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그래픽 | 리뷰

바카디 파티(The Union of The Bats) 홍보물 제작기

2002-11-13

글: 펜타브리드 인터랙티브팀 - 이상화 팀장


9월말경, 한국 Bacardi 지사장으로부터 방문요청을 받았다. 올해 Halloween을 맞이하여 파티를 준비 중에 있으며 파티에 필요한 포스터와 빌보드, 입장권, 초대장, 그리고 e-mail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서양에선 매년 10월 31일이면 각종 귀신이나 드라큐라, 우주인 등 각양각색의 분장과 복장으로 치장을 한 후 어린 아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이나 초콜릿을 얻고, 성인들은 모여 파티를 한다. Halloween의 정확한 유래는 잘 모르지만, 각종 퍼레이드나 행사 등으로 야단법석한 하루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이날을 위한 행사는 없지만 각종 매스컴을 통해 발렌타인데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점점 Halloween의 행사며 파티를 즐기고 있다.
나는 파티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듣기 전에 Bacardi 지사장이 준비한 영화 Blade DVD를 잠시 보았다. 이미 이 영화를 보았던 탓에 어떤 느낌을 원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파티는 Halloween 전 주의 토요일 저녁부터 새벽 4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간단한 의상이나 분장만으로도 파티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지만, 좀더 재미있는 파티를 위해 설치 미술 회사의 각종 장식물과 소품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행사장인 청담동의 S bar 내부 곳곳마다 조명 역할인 초(wax)로 만든 모형 시체 조각들이 놓여지고, bar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피로 범벅이 된 의사 복장을 할 예정이었다. 영화 Blade에서 뱀파이어들이 지하에서 파티를 하던 장면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실제로 그 영화에서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것을 이번 Halloween 파티의 컨셉으로 준비하였다.

Brain Storming

보통 Halloween하면 생각나는 것이 주로 Pumpkin Head(커다란 호박에 눈과 코, 입등을 뚫어놓은 소품), 마녀, 귀신, 뱀파이어 등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파티 컨셉은 Union of the Bats, 즉 박쥐들의 모임이었다. 박쥐는 쉽게 뱀파이어로 연상지어 질 수 있는 동물이며 또한 Barcadi 라는 브랜드에 아이덴터티이기도 했다. Blade 영화에서처럼 뱀파이어들이 클럽에서 파티를 갖는 분위기로 연출될 예정이었다. 먼저 파티 컨셉이 되었던 영화를 다시 보고, 만약 이런 뱀파이어들을 위한 초대장을 만들려면 어떤 느낌이 와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파티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라는 가정을 하고, 또 그들이 뱀파이어라면 과연 어떤 컨셉에 어떤 디자인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았다.
시체와 고기 덩이들, 도살장, 정육점에 불빛들, 얼음 사이에 보관되어 있는 스테이크, 비닐 커튼, 알루미늄 문들이 달려있는 시체 보관실, 거기에서 피어 오르는 알 수 없는 연기들, 시체의 발가락에 걸려있는 레이블, 차거움 그리고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화장실 거울에 흐르는 피, 크리스마스에 악몽, 드랴큘라, Buffy, the Vampire Slayer 등에 영화와 드라마들이 좋은 소재들로 떠 올랐다.

제작에 앞서
제작되어야 할 홍보물은 크게 초대장과 빌보드, 포스터, 티켓 등으로 나눠졌다. 이러한 홍보물들은 파티가 시작하기 2주 전에 행사장 밖에 설치 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장소에다 포스터와 invitation flyer를 붙이고 뿌렸다.
빌보드는 사람들에게 파티의 느낌만 암시하는 비쥬얼과 파티 날짜만 보여줘 teaser광고 형식으로 처리하였고, 포스터와 invitation flyer는 파티 컨셉이 강하게 전달 될 수 있도록 강한 비쥬얼과 자세한 파티 인포메이션을 넣어 제작하였다. 티켓은 포스터와 초대장과는 조금 다르게, 기존 작업물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면서도 작은 공간에 집약된 인포메이션이 전달될 필요가 있었다.

