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정 | 2011-08-11
장조와 단조의 음악을 들을 때 우리의 감정이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슬퍼진다. 물론 감정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감정조절을 이용한 음악공식이 존재하는 것일까? 휘파람을 불고 춤을 추고 손가락을 튕기고 발을 까닥까닥하게 만드는 음악의 파워.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에 소개할 전시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겠다.
글, 사진 | 한윤정 LA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상호작용적인 비트, 소리, 리듬 속에 음악과 과학이 결합되었을 때 그 현상을 본 전시는 ‘바이오리듬(BIORHYTHM)’이라 부른다. 다양한 과학적 기술과 방법을 통해 음악적 감성과 직관적 신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미디어 아트 작업들을 통해 음악과 신체의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즐겨보도록 하자.
‘바이오리듬’ 전은 세계 과학 페스티벌에서 주최하고 사이언스 갤러리 듀블린(Science Gallery Dublin)에서 후원하는 전시다. 전시는 뉴욕 첼시 21가에 위치해있는 아이빔(Eyebeam) 미디어 아트 어소시에이션의 메인 갤러리에서 열렸다. 아이빔은 뉴욕 첼시에 위치해있는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그리고 다양한 예술실험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매년 전세계의 창조적인 작업을 지향하는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초청/선발하여 Fellowship, residency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워크샵과 전시를 주최하며 뉴욕의 중심에서 미디어 아트의 진보적인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겠다.
1. 소닉 베드(Sonic Bed) by Kaffe Matthews
소닉 베드(Sonic Bed)는 관람자가 침대에 누워서 즐기는 사운드 설치 작품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디지털 뮤직 부문 Distinction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은 말 그대로 침대 형태이며, 안쪽 면을 따라서 12개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12개 채널 사운드 시스템이 매트리스 아래 숨겨져 있으며 관람자가 누웠을 때 신체 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 작품은 소리를 단지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느끼는’ 것에 집중한다. 누운 상태에서 말 그대로 온 몸으로 소리가 움직이고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이 침대에 누웠을 때 들리는 소리는 마치 깊은 물 속에서 무언가가 진동하면서 내는 낮고 웅장한 소리였고, 그 소리들이 내 몸을 중심으로 감싸고 돌아다니며 부유하였다. 마치 이 침대에서 잠들면 소리로 꽉 차 있는 풀탱크에 부유하며 헤엄치는 듯한 몽환적인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소닉 베드(Sonic Bed) by Kaffe Matthews
2. 체인 오브 이모션(Chains of Emotion) by Javier Jaimovich, Sonic Arts Research Centre Queens University, Belfast [UK]
전시장을 처음 들어섰을 때 천장에서부터 연결되어 있는 쇠사슬 줄이 몇 개 있었는데, 처음에 그것이 작품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그 줄을 잡아당기는 아이들에 의해 (역시 아이들이 훨씬 호기심도 많고 직관적인 행동을 한다) 소리가 변화하는 것을 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쇠사슬 줄을 잡아서 신체와 연결하여 전기가 통하는 것을 통해 음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인체는 하나의 작품 매개체로서 사용이 되고 어떤 쇠사슬 줄을 잡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
체인 오브 이모션(Chains of Emotion) by Javier Jaimovich, Sonic Arts Research Centre Queens University, Belfast [UK]
3. 옵토호니카 캡슐(Optofonica Capsule) by Maurizio Martinucci (aka TeZ)
거대한 검은 구 속에 몸을 넣으면 몰입적인 오디오비쥬얼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키 높이를 맞추고 구 안에 자신을 맡기면 자신의 몸을 통해 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 진동하는 낮은 음과 울림이 전해지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TeZ의 작품이다.
4. 리액터블(Reactable) by Reactable Systems (Netherlands)
몇 년 전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오픈소스로 많은 개발자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오디오 비쥬얼 인터페이스이다. 특별한 형태의 마크가 각 오브젝트의 바닥면에 부착되어 있어 카메라와 프로젝터로 그 마크를 인식하여 사운드와 비쥬얼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기능의 오브젝트들이 있어 DJing이나 음악 퍼포먼스를 하기 알맞다. 영국의 실험적인 여가수 뷔욕(bjork)도 콘서트에서 리액터블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리액터블은 스페인의 University of Pompeu Fabra의 뮤직 테크놀로지 그룹에 의해 개발되었다.
리액터블(Reactable) by Reactable Systems (Netherlands)
5. 하트 ‘앤’ 비트(Heart ‘N’ Beat) by Yoshi Akai (Japan)
‘펑크 사이언스’가 일본의 혁신과 만났다. 이 악기에서는 당신의 심장박동소리를 음악의 한 샘플로 사용할 수 있다. 신체를 전자 회로의 한 부품으로서 사용하여, 심장 뛰는 소리를 극대화하였고 그 위에 사운드 샘플을 넣어 혼합적인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작품은 세가지 버전으로 구분된다. (손가락의 맥박, 레고의 조합, 그리고 메트로카드)
하트 ‘앤’ 비트(Heart ‘N’ Beat) by Yoshi Akai (Japan)
6. 인스트루멘(InstruMen) by Chaja Hertog in collaboration with Nir Nadler [Netherlands]
인스트루멘은 세 가지 종류의 인간악기의 형태로 창조된 악기이자 퍼포먼스 영상 작품이다. 세 개의 영상에는 각각 다른 형태의 인체와 악기의 결합체가 나오고 조금은 소름 끼치는 연주가 지속된다. 인체를 조금씩 움직임으로서 창조되는 사운드는 일반 악기로는 연주할 수 없는 기이한 것이다.
7. 히어, 히어(Hear, Hear) by Papermen [Ireland/UK]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동하여 만든 작품으로 소리가 어떻게 귀에서부터 뇌까지 전달이 되는지의 프로세스를 간단한 인터렉션을 통해서 보여준다. 센서와 전자부품은 커다란 귀에 부착되어 있는 스피커의 진동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어 반응을 보인다.
사이언스 갤러리에서 후원하는 탓에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 특징인 전시였다. 소리와 인체의 결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여느 미디어 아트 전시장보다 작품의 반응 속도가 빠르고 작동되는 방식이 간단하여 관람자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였다. 아쉽지만 이 전시는 저번 주에 마감되어 더 이상 관람하기는 힘들다. 대신 각 작품의 유튜브 영상을 대신으로 이번 전시의 테마인 ‘바이오리듬’을 충분히 느끼고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