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그래픽 | 리뷰

영화제 속 숨은 디자인

2014-05-07


매회마다 달라지는 포스터, 기념품들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개체다. 작년과 하나의 맥락으로 나비의 이미지를 접목시키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영화제의 정체성과 상통하는 여성작가의 작품과 활기를 영화제 전면에 내세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까지, 우리가 눈으로만 잽싸게 확인했던 영화제 속 디자인 요소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16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포스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을 거쳤다. 여성영화인의 축제로 불리는 영화제의 정체성에 맞게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포스터에 사용된 황주리 작가의 작품 ‘식물학’에는 가사를 돌보거나, 식사를 하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거나 잠자리를 쫓는 등의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이 표현됐다. 이번 영화제의 포스터와 티켓 카달로그 등의 출판물 디자인은 프리랜스 편집 디자이너 김보경이 맡았다. 기존 작가의 컬러를 그대로 살린, 알록달록한 색감의 탐스러운 꽃들과 어우러지는 통일감 있는 포스터 내 로고 디자인은 영화제가 열리는 5월의 시의성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출판물 작업에 있어서는 많은 양의 영화 정보와 지면의 크기에 효과적인 가독성을 고려한 통일감 있는 디자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나비’의 모티프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도입함으로써 포스터 디자인에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터 안에 드러난 문자는 하나의 획으로 완성되기 이전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난해의 나비 모티프가 패턴으로 드러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인, 전주 그리고 15회를 맞은 영화제의 역사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성은 앞으로 영화제가 달성하려는 목표와 뚜렷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Jungle : 디자인 스튜디오 fnt는?

2006년 11월에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nt는 다양한 인쇄 매체와 아이덴티티, 디지털 미디어의 디자인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실험적인 타입페이스의 제작,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Jungle :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디자인을 맡았다. 지난해와 연결되는 디자인 맥락을 보여주게 된 배경이 따로 있나?

지난 2012년 겨울, 전주국제영화제 측에서 행사의 아이덴티티 개발과 함께 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포스터 작업을 의뢰해왔다.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포스터가 연계된다면, 전달력에 있어 더욱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이듬해인 이번 15회의 포스터 작업을 다시 맡게 되면서, 작년에 만들어 낸 아이덴티티와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움을 줄 수 있는 그래픽을 전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Jungle : 이번 영화제 포스터는 ‘전주’를 전체를 함축하는 대표 이미지 대신 영화제의 ‘실재’하는(장소, 역사) 정보들이 시각화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영화제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이미지는 계절성과 더불어 이와 연결되는 ‘나비’라는 상징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구현됐다. 지난 14회 포스터와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영화제의 상징물이 ‘나비’라는 것을 완전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지난회 포스터는 새로 개발된 영화제의 아이덴티티와 상징물로서의 나비를 포함한 계절성을 드러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지난 회 포스터는 추상적인 형태(F.I., Festival Identity)를 사용해 구체적인 나비의 형상을 그려냈다면, 이번 15회 포스터는 구체적인 나비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사용했다. 즉, 나비의 날개와 더듬이 등의 구체적인 형태를 패턴으로 만들어 시의성(15회)과 장소성(전주)을 표현하는 문자의 획을 구성한 것이다.

Jungle : 이번 포스터 구체적인 디자인 방향은 어떻게 나왔나?

이미 F.I.로 ‘나비’라는 상징이 존재했기에 그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각인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F.I.를 그대로 드러냈던 지난 14회 포스터와 비교했을 때, 이 요소를 얼만큼 축약할 것인가 혹은 강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1지난 회 포스터와 많이 다르지 않은 방향에서부터, F.I.를 거의 반영하지 않은 디자인까지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심사숙고 끝에 시간과 장소를 표현하는 정보 자체에 F.I.의 컬러와 나비의 모티브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결정됐다. 지난해는 새롭게 만들어진 아이덴티티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구성에 염두에 두고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올해의 제작물들은 아이덴티티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사용해 보다 새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Jungle : 제작 전반의 과정은 어떠했나?

따로 언급할게 없을 만큼 특별하고 남다른 과정이 있지는 않다. 우선 지난해 작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제 측이 지난 회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몇 가지 시안을 만들어 전주로 내려가 미팅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큰 방향성을 잡은 다음, 다시 서울에 올라와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완성됐다.

Jungle : 디자인 작업에 있어 ‘영화제’라는 특수성이 특별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

사실 영화제라는 특수성 보다는 두 번의 작업 모두 ‘전주국제영화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힌 목적이 있었다. 이미 개발된 영화제의 아이덴티티에 녹아든 요소들이 포스터뿐만 아니라 기념품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지속적으로 유지, 적용되고 있다.

Jungle : 스튜디오 fnt에서는 패키지, 브랜딩 등의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 fnt만의 컬러를 이야기하자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은 이미 여러 다른 매체들이 담당한지 오래됐다. 오늘날의 포스터는 기능적인 역할 보다는 ‘대상의 이미지를 함축헤 보여준다’라는 부분에 흥미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달력이 강한 상징적인 이미지 그 자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