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나 | 2011-08-17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할 때, 그 지역의 특징이 녹아있는 장소를 방문한다. 새로운 문화와 장소의 탐색, 그에 따른 호기심의 충족과 삶에 있어서 재충전의 기회는 여행이 주는 ‘종합선물세트’가 아닐까 한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한 번쯤은 꼭 들르는, Must see! 장소임엔 틀림없다. 역사적인 스토리가 담긴 유물에서부터, 현재의 트렌드을 엿볼 수 있는 전시까지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장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글, 사진│주하나 뉴욕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뉴욕에서는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위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뮤지엄 및 미술관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게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입장료 외). 본 기사에서는 NYC Museum Programs과 기업, 기관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다뤄보기로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의 사회구성원을 위한 프로그램
지난 기사에서는 공공장소의 현대미술전시에 NYC 기업들의 후원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번엔 또 다른 뉴욕의 예술공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둘러본다. 단순히 그림을 보고 즐기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품고 있는 미술관의 시도, MET(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애칭)에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모두를- 위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린이, 청소년, 가족 및 선생님들을 위한 교육, 포럼, 콘서트, 그리고 미술체험활동까지 서른여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엔 치매를 가진 노인 분들, 듣기와 말하기가 어려운 아이들 외에도 시각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Access Program), 만지고 듣는 미술관으로서 함께하고 있다.
어드미션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단체입장 장소로 가야 한다. Carson Family Hall의 미팅룸에는 동 시간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과 가족들로 붐빈다. 무료 교육 프로그램은 따로 어드미션을 받을 필요 없이 정해진 장소에서 교육자를 만나,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우리나라 나이로4세-8세)을 위한 프로그램에 동행해 본다.
Start with Art커리큘럼
마치 숲을 거닐듯, 조각상 사이로 산책하며 둘러보는 미술관은 꼬마들에게는 거대한 공간이 아닐는지. 도대체, 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술관에 대해, 혹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쫓아가 본다. 선생님과 가족들은 정해진 루트를 따라서 오늘의 그림을 찾아간다. 가족들은 주변 그림들을 둘러보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 길을 잃을까봐 얼른 일행들을 찾아간다.
자, 오늘의 명화 앞에 도착하였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오늘의 명화, 고야의 ‘마누엘 오소리오’에 담긴 이야기와 선생님이 들고 온 책 한 권이 뚝딱 읽힌다. 이 그림의 주인공 아이의 인생과 동물들의 상징적 표현이 주된 이야깃거리이다. 아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는 인생이야기가 상징적으로 동물의 얼굴표정을 통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번엔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이다. 같이 이야기 했던 것들 중에 마음껏 골라 그리면 된다. 사람들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슥삭 슥삭_ 다 그린 친구들은 가족들에게 이야기 해 보고, 선생님과 다같이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토론(?)을 하고, 이 광경을 지켜본 부모님들이 흐뭇해 한다.
뉴욕의 문화예술교육 위한 노력
그림은 누가 보는 것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각 장애우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청각과 촉각이 어우러진 공감각적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마련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문화와 예술을 교육하고자 함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에 또 하나의 경험으로 전달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위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외에 장애우를 위한Access Program은 뉴욕에 자리한 공식적인 기업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진행되고 있다. 뉴욕시의 현대미술관인 MOMA가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퀸즈 미술관의 Art Access Program은 자폐아동(ASD)과 그 가족들을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으로, 지역 도서관과 연계되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지역의 모두에게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기 위한 노력은 비단 민간의 차원이 아닌, 기업과 뉴욕시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이 놀이터가 되고, 이런 프로그램를 통해 가족과 미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이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부러워지는 건 필자뿐만이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