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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복고를 읽으면 캐릭터가 보인다.

2003-06-18

“이젠 복고로 쏜다.”
영화나 음악, 패션 등 각 매체에선 매년 ‘트랜드’ 화두로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바로 ‘과거로의 회귀 : 복고’ 입니다.

“선생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라는
유행어 다들 아시죠?
개그콘서트 ‘복숭아 학당’에서는 선생님 말씀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지금 시대엔 유머가 되어버렸지만, 그 유행어는 지금의 386 세대들의 마음속엔 80년대를 견뎌온 아픔과 고단함의 기억입니다.
김지혜가 패러디한 달려라 하니 역시 80년대에 등장한 만화입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하니는 꿋꿋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게임 회사 이오리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엘도라도’ 라는 게임을 통해 복고풍 전통놀이를 게임 개발의 주제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 ‘해적 디스코 왕이 되다’ ‘친구’ ‘박하사탕’ 등의 영화나 ‘컨츄리 꼬꼬’같은 가수도 복고풍의 이미지나 사운드를 전면에 드러낸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복고 바람은 그저 과거 지향적인 향수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또한 이런 ‘복고 바람’과 캐릭터 트랜드를 개발 하는 데는 어떤 함수 관계가 있는 걸까요?
국내의 경우 이제, 대중문화 공급의 주체는 6~70년대 생이 주를 이루는 현재의 2~30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소위 2030 세대들입니다. 그들이 경험하거나 손위 형제들로부터 흡수했던 문화코드는 대중문화의 자유로운 접근방식에 제재 당하고 또 목말라 있던 7-80년대 입니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대중문화를 생산해내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80년대의 향수를 트랜디화 하고 있다는 미디어 전문가의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고’와 ‘캐릭터’는 궁합이 어떨까요?
한동안, 캐릭터를 즐기고 소비하는 주체는 어린아이나 10대 여.중고생일 뿐이라는 타겟 설정이 개발자 조차 캐릭터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편협적인 캐릭터 개발 일색의 그릇된 구조를 가져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터파크의 조사에 의하면 캐릭터 소비가 가장 활발한 주체는 20대 후반의 남성들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캐릭터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그 파급력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트랜드 개발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면, 난데없이 등장한 마시마로가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무얼까요.?
사람 내면의 이중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마시마로의 직선적이고 솔직한 위트가 엽기로 포장되어 사람들에게 어필 되었던 건 아닐까요? 마시마로의 흡입력은, 연극계의 [버자이너 모놀로그]처럼 갑갑하고 획일적인 사회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일종의 유쾌,상쾌,통쾌한 갈증 해소를 느끼게 했다는 데에 있을 겁니다.

캐릭터는 흔히 문화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캐릭터를 소비한다는 말은 ‘문화를 즐긴다’라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고’ 트랜드는 문화에 대한 직접 경험자나 간접 경험자 모두에게 향수 또는 낯선 문화로의 상상체험을 선사해줄 메타포가 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캐릭터를 통해 향수와 상상의 문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데, ‘복고’는 의미 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이제, 캐릭터와는 왠지 부조화를 이룰 것 같은 ‘복고’라는 메타포가 캐릭터 일각에 어떤 모습으로 트랜드화 되고 있는지 캐릭터계의 ‘복고바람’을 살펴볼까요?


니토 디자인은 캐릭터계에 ‘복고바람’을 주도적으로 프로세스 하는 경우 입니다.
시골소녀 [우리 순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병아리나 종이 전화기, 달고나, 수박서리, 엿장수 등의 아이템들을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감성으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순이의 일기는 우리들 자신의 옛 그림일기이며, 담임선생님의 코믹한 답 글 또한 한번 스쳐 오면 현실에선 막연한 그리움이 되는 향수의 언어입니다.

마시마로나 졸라맨처럼 직설적이고 감각적인 어법을 쓰진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순이]가 가식적이거나 무미건조하게 보여지지 않는 것은, 이미 어느 한 시점에 분명 존재했던 현실을 추억할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과거를 얘기하지만 현실에도 존재하는 그림일기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순이]의 호흡을 몰래 훔쳐보는 만만찮은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지요.

[우리 순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나 이뻐요?’하면서 입만 벙글거리지 않는 것은, [우리 순이]로 대표되는 그 시절 우리들의 감성이, 분출하고 싶었으나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던 굴절의 문화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don’t touch woori sooni” 라는 카피는 오히려 ‘복고’에 대한 열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는 [우리 순이]만의 깜찍한 도발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합니다. 또한, 싸가지 버전을 통해 수동적인 향수에만 시각을 맞추지 않고 엽기 발랄한 코드를 삽입, 애교있는 반전을 선사하면서 순이를 보다 복잡 다중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인식시키는 참신한 기획을 선보입니다.
‘복고’ 트랜드는 비단,순이 처럼 사람 캐릭터에만 투영 되지 않습니다.

만두 자체가 의인화되어 전면에 드러나는 인디웍스의 [만두전빵]은 70년대 성북동 만두가게를 배경으로 복고 트랜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합니다.

[만두전빵]은 특히 플롯이 돋보이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 만두 캐릭터들의 개성을 확실히 나타내고 복고풍의 캐릭터 인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미디어의 응용을 과감히 전개합니다. [만두전빵]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주제가와 ost를 방불케 는 [만두전빵]만의 사운드는 짜집기 음악편집에서 벗어나 복고풍의 독자 개발한 사운드로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더욱 감성 어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합니다.
이는, 이미지의 복고풍만을 강조한 캐릭터의 언밸런스 팬시화 개발 루틴에서 벗어나 [만두전빵] 캐릭터들을 사람들의 뇌리에 능동적으로 각인 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만두라는 음식이 과거의 전유물만은 아니지만, 70년대라는 추억 한편의 페이지를 극적으로 설정해, 연속극이나 영화처럼 멀티 비쥬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만두전빵]은 뭔가 다른 차별성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복고’는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느낌 보단 스노우 돔 속의 또 다른 세계처럼 판타지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개그, 영화, 음악, 패션과 같은 다양한 매체와 접목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캐릭터를 개발하고 접근해보는 시도가 계속되어진다면, ‘복고 바람’은 세대를 관통하며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우리의 인간성 회복은 문화를 통해 재해석되고, 캐릭터는 곧 문화이기도 하니까요.
이미 경험했거나 혹은 접해보지 못한 한 시대의 특수한 문화를 트랜드화 해서 사람들 감성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그리 만만하고 간단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이제, 캐릭터로써 그 가치와 매력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벤처 정신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보다 훨씬 더 판타지한 세상으로의 초대장을 선물해 줄 거라고, 복고풍 캐릭터들에게 희망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리순이]는 만화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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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현
안녕하세요 꽤나 허접한 휴학생임니다 곧 군대 갈꺼구요 생각없이 놀구 있어요ㅡ.ㅡ 음... 누군가의 소개로 여길 가입하게 됐슴다 좀전까지 대학로에 계시던.. 몇몇분들의.... 가입 시켜주세요..ㅠ_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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