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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601비상 유나원

2011-05-12


서체의 선택과 사용은, 많은 조건과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매체, 내용, 사용자, 서체 패밀리의 범위, 제작비용 등 고려야 할 것들이 산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은 '도대체 무슨 서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거의 매번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이번 특집을 통해 지콜론이 바라는 것은 가독성과 스타일의 문제를 뛰어 넘어서 당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서체해 대한 이해다.

글 | 지콜론 이상현 기자, 이안나 기자

601비상 유나원


시각적인 화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트북에서도 서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작품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601비상의 아트북프로젝트는 개인의 작품집이 아니라, 수상작을 엮은 묶음집이다. 그래서 작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접근한 작품들도 더러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예상하는 것처럼, 목적에 맞춰 서체를 고르거나 자르고 섞은 게 아니다. 큰 울타리처럼 글자를 작품끼리 연결하는 데 썼다. 2006년에 펴낸 아트북은 출품작들을 모아서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타이포그래피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성격이 다른 작품들끼리 충돌을 빚는 걸 막고, 한 권의 책으로써 흐름이 만들어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365캘린더도 서체를 시각화한 작업이다. 마치 회화작업과 같을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서체를 다룬 방식이 궁금하다
2008 아트북 프로젝트의 수상작을 엮은 책에는 맨 앞뒤의 겉장에 알파벳 A와 B를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새겨 넣었다. A는 Art이고, 뒷면의 B는 Book을 의미해, 이 배치는 ‘아트북은 대화다’라는 공모전의 주제를 드러낸다. 첫 페이지부터 시작해 29개 수상작을 만날 수 있는 구성으로 사람의 생김새만큼 다른 작업들이지만, 타이포그래피를 접목시켜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아트와 북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자 했으며, 알파벳과 어울리는 비주얼에도 신경을 썼다. 얇은 종이에 인쇄되어 앞뒤 페이지에 비치는 나무들의 이미지는 바람과 함께 순환하고 호흡하는 숲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인터뷰 페이지는 타이포그래피와 작품사진이 적절하게 섞여, 독자는 이 둘 사이를 넘나들면서 책이라는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인 구조로 읽을 수 있다. 책등이 드러난 제본, 독특한 비주얼스토리텔링,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동심이 가득한 이현태의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모두 타이포그래피와 어울리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달력 작업에서 보여진 서체 역시 비주얼적인 요소로 사용되었나
타이포그래피 실험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겠다. 601부 한정본으로 제작된 달력의 이름은 ‘365&36.5 communications’ 캘린더이다. 열두 달을 표현한 각기 다른 표정과 ‘communication design’이라는 어구에서 뽑아낸 열두 가지 키워드를 발견해 나가도록 구성되었다. 이 문장은 디자인의 정체성을 묻고 감성을 찾기 위해 던진 메시지로 해석되길 바랬다. 안을 보면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있다. 이 흔적과 공존하려는 실험이었다. 이미지를 중첩시켜 5년 동안 쌓인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캘린더를 주고 받은 이들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달력을 통해 5년의 시간과 관계를 돌아보고 자신의 1년을 기록하는 소중한 기억의 도구가 된 것이다. 활자를 이미지로 만들 때, 중앙 정렬 또는 가장자리가 들쭉날쭉해지는 모든 정렬에서 깔끔하지 못한 흘림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달력은 다르다. 질감이 느껴지도록 글자를 마구 뒤섞었다.


읽힘이 목적이 아닌,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타이포그래피다
공모전은 한국인만 참가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 한글은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비주얼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이란 국적자와 해외 유학생들이 참여했다. 무슨 서체를 어떤 식으로 조절하고 배치 하였는지 보다, 한 폭의 그림으로 보는 게 아트북의 취지와 가깝다.


방대한 양의 아트북이 다룬 것은 서체라기보다 말에 가깝다
현대 미술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작가 자신의 행위 자체를 담은 작품이 많다. 2010아트북프로젝트에서 동상을 받은 박수진의 작품은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간단하다. 글자로 자신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것을 타이포그래피적인 접근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작가는 6개월 동안 자신이 소비한 내역인 영수증을 모아서 시간 순으로 이어 붙여서 두루마리책을 만들었다. 영수증의 단어 중에서 작가가 선택한 단어들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들은 열을 가하면 검게 변하는 감열지의 특성을 이용해 가려버린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어느덧 6회를 거쳐오면서 아트북 프로젝트는 국제적인 공모전으로 거듭났다. 공모전 포스터와 작품집이 뉴욕페스티벌, TDC, 원쇼, 레드닷, iF 등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연달아 수상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덕이다.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회나 공모전이 드문 지금, 601아트북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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