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9
스타벅스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상륙으로 ‘카페’라는 문화가 중흥을 맞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한국의 카페 브랜드 문화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대개 선발 주자를 모방하는 전략으로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매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코코브루니(Cocobruni)가 택한 전략은 조금 다르다. ‘하루 2번 만들어 더욱 맛있는 초콜릿과 케이크’를 내세우는 코코브루니는 커피뿐 아니라 케이크, 초콜릿 등의 디저트를 갈구하는 마니아를 위한 브랜드로 최상급의 맛을 그에 걸맞은 디자인 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콘셉트를 내세운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처럼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대규모 프랜차이즈와 달리 압구정동 디자이너스 클럽 앞,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동 리움 삼거리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리에 우선 매장을 개설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글 | 정영호 기자
코코브루니의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맡은 박주석 심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먼저 기존 카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브랜드 상징이 커피콩, 컵, 문자 등에 국한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심크리에이티브가 제시한 코코브루니의 아이덴티티는 기존 카페 브랜드의 접근법과는 확연히 다르다. 박주석 대표는 ‘더 좋은 맛, 더 좋은 공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원하는 꿈을 이루어주는 메신저가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 결과 ‘소녀를 등에 태운 참새’라는 독특한 심벌이 탄생했다. 심크리에이티브는 새로운 심벌의 정립과 함께 코코브루니라는 이름 또한 새롭게 정의했다.
본래 ‘코코coco’는 ‘커피’와 ‘초콜릿’의 조합을 뜻했고, ‘브루니bruni’는 이탈리아어로 ‘갈색’이란 뜻이었다. 즉 본래 이름은 그저 ‘갈색 커피와 초콜릿’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심크리에이티브의 박주석 대표는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소녀의 이름은 ‘코코’, 새의 이름을 ‘브루니’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새의 등에 타고 있는 소녀 ‘코코’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맛을 접하게 되는 사람을 상징한다. 그리고 소녀를 등에 태운 새 ‘브루니’는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동반자, 혹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메신저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을 ‘카페와 고객’이란 관계에 대입하면 새로운 맛을 찾아온 고객은 ‘코코’, 그리고 고객을 좋은 커피 맛의 세계로 인도하는 카페는 ‘브루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친구들과 함께 와서 커피를 사주는 사람은 ‘브루니’, 커피를 얻어먹는 사람은 ‘코코’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심크리에이티브는 브랜드 비전, 소비자 공감대, 시대적 상황에 부합하는 브랜드,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컨설팅한다. 코코브루니 아이덴티티 리뉴얼의 목표는 카페업계 내 경쟁 업체 사이에서 차별화된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심크리에이티브는 종이컵, 냅킨, 명함, 포인트 카드 등 모든 소모품을 비롯해 오픈 안내 현수막부터 홍보 판촉에 필요한 VMD까지 모두 담당했다. 브랜드는 장기적인 비전을 담아내야 하고, 브랜드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고객의 이미지까지도 대변해줄 수 있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코브루니 프로젝트에서는 기능성보다는 감성적인 가치에 중심을 두어 호감이 가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심벌은 향후 다양하게 응용되어 코코브루니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가게’를 넘어 또 다른 문화를 표현하는 심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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