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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한국 애니메이션, ‘아름다운 날들’ 멀지 않다!

2003-04-09

2003년! 한국 애니메이션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하청기지 역할을 해온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고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그 결실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여름 개봉을 앞둔 <원더풀 데이즈> 와 함께 <오세암> , <엘리시움> , <아크> , <오디션> 등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원더풀 데이즈> 다.
<원더풀 데이즈> 는 2142년 황폐화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웅장한 화면에 그려낸 SF 애니메이션이다.
세계 최초로 2D 셀애니메이션과 3D CGI, 미니어처의 세 가지 방식을 합친 '멀티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섬세한 표정연기를 위해 캐릭터들은 2D로, 속도감과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메카닉 및 배경일부는 3D, 주요 배경과 건물들은 미니어처로 제작, 합성하여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사실감과 깊이를 부여했다.

5년이 넘는 제작 기간,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실사 블록버스터의 평균제작비를 넘는 100억원 이상 투입!
음악감독 원일, CF에서 정상의 컴퓨터그래픽 컴퍼니로 꼽히는 인디펜던스, 애니메이션 동화의 애니텍, 디지털 컬러링의 JM media, 미래의 배경디자인을 담당한 조택연 교수와 정윤철 감독, 영화 속 댄서의 안무를 담당한 무용가 안은미씨 등 화려한 스탭들이 모였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영화계에서 제작기간이 길고 사소하게 많은 작업으로 인해 ‘인고의 장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부활할 것인지 <원더풀 데이즈> 를 주목해 보자.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원더풀 데이즈> 의 윤영기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보았다.


+ 인터뷰. 김미진 기자(nowhere21@yoondesign.co.kr)



정글: 2D, 3D, 미니어처를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복합 제작(Multi Layered)방식을 시도했는데, 각자의 특성은 살리면서 2D 캐릭터를 어떻게 조화시켰는가?
윤영기: '양철집'은 CF, 뮤비와 애니메이션을 종합적으로 제작하는데 특화된 집단이다. 그림과 갖가지 오브제, 미니어처 같은 복합 재질과 2D와 3D,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 등 지금껏 광고에서 다져온 다양한 기법을 실험함으로써, 제작진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이미지의 질감을 빚어내고자 했다.
2D캐릭터의 방향은 사실적 표현에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3D와의 조화를 위해 최대한 실제 인물에 가깝게 제작했다. 때문에 일부러 캐릭터의 인상을 보편화시키고 약하게 설정했다.
평면적인 2D캐릭터를 입체적인 3D,미니어처 배경과 함께 놓으면 튀어 보이기 때문에 그림의 외곽선 색상을 장면마다 달리해 배경과 조화시키는 것은 엄청난 수작업이었다.
배경에 셀을 올려놓고 그림자에 묻히는 부분은 어두운 색 선을 사용, 배경에 인물이 묻어나도록 하였고 밝은 부분은 밝은 색 선을 사용해 하이라이트 효과를 통한 인물의 입체감을 살렸다. 각각의 색선이 배경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도록 그림자 역시 일일이 개별적 볼륨화 작업을 거쳐 화면에 넣었다.
원화 단계에선 수월하게 진행됐는데 이 색선 작업 때문에 컬러링 과정에서 3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글: 디테일한 화면구성 방식이나 여타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있어 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른 차별점들은 무엇이 있는가?
윤영기: '애니메이션'적이면서 '실사 영화'처럼 보여지기를 의도했다.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캐릭터들의 연기나 대사도 중요했지만 그들을 둘러싼 배경과 여타 환경 등을 통해서도 표현하려 했다.
가령 사실감과 심도를 높이기 위해 실사 영화에서나 사용하는 미니어처와 매트 페인팅으로 전체 배경을 처리한다거나, 남녀 주인공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찾지 못하는 파편화된 기억을 강화시키려고 뒤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배치하는 등 표현이 자유로운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했다.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수정 작업이 가해졌고 어떤 부분은 완성한 이후에도 전면 재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글: <원더풀 데이즈> 에서 2D와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는데,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영기: 2D작업의 한계이면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수작업'이다. 즉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을 손으로 그려야 한다.
<원더풀 데이즈> 에서는 2D, 3D, 미니어처 등 이질적인 표현방식이 한 화면을 이루고 있는데, 미니어처와 3D는 사실적 표현에 역점을 두었다. 이에 비해 2D 인물은 그 정도의 사실감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2D 역시 애니메이터 각자가 직접 그 씬을 연기하고 촬영한 후 작화에 참고하고, 사진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가능한 사실적 표현을 지향했다.
한편 2D를 통해서 보다 인간적인 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원화 작업에서는 한 인물의 감정표현에 있어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지게 된다. 즉 실제 인물의 어제와 오늘의 인상이 다르듯, 그림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담겨있다.

