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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카툰작가들 웹으로 가다

2003-08-27

이에 따라 몇몇 콘텐츠의 성공에 힘입어 다수의 출판사들이 ‘웹 카툰’ 단행본 출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노우캣> 시리즈, <파페포포 메모리즈> , <포엠툰> , <마린블루스> 등을 비롯하여 <문스패밀리 moonsfamily> (김희문), <퍼굴이의 푸른공작소> (지종현), <쪼그만 얘기> (강성남) 등 인터넷에서 인기가 있다 싶은 만화들은 예외없이 출간 대열에 올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 전문 업체에서 ‘웹 카툰’을 프로퍼티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주)오로라크리에이션에서는 자사 캐릭터 ‘고무고무(www.gomugomu.com)’의 홈페이지 주요 콘텐츠로 카툰과 포토다이어리를 꾸준히 업데이트하여 팬들을 확보했다. 고무고무의 컨셉인 ‘순수’와 ‘사랑’이라는 주제가 따뜻하게 그려진 카툰과 포토다이어리는 곧 단행본 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 확산된 이 같은 추세는 <파페포포 메모리즈> 의 성공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0월에 출간한 심승현 작가의 <파페포포…> 는 지금까지 50만부 가량 팔렸으며, 교보문과와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국내 대형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1위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1만 부만 나가도 ‘대박’이라는 만화출판시장에서 ‘파페포포…’의 판매부수는 그야말로 충격이랄 수 있다. 활자보다는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 층의 기호에 어필하고 각박한 시대를 살면서 누구나 그리워하는 서정성을 건드린 점 등이 부연할 필요 없는 성공 비결. 또한 만화 부문이 아닌 비소설 에세이 부분에 내놓은 홍익출판사의 마케팅 전략 역시 한 몫 했다.

이처럼, 훌륭한 콘텐츠가 훌륭한 마케팅과 만나면 성공을 낳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그러나, ‘웹 카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가진 잠재력과 파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파페포포 메모리즈> 뿐만 아니라 최근 출판물로 나와 화제에 오르내리는 작품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 장르로서 ‘웹 카툰’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로라 측은 또, 새로운 캐릭터 ‘리틀부부(www.littlebubu.com)’ 역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공모한 2003년 캐릭터 연계 산업프로젝트지원사업에 선정, 지원을 받아 올 가을에 서점가에 내놓을 예정이다. 리틀부부의 카툰 에세이집은 아빠작가 배선영 MBC기자(‘너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저자)의 글과 자사의 아빠 디자인 김상편 팀장(리틀부부의 개발자)의 그림을 통해 가족애, 사랑, 일상생활을 ‘좌충우돌 열혈부자 성공기’라는 컨셉 안에서 풀어갈 예정이다.

캐릭터 전문 콘텐츠 사이트를 표방하는 ‘밀가루닷컴(www.milkaroo.com)’ 역시 웹 카툰을 통해 네티즌 인지도 확보에 나섰다. ‘카툰덮밥’이란 메뉴에 서비스되는 밀가루닷컴의 카툰에는 개구쟁이 고양이 ‘야로’, 즐거운 캐릭터 요리사 ‘마요’, 그리고 행복을 담는 ‘봉투’ 등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올해 5월 1일에 오픈한 이 사이트는 영진닷컴과 출판 계약을 맺어 곧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라이선싱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사이트로, 오픈한지 두 달만에 ‘다음’ 검색의 추천 사이트로 선정되고 iTV에도 소개됐다.

한편, (주)다다실업 캐릭터사업팀에서 피노디노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밴드독’ 역시 카툰 단행본 출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DVD프라임’을 통해 처음 선보인 밴드독은 4월 16일부터 자체 사이트를 개설하여 현재 1일 평균 5000명이 찾는 사이트로 성장시켰다. 또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독 웹 카툰은 ‘대현문화사’와 출간 계약을 맺어 11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뉴욕캐릭터쇼에서 성과를 거둔 에이전시 ㈜RCL과의 계약을 통해 상품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강주연 기자 tomato@east-media.com


기사제공:월간 <라이선스> 2003. 08

애니메이션의 용량을 줄여 등장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주요 마케팅 툴로서 자리잡은 것이 벌쩌 2∼3년 전이고 보면, 최근 웹 카툰의 각광은 애니메이션에 비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웹 상에서 서비스되는 만화들은 주로 기성만화가가 그린 수년 전 작품을 스캔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주류였다.
이유는, 만화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인쇄물’이라는 부동의 사실 때문이다.

