 공간으로 그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신진 작가들이 하이라인에 의해 영감을 받은 여러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각종 공연을 개최하여 하이라인이 하나의 커다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하이라인이 처음 시작하는 Gansevoort Street and Washington Street에는 휘트니 뮤지엄이 2012년 완공될 계획이라 디자인을 비롯한 복합 문화 중심지가 될 것이라 더욱 더 각광받고 있다.

Friends of the High Liner과 뉴욕시는 단지 눈앞의 이익을 위해 하이라인을 해체한 것이 아니라, 예전 산업 철도 모습 그대로 보존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재개발함으로써 생태계를 보호하고 역사를 보존하며 예술적으로도 훌륭한 하나의 랜드마크를 일궈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