정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그리고 주요 캐릭터의 특징을 중심으로 제작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윤영기: 주인공 3인이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성격이 강해서 보편적인 얼굴로 완화시켰다. 하지만 너무 평이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완성된 캐릭터는 처음의 컨셉으로 약간 회귀한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짧은 머리에 크지 않은 눈, 따뜻한 감성과 사랑을 품고 있으면서 때론 냉혹하기까지 한 여주인공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초기 제이의 캐릭터는 여성 전투요원의 컨셉을 살리는 다소 도전적이고 강한 외모로 설정되었으나 시나리오에서 설정되는 제이의 성격변화에 따라 점차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요구되었다.
전투요원이라는 군인의 이미지와 상반된 여성스러움을 살리는데, 짧은 머리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얼굴의 비례는 실제사람과 거의 유사하고 여성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은 없었다. 최종 모습은 머리길이가 조금 길어졌고 위노라 라이더의 깔끔하면서 순수한 이미지를 차용했다.
수하는 사회에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느와르적 인물이다.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인물이지만 주인공치곤 캐릭터로서 이미지가 약한 편이다. 키에누 리브스를 모델로 한 보편적인 얼굴로서 초기 설정과 완성된 캐릭터에 큰 변화가 없었다.
시몬은 가장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군인집단의 중간급 인물이다. 초반에는 길고 멋있는 형태를 띠다가 중간에 근육질로, 마지막에는 실제 사람에 가깝게 재수정됐다.


정글: 지금까지 가장 인상에 남았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윤영기: <원더풀 데이즈> 를 제외하고 MTV 단편만화 'Aeon Flux'와 'Heavy Metal'이라는 만화잡지에 관련된 것이다.
우선 Aeon Flux의 제작 참여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그렇게 정성들여 만드는 것을 전에는 보지 못했다. 더 많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피터정 감독이 왜 감독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아직도 이유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어느 화실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Heavy Metal'이라는 잡지는 기존 만화의 보편적인 형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풋내기 미술학도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이상한 만화와 일러스트들... 만화는 좀 저급해라는 나의 오만은 단번에 무너졌다.



정글: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우리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영기: 요즘, 국내 애니메이션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처럼 회자될 때가 많다. 준비된 상품들이 대세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제작 전반에 대한 노하우가 별로 없다. 하청 3위의 애니메이션 제작국이라는 우리의 모습을 부정하고 일본과 미국 모델의 외형만 쫓고 있다.
3D와 게임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앞서고 있긴 하지만, 3D는 개인의 능력차라기 보단 기술과 자본력의 싸움이다. 우수한 장비, 프로그램의 개발과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에서 뛰어들면 금방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기업이 그만큼 투자를 한다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같이 신념을 가진 거장이 한순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출발이 2D의 전통적 방식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3D 신기술에만 매달리는 요즘의 캐릭터들은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제작자들의 근시안적이 방향모색과 제작 태도, 애니메이터들의 매너리즘, 생색내기로 일관하는 정부 정책, 환상만 있고 일할 마당 없이 140여개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들의 무책임한 학사과정 등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정글: 애니메이터로서 권하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윤영기: 대부분은 만화가 미술보다 저급하다는 생각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충분히 예술적이고 순수예술보다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도 있다. 때문에 만화에만 국한해서 관심을 둘게 아니라 미술관이나 각종 전시회에도 다니며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견문을 넓히는 것, 폭넓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정글: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서?
윤영기: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여러 가지를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
고전이나 SF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작업이라든가 가능하다면 '헤비메탈'과 같은 출판만화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
나아가 애니메이터로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니지만 지나가면서 보고 느끼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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