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토르소’

종이와 관련된 산업이 오랜 기간 발달된 ‘페이퍼 천국’ 일본에서, 석고보다 견고하고 인테리어 용으로 손색없는 토르소가 있다. 이른바 종이 토르소는 손으로 직접제작 가능해 잔재미는 물론이고, 튼튼하기도 해 매력적인 종이제품으로 꼽힌다.

글, 사진 ㅣ Jun(de_sugnq@naver.com) 도쿄 통신원

흔히 ‘토르소(Torso)’ 라고 하면 석고로 만든 하얀 몸의 형태의 단단한 물체를 떠올리게 된다.
의상실 등에서 옷을 걸쳐둔 몸통이 있는 옷걸이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대체로 성인 한명이 겨우 들 수 있는 무게로 제작이 된다.
이유는 중심을 잡고 스스로 지탱이 가능해야 하며,
견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디자인실에 출입하게 되었을 무렵 다양한 토르소를 가장 많이 보고 선택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종류가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재질과 톤 지지대역할을 하는 봉으로 된 일명 다리라고 칭하는 부분의 재질과 무게, 두께, 형상 등에 따른 분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종이로 된 패키지 관련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바로 종이로 만든 토르소였다. 종이로 됐지만,
여자의 곡선도 충분히 잘 표현되어 있고, 튼튼해서 왠만한 겨울 코트를 걸쳐 놓아도 끄떡없어 보였다. 그 외에도 각종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가능한 모델들이 있었다. 이는 참으로 일본다운 발상이기도 하다.

하얀 종이를 반으로 접어 만든 삼각형 띠를 두른 망령이나, 종이 기모노를 띄워놓은 개울가라든지, 일본문화에서 종이는 ‘형상’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심지어 닥종이 재질로 된 인형을 전시하는 히나 마츠리와 같은 전통도 존재하며,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시치고상(7, 세, 5세, 3세를 축하하는 어린이를 위한 기도)에 등장하는 치토세아메(홍백사탕)에도 치요가미(千代紙)라는 종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이로 형태를 만드는 것을 어릴 적 자주했던 종이접기 놀이와 연결해서 떠올려보면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발상은 종이를 접어 비행기를 날리던 어릴적의 향수와 유사한 위치에 있다. 종이 토르소는 단지 종이비행기를 3D로 구현해 낸 셈이다.

종이 토르소의 특징은 견고함을 간직한 채 비주얼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섬세한 곡선 표현과 동시에 특유의 견고함이 있다. 재질은 골판지(Corrugated cardboard) 재질로 되어있다. 골판지는 가벼우면서도, 종이 층 사이의 공간에서 오히려 충격을 완화시켜주기때문에 일상생황에서도 물건을 포장하거나, 보관을 하기 위한 용도의 상자에 흔히 쓰인다. 이러한 골판지 재질을 활용한 토르소는 그 견고함에 골격의 특징을 그대로 이용한 심미적 효과도 드러낸다.

또한 종이 토르소는 만드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층과 층 사이 겹겹의 골격 속에 투과되는 빛이나, 복잡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릴 적 만들던 플라스틱 장난감 모델처럼 순서대로 맞는 조각을 떼어내서 끼워 맞추면 금세 완성된다. 종이이기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한 걱정도 접어둘 수 있다. 종이 토르소 형태는 각종 동물, 캐릭터, 물건 등 원하는 대부분의 형상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무겁거나, 깨지기 쉬운 물건을 선물로 보낼 때 특이 유용하다. 가령, 와인을 한 병 선물 하고자 했을 때, 와인케이스도 상품에 따라서는 견고하지만 무게가 심상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 받는 입장이나 보내는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이 되는 부분 중 하나다. 종이 토르소를 이용하면 유니크함과 견고함으로, 보내는 이는 물론이고 받는 이에게 또 다른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도저히 이 펭귄을 재활용 수거함에 버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더라도, 행여 버려야 할 상황이더라도 종이이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다. 몇 조각 떼내어 신문지나 잡지 등과 함께 분리수거를 하면 끝이다.

참고링크 ㅣ http://www.d-tors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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