초대장 (Invitation Flyer)

초대장은 양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특성을 살려 앞면에는 파티의 느낌을, 뒷면에는 파티의 인포메이션을 전달하는 것으로 하였고, 엽서 크기로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완성된 디자인은 jpeg 파일로도 변환되어 이런 파티에 관심 있는 관중과 VIP들에게 e-mail 발송될 예정이었다.

Brain storming 단계에서 이런 장면을 생각해 보았다. 헌혈할 때 사용되는 blood bag(비닐 백)을 음료수처럼 마시는 뱀파이어들, 그런 뱀파이어들에게 피가 떨어진 것이다. 이 파티에 오면 다시 빈 잔을 아니면 blood bag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초대장을 이러한 blood bag을 응용하여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Blood bag을 자세히 보면 혈액 타입과 유효기간 등을 나타내는 label이 존재한다. 이 label을 파티 인포메이션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주최측에서는 이미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비유적인 접근을 원했다. 따라서 하나의 이미지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런 무언가가 필요했다. 처음엔 모델을 촬영하여 뱀파이어를 암시하는 혹은 뱀파이어에 대한 공격을 암시하는 그런 비쥬얼을 생각해 보았다. 목에 뱀파이어가 물었던 자국을 남긴다던가, 아니면 등을 돌린 남자의 어깨 넘어 미묘한 웃음을 남기는 그런 여자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파티의 뜻은 전달할 수 있었으나 Barcadi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혀 살릴 수 없다고 생각됐다. 다시 멀리 떨어져 생각해 보기로 했다. 흥이 무르익은 파티장,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술잔들, 누군가의 실수로 깨져있는 유리잔, 거기에 쏟아져 나온 얼음들, 다시 여기서 Halloween이나 뱀파이어, 혹은 시체들, 이런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찾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바로 얼음이었다. 얼음은 흔히 양주를 타 먹는 촉매제인 동시에 또 고기나 시체 등을 저온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뱀파이어들의 차가운 영혼도 상징하였다.

우선, 투명한 테이블 위에 얼음을 흩어 놓았다. 그러나 냉동실에서 막 꺼낸 얼음은 부자연스럽고, 또 파티에서 발견된 얼음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 이번엔 물을 뿌려 흘러내리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잡아내어 보았다.

이렇게 촬영된 이미지는 다시 포토샵에서 보정과정을 거쳐 빌보드와 초대장, 티켓의 메인 이미지로 사용되었다. 파티 때 사용될 붉은 조명에 비춰진 느낌을 주기 위해 전체적인 색상 조정 작업을 하였다.

이젠 뒷면에 사용될 이미지가 필요했다. 앞서 생각했던 헌혈용 blood bag 아이디어를 활용하기로 했다. 조금은 엽기적인 표현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강한 시각적 효과와 집약적 인포메이션 전달이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비어있는 blood bag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용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 특히나 장식 용도로는 더욱 더 줄 수 없다는 것이 병원측의 입장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촬영되어 있는 이미지 소스를 활용하고, 거기에 붙어있는 레이블은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헌혈할 때 blood bag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엔 무수한 숫자의 정보들과 바코드 등의 인포메이션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헌혈용 blood bag의 label이 가진 레이아웃의 느낌을 살리면서, 주어진 인포메이션을 넣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준비된 label을 blood bag 이미지에 올려보았지만 생각만큼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배경과 이질감이 연출되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앞면에 사용되었던 얼음에 이미지 Texture를 사용하여 label 위에 overlap시켜 보았다. 앞에서 받았던 느낌을 자연스럽게 뒤로 전달할 수 있었고, 예상 밖의 멋지면서 미묘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얼음 이미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사용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아 맞춰 보려고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내가 봐도 여러 가지 이미지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틀니 같기도 하고, 우측에 있는 글씨 때문인지 피에 범벅이 된 무엇인가를 신문지로 쌓았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구는 우측에 있는 얼음이 여자의 몸 같다고도 하였다. 이렇게 우연히 여러가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지는 몰랐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에 약도를 넣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부터 의도 되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약간 어색해 보인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쉽게 찾아 올 수 있게 넣기로 했다.

