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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세상의 모든 프린트를 위하여

유수민│뉴욕 | 2013-03-13



길을 걷다 보면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프린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문, 책, 잡지, 스티커, 전단, 엽서, 포스터, 기타 등등. 심지어 지금 입고 있는 프린트 티셔츠까지 생각하면 프린트의 경계가 무한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프린트’라고 하면 출판 물, 즉 책이나 포스터 등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폰트와 황금비율에 맞춰 한치의 흩뜨림조차 용납될 것 같지 않은, ‘갑갑한 느낌의 인쇄물이 곧 프린트’라는 고정관념과 두려움 때문에 프린트 디자인과 멀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깐깐하지 못한 성격의 나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프린트의 세계. 하지만 내가 느낀 그것은 프린트 분야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프린트 작업물들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갤러리에 다녀왔다.

글, 사진│유수민 뉴욕 통신원(smyoo1017@gmail.com)



International Print Center New York(이하 IPCNY)은 갤러리들이 밀집한 첼시에 있으며, 주로 예술 관련 프린트물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비영리단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인터네셔널 프린트 센터’인 만큼 입구에서부터 세계 여러 곳에서 수집되어 다양하게 전시된 프린트 작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3월 9일까지 ‘뉴 프린트 2013(New Prints 2013/Winter)’이라는 주제로 3,000여 점의 응모 작품 중 엄선된 6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매해 IPCNY는 지난 1년 안에 작업한 작품들을 모집하여 심사위원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44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에칭, 석판화, 일러스트레이션, 책과 입체작품 등 각각의 결과물은 다양하지만 프린트 과정을 거친 작품들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린트라는 큰 타이틀 아래 묘사, 초현실, 정치, 상상, 추상 등 소주제들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멕시코, 영국, 스페인 등 전 세계에서 모집된 작품들인 만큼 독창적이고 생기발랄한 프린트메이킹의 기운이 보는 이로 하여금 프린트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일과를 마무리하는 듯한 일상적인 모습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부터 기하학적인 패턴의 프린트를 만날 수 있었다. 실크 스크린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찍어낼 수 있으니까 프린트물이라 할 수 있지만, 한 점의 작품으로 분류될 일러스트도 프린트로 불린다는 것을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프린트, 아트 디자인의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러스트 작품이 많았던 이번 전시는 작지만 정교한 디테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겨울 고양이가 털실을 감고 노는듯한 천진난만한 느낌의 작품과 어린 시절 추억의 종이학을 이용한 작품, 그 외에도 기발한 구성과 형태의 작품들은 전시를 보는 내내 흥미를 유발했다. 하나, 하나 다른 특성을 가진 작품처럼 느껴졌지만, 프린트작품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한자리에 모인 글로벌한 60여 점의 작품들을 보면서 무궁무진한 프린트의 세계와 그 매력을 다시금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New Prints 2013/Winter’ 전은 6월부터 8월까지 아트 리그 휴스턴(Art League Houston)으로 이전해 또 전시될 예정이며, IPCNY의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곳에서도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IPCNY 갤러리 다른 한쪽에서는 팝업북 전시가 한창이었다. ‘Pop-Up! The Magical World of Movable Books’ 전시는 말 그대로 마법같이 펼쳐진 팝업 북들이 작은 공간에 진열되어 있었다. 보스턴에서 20세기 동안 많은 흥미로운 작품들을 수집했던 버나드 샤피로(Bernard S. Shapiro)의 컬렉션 중 IPCNY는 작품성 있는 팝업 북만을 엄선하여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다. 팝업 북은 주로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이 주 고객인 만큼, 교훈적이며 색상이 화려하고 창의적으로 계획되어 어른의 시각으로도 충분히 기발함과 동심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었다. 만인이 사랑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아기자기한 구성과 색상이 매력적이었고, 서커스, 카레이싱, 이솝우화, 공룡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알찬 전시였다.


IPCNY갤러리가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가치를 알아보고 발굴해 내는 그들의 노력과 안목이 대단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들을 해나가는 작가들의 뚝심과 자칫하다간 그대로 묻힐법한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어서 이렇게 세상에 내어 놓아 알리는 IPCNY같은 갤러리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소망해 본다.

IPCNY 갤러리:  http://www.ipcn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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