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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타이포그래피의 가치를 위해

2013-01-24


타이포그래피 워크샵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신입생 세미나를 엮은 것으로, 2008년부터 최근까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대담과 꾸준한 성찰들이 담겨있다. 서울대학교의 기초교육원 특화교양교과목인 이 신입생 세미나는 마치 직접 수업을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가치관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기 다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작업과 작업 방식,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타이포그래피에 접근하기 위해 보다 친숙해지기 위해 다양한 화법들을 사용해 흥미를 끈다. 이 때문에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한편, 디자이너들이 직접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 해결 능력,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들과 그와 관련된 숨겨둔 이야기들은 예술과 삶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글 │이진희 객원기자( 0________1@naver.com)
자료제공│ 홍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워크샵 1권은 슬기와 민, 윤선일, 김두섭, 성재혁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생각을 하기보다 오히려 주어진 글을 어떤 활자체로, 어떤 크기로, 어떤 너비로, 어떤 간격으로 짤 것인가를 생각하는 편이 더 즐겁다고 느낍니다."
-슬기와 민

이처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성찰은 우리가 타이포그래피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윤선일은 수강생들에게 음악을 듣고 느끼는 바를 점과 선을 이용해 표현해 보도록 했으며, 다국어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언어문화 및 작업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 및 열린 자세에 대한 접근은 신선했다. 김두섭은 일상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 관련된 것들을 촬영해 강의에 활용하였다. 성재혁은 CMYK 를 형광색으로 다 바꿔 찍은 포스터를 선보였으며 개인적 에피소드, 질문들, 작업과정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2권에서는 조현, 최문경, 임진욱, 고원의 강의로 이루어져있다. 조현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인터뷰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해나갔으며 최문경은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관련 내용에 관한 이야기로 강의를 구성했다.

"한글은 쌀, 디자인은 밥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쌀을 통해 밥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한글을 사용해 디자인을 하잖아요. 쌀이 좋아야 좋은 밥이 나오고요"
-임진욱

이 같은 말은 한글과 디자인에 관한 관계를 표현하는 말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고원은 구체시에 대한 정의와 다양한 구체시 이미지들을 선보였다. 언어의 실험시, 소통의 도구인 언어가 고립된 현장이 구체시라는 정의를 내리며 강의를 진행해 나갔다.

타이포그래피 워크샵 3권에서는 로만빌헬름, 이장섭, 이충호, 김정훈이 참여했다. 로만빌헬름은 작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생각들로 강의를 진행해 갔으며 이충호는 자신의 작업 중 타이포그래피에 관련된 작업을 추린 것을 보여주었다. 김정훈은 그래픽 디자인의 전반적인 이야기들, 작업들, 고민한 흔적들을 보여주었다. 이장섭은 flexibility, mediator 등에 대한 개념 정의와 타이포그래피로 이슈 4가지를 뽑아 설명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해나갔다.

4권에서는 정진열, 이용제, tw, 유지원이 참여했다. 정진열은 디자인을 공부하기 전부터 해왔던 작업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용제는 좋은 타이포그래피는 좋은 글꼴 + 좋은 배열에서 시작된다는 진리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면서, 한글 작업을 소개했다. tw 는 집현전이라는 한글 디자인 동아리로서, 공방의 모습과 행사, 전시 인터뷰들을 보여주었다. 유지원은 타이포그래피의 영역과 정의, 금속활자 제작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5권에서는 오경민, 크리스 로, 김형진 김장우 등이 참여하였다. 오경민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크리스 로는 건축 전공을 하였으며 그로 인해 3차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밝히며, 브랜딩 및 인터렉티브 작업 등 관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나갔다. 김형진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사색, 실험 및 수집에 대한 이야기와 카페 mk2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선보이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로 강의를 했으며 김장우는 작업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것들, 타이포그래피와 리얼리티, 본질을 생각해 주게 하는 강의로 마무리 하였다.

타이포그래피 워크샵 6권에서는 이재민, 구정연, 마르틴 마요르, 민병걸, 김성중의 강의 내용이 이어졌다. 이재민은 작업 진행시 지켜나가는 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였으며, 구정연은 독립출판 소규모 출판인 미디어버스와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르틴 미요르는 산세리프 디자이너로서의 인터뷰와 함께 서체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선보였다. 민병걸은 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강의를 진행했고 김성중은 타이포그래피 경험담, 조언,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강의를 펼쳐나갔다.

타이포그래피 워크샵 7권은 김한민, 박우혁, 민본, 이재원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김한민은 자신에게 실험의 공간이 되었던 다양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작업을 했던 과정을 소개하며,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디자인을 한 지 어느덧 십 년이 넘은 박우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초기의 풋풋함이 드러나는 글자 디자인을 시작으로, 손 글씨, 타이포그래피의 정의 등을 통해 일관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스페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민본은 타이포그래피의 용어정리에서부터 시작해 그 정의와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자신의 작업을 통해 활자 디자인에 집중하게 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서체작업과 그 작업이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재원은 10년간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진행했던 작업들과 연도별로 관심을 가졌던 분야를 세분화하며 소개한다.

이렇게 각 권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서로 다른 생각들과 개성들로 이루어진 디자이너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혼자 작업하고 실수하며 연구하는 것을 즐긴다는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디자이너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이포그래피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문자, 인쇄,v추상 미술, 그래픽 디자인 등에 해당하는 전문가들과 디자이너들의 특강으로 이 책들은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선 타이포그래피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타이포그래피에 대하여 접근하게 될 때의 준비 과정을 섬세하게 알려주고 타이포그래피를 진심으로 즐길 줄 아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타이포그래피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결과물로 드러난다는 이장섭의 말 속에서는 타이포그래피가 단순히 결과물만 가지고 논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바로 작업의 일환이고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점이라는 것을 새롭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입문서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 워크샵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단순히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와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워크샵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한국의 타이포그래피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식의 시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되고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보다 나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보다 더 새롭고 깊이 있는 타이포그래피의 가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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