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15
책상 한 켠 ‘시네마 천국’으로 명명된 서랍에는 그 동안 극장에서 모았던 영화 팜플렛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 팜플렛에서 찾아낸 영화 제목의 타이포들.
영화의 내용을 담기 위해 발악하는 타이포에는 영화에 따라서 ‘달콤함’, ‘속도감’, ‘익살스러움’ 등 다양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이번에 주목 한 것은 ‘불안함’ ‘긴장감’.
스릴러 영화나 공포 영화에 어울릴 법한 이러한 감정은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한 느낌과 감정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눈에 익은 최근 영화보다는 시간이 흐른 영화들을 중심으로 모아봤다. 몇 년 전만해도 한국영화의 소재가 다양하지 못한 탓인지, 주로 모아진 것은 외국영화 팜플렛들이다.
그럼 영화 팜플렛의 타이포가 소개하는 ‘불안함’ ‘긴장감’으로 빠져보자.
취재 | 김유진 기자 (egkim@jungle.co.kr)
록키 호러 픽쳐쇼 (1975)
한글로 된 타이포 보다는 상단의 영어 타이포가 훨씬 인상적이다.
장난 같은 모양의 폰트에 피가 범벅되어 불안함을 유발하는 동시에 흥미를 자극하기도.
이레이저 헤드(1977)
록키 호러 픽쳐쇼와 함께 컬트영화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레이져 헤드>
다.
얇은 끌씨가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했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타이포. 보라색의 컬러도 불안한 느낌에 한 몫 한다.
이레이져>
12 몽키즈 (1995)
원제의 폰트를 그대로 차용한 숫자 12의 모양새가 불안감과 긴장감을 자극한다. 비스듬한 글자의 모양과 불규칙한 1과 2의 간격과 일정하지 않은 굵기 또한 그렇다.
타이포의 거친 매무새나 ‘몽키즈’에도 반영된 미세한 각도의 변형도 마찬가지다..
파고 (1996)
타자기 느낌이 나는 타이포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은 기대심리 같은 것을 부여한다. 이 글씨는 빨간색과 거친 레이아웃으로 역시 핏빛과 어울리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준다.
크래쉬 (1996)
크래쉬의 타이포가 부여하는 긴장감은 금속성의 느낌을 내는 입체적인 타이포 때문이다.
조명을 비춘 것 같이 연출한 배경 컬러는 빛과 관련하여 다양한 상상력을 부추긴다. 어두운 혹은 음지의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자동차 사고로 쾌감을 느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물론 더 충격적인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코요테 어글리 (2000)
코요테 어글리는 의외의 경우다. 가수가 되고 싶은 소녀가 한 바에 일하면서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포는 발랄한 느낌 보다는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특유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배합도 재미있다.
고 (2001)
‘GO’의 타이포에는 흔들림이 있다. 이는 속도감처럼 어떤 이동이나 발전 혹은 전진의 흔들림이 아니라 불안하게 떨리는 흔들림이다.
재일 한국인 고등학생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이 적절하게 반영된 느낌이다.
패닉 룸 (2002)
패닉룸의 긴장감은 색다르다. 폰트의 컬러가 붉은 색 이라는 점이 외에는 특별한 장치나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긴장감을 유발한다. 정확한 각도와 일정한 두께로 딱 떨어지는 타이포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재단된 듯한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 혹은 완벽하게 차단된 패닉룸에 대한 이미지 들을 자유롭게 던져 주고 있다.
피어닷컴 (2002)
너덜너덜한 글자가, 불안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포영화 타이포의 전형적인 효과로 보인다. 다만 중간에 사용된 ‘닷’의 폰트를 키워서 인터넷과 관련된 공포영화라는 내용을 타이포를 통해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