페이지를 빨리 넘기고 싶어도 로딩 시간 때문에 어렵고, 한 눈에 컷과 컷을 옮겨다니며 그림을 감상하기에도 자꾸만 생기는 스크롤바 때문에 거추장스러웠다. 한 마디로, 인터넷 만화는 무협지나 명랑 만화 연재물을 읽기에는 불편하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에세이나 일기 형식의 카툰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에세이와 만화를 결합한 ‘에세이툰(essaytoon)’이라고 통칭되고 있는 이 장르는 웹 카툰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자신의 일기를 공개해 높은 반향을 가져왔던 에세이류 웹 카툰은 원조는 단연 ‘스노우 캣’이다. 4년 전 인터넷에 처음 등장하여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이 게으른 고양이는 ‘귀차니스트’라는 신조어를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까지 전파하면서 루저(looser) 정서의 대변인이 됐다.
시와 만화를 결합한 카툰 에세이집 ‘포엠툰’의 인기도 높다. 청하출판사에서 1월초에 발간한 이 책은 10만 판매고를 올리면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애틋한 사랑과 그로 인한 아픔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내용은 옆에 사람에게 얘기해주기도 뭐할 만큼 간단하다. 예컨대, 카툰에 등장하는 머리 위에 시커먼 먹구름이 얹은 페이테일이 비를 맞고 서있는 그림이 있고, “나에게만 비가 오는 날이 있다”라는 멘트가 달리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네티즌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제시하는 역할을 함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가 정헌재씨가 운영하는 뻔쩜넷(http://bbun.net)의 ‘포엠툰’ 게시판에 가면 비슷한 상황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의 답글들이 카툰 하나당 200개에서 300개 이상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카툰을 보는 데는 10초도 안 걸리는 반면 카툰에 달린 답글을 읽는 데만 10분 이상이 걸린다. 뻔쩜넷에 소위 ‘중독’된 테리페일의 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홈페이지에 들러 자신의 얘기를 전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최근에는 또 카툰과 시를 묶은 뻔쩜넷의 두 번째 단행본 ‘완두콩’(바다출판사)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작가 정헌재씨는 카툰에 등장하는 페리테일, 완두콩, 올리브고양이 뻔 등의 프로퍼티들을 장기적인 라이선싱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이 빠르게 번지고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에세이 형식의 웹 카툰 역시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루에 하나씩 늦어도 몇 일에 한번씩 새로운 내용이 올라와 그날 그날의 이슈를 반영하기 좋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중독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작가 주변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상적인 얘기을 일기 형식으로 그린 ‘마린 블루스’ 역시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과 관심거리를 반영하고 있다.
끊임없이 구애하여 사랑에 성공하지만 군대로 인한 이별을 겪는 주꾸미 커플의 얘기와 카드빚에 허덕이면서도 최신 핸드폰, 노트북을 보면 사고 싶어 못 견디는 성게군의 일기는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얻는다. 또, 가수 유승준 미국 시민권 취득 문제와 대구지하철참사 사건,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 시의성에 맞는 시사 이슈 역시 카툰의 소재로 등장시켜 어떤 시사 논평보다도 이해하기 쉽고 동조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출판물이나 영상물처럼 엄격한 검열이나 정형화된 검토를 거치지 않아 표현의 수위에 대한 제한이 없고 형식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아 작가가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해 ‘지치지 않을 물음표(여름솔)’이라는 단행본을 발행, 인터넷에서는 ‘강풀’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 강도영씨는 ‘똥’을 소재로 하는 만화를 처음 올려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물론 그가 엽기 소재 전문 만화가는 아니다. 화장실이나 토사물에 관련된 엽기 만화도 있지만, 어린 시절 즐겨보면 TV 외화 시리즈에 대한 추억부터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와 닿은 일상다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그리고 있다. 대학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했다는 이력에 맞게 정치적 관심사를 반영한 무겁고 시사적인 내용의 카툰도 간간히 그린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소재와 내용이 마냥 자유로운 그의 카툰이 출판물로 발행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지지를 얻는 길도 요원했을지도 모른다.

요컨데, 인터넷은 재능있는 신인 작가들이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통로로서 주류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출판사를 비롯한 만화산업 유관 업체들은 독자의 매서운 눈에 이미 검증된 괜찮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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