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de_sugnq@naver.com) 도쿄 통신원 | 2015-02-12
일본 동경의 동경정원미술관이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개관했다. 리뉴얼 작업에만 장장 3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보강에 집중하는 리뉴얼이 아닌 복원에 의미를 둔 리뉴얼 작업이었다. 이는 1933년 건설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음은 물론이고 내부의 인테리어도 당시의 디자인 트렌드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글, 사진 ㅣ Jun(de_sugnq@naver.com) 도쿄 통신원
동경정원미술관의 원래 이름은, 아사카노미야(朝香宮)전이라 불리는 궁전이었다.궁전의 용도를 변경해 미술관으로서 개관을 한 것은 1983년의 일이었다. 당시 궁전이 가진 화려함이나 건축적인 면에서 보이는 시대적 잔상은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이를 보존하고 남기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음을 얘기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앤티크한 창문이 인상적인 대식당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남쪽 정원 풍경이 그림인듯 담은 액자와 같이 존재한다. 걸터앉을 수 있을 정도의 창은 개방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는 본래 손님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였다.
조개껍질로 디자인된 인상적인 출입문은 마치 건물 주변을 둘러싼 창 밖 정원의 모습을 그려놓은 듯 보인다. 이는 레옹 브랑쇼의 작품으로 본래 레옹이 제작한 벽면 재질은 콘크리트였으며, 프랑스에서 제작해서 가져왔으나, 당시에는 도착 직후 금이 가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했다. 현존하는 벽면은 그 후에 금이 간 작품을 일본에서 본을 떠 석판으로 다시 제작하여 은회색 도색을 한 모습이다.
남쪽 정원앞에 자리하고 있는 대합실은 아마도 이번 리뉴얼의 핵심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다. 대식당과 쌍을 이루는 이 대합실은 기하학적으로 디자인된 꽃이 주요 모티브 역할을 한다. 벽면의 나무보드에 새겨진 벽화는 앙리 라방의 작품이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르네 라리크(René Lalique)의 작품으로 이 미술관의 상징적인 마스코트. 이를 통해 우리는 서양미술사에 해박학 지식이 있지 않아도 쉽게 이 미술관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건축 당시의 모습을 리뉴얼에서 복원했다면, 건축물이 세워진 시대상이나, 흐름들은 어떤 것이 주류였는지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1933년이면 한창 아르데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유행하던 시절 이었다. 이는 192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박람회가 시발점 역할을 했다. 당시 (현)동경정원미술관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아르데코 건축을 선보인 작품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디자인 스텝 및 주요 건축스텝은 모두 아르데코 본토 프랑스인으로 구성되었다. 그저 흉내를 내는 식의 아르데코가 아닌, 진짜 명작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프랑스의 공예가 르네 라리크의 작품인 현관의 문은 아사카노미야궁전을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날개를 편 여성 부조가 새겨져 눌러서 제작하는 카타오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한 장의 통유리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작기법의 특수성으로 이 문이 라리크의 작품 중에서도 높은 평가와 희소성을 인정받는 이유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는 온통 따뜻한 색감의 월우드로 만들어진 공간과 마주할 수 있다. 아르데코의 성향을 띄고 있음에도 장식을 최소하한 디자인이다. 사용된 소재나 분위기로 보아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땐 영락없는 일본식 아르데코로도 느껴진다. 실제 디자이너인 앙리 라방이 이를 염두해두고 만든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전체적 분위기에서 일본의 건축양식을 참고하고 만든 느낌이 든다. 이는 북쪽을 향하면 향할 수록 짙어진다.
중앙의 커다란 창이 특징적인 이 곳은 안주인이 머물던 공간으로,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준다. 단아하고 절제된 마담의 취향을 감안한 커튼 장식과 그에 꼭 맞는 하단 수납공간은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것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동그란 조명이 아닌가 싶다. 당시 아사카노미야 부부의 취향이 엿보이는 방 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북의 간은 가장 북향에 있는 공간이다. 정면현관에서부터 남향의 프랑스를 돌아 북상하여 일본으로 귀항한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북향의 특징을 이용한 다소 묵직한 디자인이다. 아르데코라 보기보다는 프랑스인이 만든 일본건축물의 느낌이 물씬 난다. 어딘가 모르게 눈에 익숙한 풍경 이기도 하다. 가슴 한켠이 아리기도 하고, 쌉쌀한 느낌이랄까.
일본의 많은 건축물들의 특징이 그것인데, 시대적인 잔상을 많이 남겨두려고 하고 또 이를 현대에도 이어가려고 한다. 가까운 과거의 에도 시대나, 헤이안 시대의 생활가옥, 거리, 상점 등은 지금도 많이 보존되어있고 관광지로 활용되는 예도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리뉴얼에는 본관에 이은 신관도 공개됐다. 물론 궁전을 다 돌아보기에도 하루가 빠듯한 규모지만, 미술관이니 만큼 전시회도 둘러보길 추천한다. 1월 17일 부터 4월 5일까지는 아르데코와 고전주의전이 전시된다.
더 상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어플을 사용하여 관람 및 해설을 이용할 수 있다.
http://www.teien-art-museum.ne.jp/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