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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떠오르는 가구 디자이너를 만나다

2013-04-19


금호미술관이 떠오르는 가구 디자이너들을 조명한다. 오는 5월 3일부터 열리는 ‘NEW WAVE: FURNITURE AND THE EMERGING DESIGNERS’展으로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디자이너 6팀이 자신들의 고민과 작업들을 이 자리에서 선보인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게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지금 세상은 사실상 고뇌의 연속이다. 시대는 계속해서 디자인에 무언의 요구를 던져주고 있고, 그것에 대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의 몫은 으레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순응일 수도, 비판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우리가 젊은 디자이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가 묻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문제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 발견되는 ‘크리에이티브’ 한 가치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금호미술관이 준비한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려는 듯, 그저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의 작업 결과물 뿐만 아니라 작품에 영감을 준 레퍼런스와 작업 프로세스에 대한 다각도의 데이터들까지 시각적으로 제시된다는 것. 이를 통해 우리네 젊은 디자이너들이 가진 고민의 실체를 살펴보고, 현대 가구 디자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기대들을 채울 수 있을 지는 직접 경험하게 될 관람객들에게 그 평가를 맡기기로 하고, 여기서는 전시에 참여하는 6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간단하게 미리 소개하는 것으로 준비 운동을 하고자 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진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금호미술관(www.kumhomuseum.com)

Design Methods (김기현, 문석진, 이상필)

김기현, 문석진, 이상필. 세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 메서드(Design Methods)’는 산업적 기능성의 잠재력을 모색하는 소재와 형태를 탐구한다. 이들이 이끌어내는 기능성은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며, 이는 철저하게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먼저 그들의 대표작인 스쿨체어(School chair)와 스쿨테이블(School table)을 보자. 한 어학원 교실을 위한 책걸상으로 제작된 이 가구는 인체구조를 실측한 데이터가 디자인 바탕이 된다. 실측의 대상은 한국인의 일반적 체형을 가진 6명의 대표군으로, 이들의 자세를 직접 측정하여 얻어낸 데이터가 가구의 시트 깊이감이나 기울기, 외형 등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기현 디자이너의 작품인 ‘1.3 Chair’는 무게가 1.28kg에 불과한 초경량 목재의자다. 식탁 의자 용도로 사용되는 ‘1.3 Chair’는 소재에 주목할 만하다. 보통 모형 재료로 잘 알려져 있는 발사나무가 바로 그 소재다. 발사 나무는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다. 그래서 생산적인 재료이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무르다는 특징으로 견고함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기현 디자이너는 발사나무에 견목재 베니어를 감싸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소재의 탐색으로 시작된 새로운 초경량 의자의 탄생, ‘1.3 Chair’는 런던디자인뮤지엄이 주관하는 ‘2012 올해의 디자인' 가구 부문 대상 수상으로 가능성을 인정 받기도 했다.

Eine Kleine Furniture (이상록, 신하루)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쳐(Eine Kleine Furniture)’는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가구 공방이다. 이상록과 신하루, 두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이 곳은 현대 사회가 조장하는 소모적 소비 패턴에 반기를 든다. 이들에게 지속가능성은 가구가 사용자와 오랜 시간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의 삶을 반영하는 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들의 모토이기도 하다.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쳐의 가구는 심플한 형태로 공간에 ‘스며든다'는 개념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약간의 의외성으로 공간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책상 다리를 살짝 기울어지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드러날 듯, 말 듯한 공간적 긴장감은 단순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곁에 두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가구의 형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SWBK (이석우, 송봉규)

산업 디자인 컨설팅 오피스 SWBK를 운영하고 있는 두 디자이너 이석우, 송봉규는 자체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MATTER&MATTER)의 업사이클(Up-cycle) 가구 디자인을 선보인다. SWBK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 트럭, 선박 등을 해체하여 얻은 나무를 재활용하여 가구를 제작한다. 소재로 사용되는 이들 나무들은 오랜 시간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함께 숨 쉬던 것들로 그 자체에 역사와 시간을 머금고 있는 재료다. SWBK의 작업은 이처럼 오래된 나무들이 원래 지니고 있던 이야기에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꽃 피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미는 근본적 소재에서 발견된다.

이광호

금속공예를 전공한 이광호는 베를린 DMY 국제 디자인 페스티벌 심사위원 선정 ‘10명의 디자이너’,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미래의 디자이너’ 후보,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다. 그가 사용하는 소재는 스티로폼, PVC, 전선, 가죽 등이다. 모두 일상 주변에서 쉽게 발견 되는 것들로 이광호는 이들을 자유롭게 변형, 감각적인 가구 디자인으로 탈바꿈 시킨다. 집착(obsession) 시리즈에서도 보이듯 그의 디자인은 꼼꼼한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독창적인 장인 정신이 가구에 진하게 스며들어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이상혁

이상혁은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다. 그의 디자인은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2012년 쾰른 국제가구 박람회(imm cologne)에서 젊은 디자이너에게 주는 [D³] Contest 2위를 수상한 대표작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Listen to your hands)'는 한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을 어루만지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가구 디자인이다. 하나의 서랍을 밀면 다른 쪽 서랍이 밀려나오는 구조의 테이블로 가구를 대하는 사용자 태도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 부각된 작품이다. 또 다른 작업인 ‘유용한 실업자'는 현대인의 불안전한 삶과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립식인 이 가구는 잠시 쉬어가는 벤치가 되기도, 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책상이 되기도, 그리고 지식과 삶의 시간이 모여 있는 책장이 되기도 한다. 이때 황동으로 된 조인트를 돌리는 행위는 곧 안정과 편안함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 진다.

장민승

조소학과를 졸업한 장민승은 일찍이 록밴드 활동, 음악 코디네이터, 20여 편의 영화에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디자이너다. 그의 가구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태가 특징이다. 여기에 알루미늄과 나무, 레드와 블랙 등 이질적 소재와 색감의 조화가 더해져 미니멀 하면서도 유니크한 인상을 내뿜는다. 나사 하나에도 공을 들인 디테일이나 100%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 등. 장민승의 가구들은 디자인이라기 보다 공예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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