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흰│브리즈번 | 2012-09-25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파란 피부를 가진 나비 족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자연을 섬기고 노래하는 어보리진(Aborigine)들이 있다. 수백 가지의 언어와 관습, 그리고 규율이 하나로 어우러진 5만여 년의 시간을 보듬은 그들은 예술을 통해 '꿈의 시대'로 함께 가자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조상의 영혼과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꿈의 시대로 함께 가보자.
글, 사진│김한흰 브리즈번 통신원((1white707@gmail.com)
오늘의 주인공인 호주 원주민 어보리진(Aborigine)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제목이자 포스터에서도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중심’은 호주의 울룰루(Uluru)이다. 죽음을 앞둔 한 소녀의 동경의 장소였던 울룰루는 붉은 사막 아웃백(outback)의 중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이다. 이 아름다운 원시성을 지닌 곳이 어보리진들의 삶의 터전이며 성지이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이곳에서 어보리진들은 아픈 과거를 가슴에 묻고 있다. 북동부 아프리카인들의 직계후손인 그들의 어두운 피부색과 아름다운 원시성은 백인들에게 미개인으로 취급되면서 많은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투쟁하면서 수백 가지의 언어와 관습들이 어우러진 5만여 년의 시간을 보듬은 전설이 되었다.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것은 바로 그들의 사상을 지탱해 주었던 그림과 조각들이었다. 최근 5년 동안 그들의 문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회가 브리즈번 현대 미술관에서 오는 10월 21일까지 열린다.
5만여 년을 보듬는다는 그들의 예술이라기에 흙냄새 그리고 서툴지만 정감 가는 그림과 조각품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나 전시실에는 흰 벽과 대조되는 화려한 색채와 간결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그들의 작품들은 다른 곳에 전시된 현대미술 작품들과 맥락을 함께 하였다.
처음으로 우리를 맞이한 건 우리의 가장 친근한 반려 동물인 개였다. 어보리진들에게도 개들은 영원한 그들의 친구이다. 어보리진들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개들이 많이 서식해왔고, 자신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을 배고픈 개들과 나누어 왔던 풍습 때문인지 그들에게 개들은 특별한 예술 소재였다. 나무로 조각된 다양한 표정을 가진 개들의 모습은 끈끈한 그들 사이의 우정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조각품들은 원시 부족의 의례행사에 사용하던 용품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연한 것들이었다.
원시 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불을 지피는 용도로 사용된 불 지피게(Firestick)들은 현세대의 원주민 예술가들에 의해서 영적인 인물 치까 부나(Chikka-Bunnah)로 형상화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불 지피게들은 원시 부족의 후손들에 의해 진흙, 구아바 나무 그리고 끈들이 현대적 감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조상들과의 소통의례에 쓰이는 용품(Morning star poles)들은 새들의 깃털, 나무 그리고 천연 염료 들로 화려하게 치장되었다. 각각의 용품들은 다른 원주민 부족들에 의해 만들어 짐으로서 다양한 부족 문화를 보여주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보리진들은 점묘법을 주로 사용한다. 점묘화는 그들의 조상이 이 땅을 창조했으며 그들의 영혼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과 세계관을 뜻하는 '꿈의 시대'라는 개념을 포괄한다. 이 세계관은 수많은 어보리진 부족을 하나로 모으는 이념으로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의 예술 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해 가고 있다. 시대에 발맞추어 가면서도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는 항상 같다. 오늘도 밝은색의 점 하나 하나로 새겨진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우리의 가슴을 꾹꾹 눌러온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들 속에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꿈의 노래가 들려온다. 어보리진들은 힘든 역경과 고난에도 자연과 조상을 사랑하는 소박한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호주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내비쳤으며 그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고 보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