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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이우일 속에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었네

2008-01-22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자료제공 | 해당 출판사

이우일이 최근 제 이름이 오롯이 박힌 책 2권을 세상에 내보냈다. 나란히 출간된 <이우일의 그림동화> 와 <굿바이 알라딘> 은, 그러나 같은 저자의 작품들이 맞냐 싶게 다소 상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우일의 그림동화> 가 발칙한 상상력의 소년 같다면, 폴라로이드 사진집 <굿바이 알라딘> 은 식물처럼 조용하고 머뭇거리는 소녀 같다. 몰랐었다, 껑충하고 싱거운 아저씨 이우일 속에 이렇게 소년과 소녀가 같이 살고 있었는지.



먼저 잔혹함과 에로틱한 유머에, 기발한 어투와 재치 만발한 그림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우일의 그림동화> 는 2006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1년간 파란 미디어에 연재하며 폭발적인 조회수로 네티즌을 중독시켰던 작품을 모은 것으로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딱 ‘이우일표’ 만화다.

작가는 그림 형제의 고전 동화들을 이우일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버무려 재탄생시켰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발칙하게 비틀 때마다 배꼽을 잡게 된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를 패러디한 재투성이 에피소드를 들여다보자. 왕자의 신붓감을 고르기 위해 온 나라의 아가씨들을 잔치에 초대하는 것까지는 원작에 충실하다.

하지만 아가씨들에게 보낸 초대장의 내용은 아연실색할 만하다. "미모는 되는데 통장이 비었다?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돼지 꿈 꿀 때마다 로또 사는 것도 지겹다? 그렇다면 지금 꽃 단장하고 왕궁으로 오십시오! p.s. 성형미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니….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이렇듯 '이우일식'으로 비틀어낸 15편의 작품들이 독특한 판형과 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굿바이 알라딘> 은 ‘폴라로이드 sx-70 랜드’ 카메라를 처음 손에 든 뒤로, 지금은 단종된 그 전용 필름인 ‘타임 제로’ 필름을 가지고 그가 지난 몇 해 동안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95점을 골라 엮고, 짧은 단상을 곁들였다.

이우일은 필름 카메라를 전적으로 선호한다. 그 중에서도 즐겨 애용하는 것은 폴라로이드 카메라(그 중에서도 sx-70 랜드)와 흔히들 ‘똑딱이’라고 부르는 토이 카메라.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난날의 향수를 간직한 ‘구닥다리’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계속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낡은 것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그 바탕이다.

sx-70 랜드의 '타임 제로' 필름의 특성인, 새벽빛 같은 푸르스름함과 백열등의 포근하고 아련한 톤을 훌륭히 살려낸 이우일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그의 생활 반경 속의 일상적인 풍경을 담는다. 마을과 거리의 풍경, 가족들, 주변의 사소한 사물과 같은 평범한 소재를, 이우일다운 시각으로 포착해 낸 그 이미지들은 일상의 풍경을 비범한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한다. 남다른 심미안이, 엉뚱한 듯하면서 날카롭고 삐딱한 그의 독특한 시각이 빚어낸 그 푸른빛 아름다움은 때로 따뜻하게, 쓸쓸하게, 장난스럽게, 음울하게, 또 때로 몽환적으로 변주된다.

혼자 읊조리듯이 나직하게 툭툭 뱉는 글들은 결코 사진과 싸우는 법 없으니, 서로 스며들며 어울린다. 그것은 사진과 글이 모두, “애써 만들고 꾸미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보이는 것, 가장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내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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