로고 (Logo)

이미 앞에서 본 초청장 앞면에 있는 로고도 따로 제작이 되었다. Bacardi 지사장님이 어느 정도 rough한 스케치를 제공하였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치고 포토샵으로 정말로 잘 만든 rough 스케치였다. 참고로 이분은 Apple Computer의 광적이 팬이다. 그래서인지, 간단한 영물을 직접 찍고 편집하신다. 마치 매킨토시 G4 광고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플래쉬까지 사용하실 줄 아신다는 점이다.

“The Union of the Bats” 라는 짧지 않은 문장을 이용하여 마치 새로운 브랜드 느낌도 나면서 로고화 시키려고 노력해봤다. Bacardi의 심볼 마크인 박쥐 아이콘을 UNION이라는 단어 중 알파벳 “O” 안에 삽입시켜 기존의 심볼 마크를 너무 변형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 몇 가지 안으로 커다란 원 안에 박쥐를 넣자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전체적인 배경에 놓여졌을 때 이미지 전달에 문제가 발생해서, 최종 결과물에선 투명한 원을 사용하였다. 글씨체는 Sans Serif 계열 폰트를 사용하여 멀리서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처리했고 파티의 중후한 느낌을 표현하였다.

▲ 최종 “Union of the Bats” 로고

포스터 (Poster)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는 앞서 사용되었던 invitation card 뒷면에 사용되었던 헌혈용 blood bag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깔끔한 블랙 배경에 blood bag 하나만 사용하여 포스터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straight to the point”한 강한 인상과 호기심 유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였다.
포스터에 사용된 blood bag은 invitation flyer에서 사용한 기법과 약간 틀리게 표현하였다. 이유는 다른 포스터들과 같이 진열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 중에서 눈에 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블루 계열이 아닌 피의 원래 색상인 레드 계열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질감 느낌도 좀더 real하게 표현하여, 피가 엉켜있는 듯한 느낌도 전달하는 동시에 어떻게 보면 피가 아닌 붉은색 계열의 slushy(얼음을 갈아 놓은)한 칵테일 느낌도 전달하려고 하였다.

티켓 (Ticket)

티켓의 컨셉은 morgue(시체 보관실)에 있는 시체들을 구분하기 위해 시체 엄지 발가락에다 거는 body tag였다. 한번도 자세히 본적이 없어 그냥 비슷하게 느낌만 전달하였다. 비쥬얼은 invitation flyer나 빌보드와 마찬가지로 얼음 이미지를 사용하여 전체적인 인쇄물에 통일된 느낌을 주었고,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을 위한 것인 만큼 파티에 대한 인포메이션이 명확히 뒷면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하였다. Blood bag에 있는 label에서 볼 수 있었던 분할방식의 레이아웃을 가지고 파티의 인포메이션을 전달하였고, 상단에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 파티 날짜를 한번 더 강조하여 파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Outro...
“Union of the Bats” Halloween 파티는 성공적으로 마감을 했다. 펜타브리드의 협력업체 중 파티 프로모션 회사인 “Sway” 가 진행했던 파티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홍보가 된 파티였다고 얘길 들었다.
그날 참석한 사람 수는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Sway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욱 규모가 있고 글로벌한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스케줄만 하더라도 2003년 11월 달과 12월 달의 주말들이 거의 다 부킹이 된 상태이라고 밝혔다.
이런 훌륭한 파티가 현실화될 수 있게 한 Sway와 펜타브리드에게 재미있는 과제를 준 Bacardi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각종 소품과 장식을 담당했던 설치 미술 회사한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4개의 회사들이 각자 맡은 파트를 충실히 하였기에 펜타브리드 내부에서만 느끼던 것과 또 다른 teamwork을 경험할 수 있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