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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그의 영화를 만나다

박은선│LA | 2013-01-24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밤, 한 어린아이가 사람 키보다 높은 수풀로 만들어진 미로 속을 정신 없이 뛰며 도망가고 있다. 그리고 흉측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미친 듯이 그 뒤를 쫓아간다. 이 숨 막히는 추격전은 수십 년 전 상영되어 관객들의 뇌리에 충격을 남긴 영화 샤이닝 (The Shining)의 한 장면이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 영화의 감독이자 현대영화의 거장이라고도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의 특별전이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서 열리고 있다.

글,사진│박은선 LA 통신원(archsuki@yahoo.com)



1928년 뉴욕(New York)에서 태어나 1940년대에는 사진을 찍는 일을 하다가 영화계에 들어선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활동한 스탠리 큐브릭은 잭 니콜슨 주연의 샤이닝(the shining),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인류가 달에 착륙하기도 전에 만들어진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이외에도 롤리타 (Lolita),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등의 영화로 다양한 장르와 주제, 아이디어를 표현하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영화감독이다.


전시장은 그의 영화별로 섹션이 나누어져 영화 스크립트, 사진, 영화를 배경으로 한 미니어처 모델, 소품, 의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아이디어나 특수효과 과정들이 흥미롭게 배치되어 영화의 이해를 도왔다. 전시장 입구의 어두운 홀이나 작은 방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직접 상영되고 있어 다시 한번 그의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주었다.

그 중 구소련과의 가상 핵전쟁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r. Strangelove:1964년)의 섹션은 영화의 메인 무대였던 전쟁의 방(War room)의 미니어처 모델과 함께 프로덕션 디자이너(production desiger)였던 켄 아담(Ken Adam)의 스케치를 벽면 한가득 전시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스탠리 큐브릭을 영화계에 한 획을 긋는 감독으로 만든 영화는 바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일 것이다. 우리에겐 이미 과학의 발달로 인해 알게 된 우주의 모습들이 낯선 광경들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 1년 전에 만들어져 우주나 달에 대한 표현들이 모두 그의 과학적 상상력만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영화의 섹션에는 실제 영화에서 사용된 미래형 디자인의 의자라든가 우주복, 유인원의 코스튬 등이 진열되어 많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었다.



특히 SF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연 영화답게 우주의 모습을 표현한 특수효과의 과정들이 컨셉 스케치나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이 효과를 위해 무려 100여 명의 스텝들이 함께 205개의 특수효과 영상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때 처음 도입한 front-projection과 slit-can camera 기법이 사용된 영상으로, 1969년 아카데미 특수효과 상을 받기도 했다.  



스탠리 큐브릭의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커스 감독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A.I. (artificial intelligence)는 스탠리 큐브릭이 죽기 전에 구상했던 영화이며, 본인이 만든 수많은 스토리보드와 스케치를 스필버그에게 전해 주어 영화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에서 또 다른 이슈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주제였다. 중년 남자가 어린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며 파멸해가는 내용을 그린 롤리타(Lolita)라든가 한 비행청소년의 불안정하고 파괴된 삶을 클래식 음악과 접목시켜 표현한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는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롤리타 전시실에는 어린 소녀의 모습인 롤리타의 스틸 사진이라던가 그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된 신문기사들 그리고 시계태엽 오렌지 전시실에는 주인공의 의상과 함께 성을 표현하는 과감한 마네킹들이 전시되어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은 공포영화의 장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앞서 언급한 거대한 미로 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보여주는 영화 샤이닝(the shining)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그 탄탄한 스토리 아래 배우 잭 니콜슨의 뛰어난 연기를 기본으로 급격한 추격 장면에는 스무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스태디캠(steadicam) 기법이 사용되어 관객들에게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한 충격을 더했다. 



영화는 컨셉, 스토리, 의상, 무대, 음악, 배우, 영상 등의 요소들을 감독이란 지휘자가 조합해 내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스탠리 큐브릭이 하나 하나의 영화에 쏟은 디테일한 노력과 철저한 준비를 보여주는 모든 자료 100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를 통하여 그의 영화들 하나하나가 성공적으로 조합되고 완성된 하나의 예술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의미로 스탠리 큐브릭의 전시회는 한 천재 영화감독의 40여 년 간의 영화 세계를 보여주는 거대한 종합 포트폴리오였다.    

LACMA: http://www.lacma.org/art/exhibition/stanley-ku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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