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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그래픽 비주얼, 만화보다 영화 films better than the comic book

2009-06-09

글 이찬희

서점에 가서 영화를 보고 극장에 가서 소설을 읽는다. 뮤지컬을 보며 영화를 함께 보고, 게임을 하며 영화를 본다. 같은 원작에서 뻗어나온 영화와 소설, 만화, 뮤지컬,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엔터테인먼트는 각자의 장르적 특성으로 다르게 표현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이들은 '대중극'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장르적 색채의 다양성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웰메이드 영화를 꼽아본다. 만화원작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 위에 영화연출자가 덧입힌 영화적 비주얼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다.

만화 <배트맨> vs 영화 <다크 나이트>
그 짜릿함, 마치 잠깐 동안 우주에 내팽겨져 있는 듯한 무의식의 시간을 경험케 한 <다크나이트> (2008).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만화에 매우 충실했던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를 거부한다. 그렇다고 원작을 무시하거나 원작의 이야기를 종결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감독은 만화의 판타지를 포기하고 영화의 현실성을 선택한다. 영화는 만화의 판타지를 제한하면서 스펙터클을 키웠으며 만화 「배트맨」이 중요하게 제시하는 것을 분석한다. 「배트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과 악이다. 하지만 끝내 완결되지 않을 선과 악의 대결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기존, 당위적으로 선을 상징하는 색과 악을 상징하는 색은 무시된다. 나약하고 음울하게 정의된 ‘선’은 어두운 밤으로 상징되며, 가장 외로운 존재로 정의된다. 우리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였다. 놀란 감독은 배트맨이 추구하는 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희생되는 그 ‘무엇’을 조명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임을 포착해 낸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배트맨)가 희생되는 순간과 마주한 것이다. 배트맨 역시 실체를 알 수 없는 절대악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어쩌면 그것은 만화 「배트맨」에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다크 나이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일지도 모른다. 현실성이 결여된 슈퍼히어로는 이제 매력적이지 않다. 브루스 웨인은 더 이상 심심풀이 땅콩인 슈퍼히어로가 아닌 반슈퍼히어로의 얼굴을 보여준다.

〈올드보이〉
영화 〈올드보이〉가 흥행에 성공한 데에는 만화의 오대수보다 영화의 오대수가 더 올드보이다웠던 것에 있다. 일본만화 「올드보이」는 10년 동안 감옥과 다를바 없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이유없이 갇혀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왜,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른 채 감금당해 있는 있는 한 남자의 고통. 그것은 만화보다 영화에서 더 리얼하다. 영화 〈올드보이〉는 원작과 같은 설정으로 시작되고 굴욕과 복수라는 같은 모티브로 흘러가지만 원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괴롭히는 괴롭히는 어두운 그림자는 도대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설득력있게 표현해냈다. 즉, 만화 「올드보이」가 작가에 의해 100% 조종되었다면 영화 〈올드보이〉에는 응징과 복수 대한 철저한 배경이 깔려 있는 시나리오와 함께 오대수라는 캐릭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해석한 배우 최민식이 있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아메리칸 스플렌더〉
폴 지아마티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무언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아’라는 듯한 인격장애적 표정으로 그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코믹북 「아메리칸 스플렌더」의 스토리 작가 하비 피카를 연기한다. 괴팍하고 침울한 성격인 하비 피카는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소재로 만화를 그린다. 만화를 읽으며 상상한 하비 피카의 모습이 그대로 영화에서 재현된다. 작가 자신도 영화 곳곳에서 출연한다. 그는 마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처럼 외골수에다 자폐증, 편집증, 과대망상증, 집중력 장애자이지만, 하비 피카로 인해 잃었던 웃음의 의미를 되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볼 때 그는 매우 이중적인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 그는 매우 사랑스럽다. 책을 사랑하지만 삶에 부정적인 그는 세상 도처에 살아 숨쉬는 우리들과 같은 모습이다.

〈헬보이〉
다크호스 코믹스에서 출판하는 마이크 미뇰라 원작의 「헬보이」 시리즈가 처음으로 영화화된 것은 2004년. 이미 〈크로노스 Cronos〉(1993), 〈미믹 Mimic〉(1997), 〈블레이드 2 Blade II〉(2002)를 통해 남다른 SF 액션 연출자로 인정받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는 기존의 슈퍼히어로와는 태생부터 다른 흐름으로 출발한다. 헬보이는 그 악마적인 형상과 성질 덕분에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겨지던 슈퍼히어로 군단의 등급을 순식간에 낮춰버린다. '인간',''악마' '히어로' 의 모습을 모두 가진 헬보이는 사실 소외된 계층의 몰락과 고통, 그리고 희망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은 만화의 기발한 판타지가 영화로 거듭나며 스펙터클한 CG 효과의 덕을 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델 토로 감독은 만화가 표현하지 못했던 헬보이의 인간적인 매력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로 인해 만화원작의 슈퍼히어로는 계몽의 시기를 겪게 된다.

〈씬 시티〉
전설적인 그래픽 노블 만화가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영화화한 〈씬 시티〉(2005)는 프랭크 밀러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자신이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했는데 공동 연출자인 감독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는 원작 만화의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를 원했기에 배우는 모두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했고, 이후 만화를 바탕으로 한 CG 배경과 합쳐져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비주얼이 탄생하였다. 화면, 편집, 색감, 시적인 대사 모두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세계, 그 자체를 그대로 영화로 재현한다. 극단적인 흑백의 화면 위에 강렬한 피, 칼 등의 화면이 방점을 찍는다. 그것이야말로 만화적 비주얼의 실체일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베니치오 델 토로, 제시카 알바, 엘리야 우드, 스티브 부세미, 조시 하트넷, 제이미 킹, 브리트니 머피 등 우수한 배우진 또한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의 그림자가 이토록 강렬할 줄이야. 그의 진가는 〈왓치맨〉(2009)에서 다시 평가될 것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10대의 우정을 독특한 관점에서 그려낸 다니엘 클로즈의 코믹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고등학교를 졸업한 두 여학생이(영화에서는 도라 버치와 스칼렛 요한슨) 한 중년 남자(영화에서는 스티브 부세미)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클로즈의 원작만화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영화는 테리 즈위고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좀 더 내면적인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원작을 가진 영화의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원작의 메시지를 이미 꿰뚫고 있기에 영화감독은 그 위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을 덧입힌다. 〈판타스틱 소녀백서〉(2001)는 성장기의 아픔을 겪는 10대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모두가 겪었을 성장기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그것도 매우 무미건조하게 말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기의 상처를 예리하게 포착한 것에 있다.

<스파이더맨〉< b>
마블 코믹스의 스탠 리와 스티브 딕토가 창조한 만화 원작의 「스파이더 맨」은 마블 코믹스 만화의 영화화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물론, 〈다크 나이트〉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한 후 인간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바로 '우리와 같은 평범함' 사실 〈스파이더맨〉은 어릴 적 본 TV 시리즈가 가장 재미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경험한 화려한 CG의 〈스파이더맨〉도 추억을 끄집어 내주는 장치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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