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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캐릭터 디자인과 디자이너

2003-10-28


제법 쌀쌀한 공기가 느껴지는 10월달입니다.
조금 지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군요. 월동준비 잘하시고, 아울러 2003년을 보람차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이 컬럼을 시작한지도 1년이 넘었군요. 캐릭터에 대한 발상, 드로잉하는 방법 등을 폭넓게 다루어 볼 생각으로 시작한 컬럼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사실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 입니다....^^;)중간에 건너뛰고, 내용도 충실하지 못한 점, 특히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답장을 거의 보내드리지 못한 점등을 여러분에게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12회를 마지막으로 컬럼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메일의 경우 하나하나 답변을 드리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했었습니다. 이점을 이해해 주시고 다시 메일을 보내주시면 컬럼이 끝난 후에 답변을 최대한 해 드릴 생각입니다.

이번 컬럼은 2회에 걸쳐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캐릭터다 애니메이션이다 하는 것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오락거리정도로(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취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수준이 올라가고 거기에 따라서 문화적 욕구가 상승하면서 캐릭터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소위 문화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의 캐릭터의 다양한 응용과 상품화에 자극을 받아서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다시 말해서 각광받는 분야로 화려하게 변신하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약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부분을 외국의 캐릭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뒤로 쳐져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저는 캐릭터 시장이 성숙되려면 2가지 요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문화고 다른 하나는 산업입니다. 우선 이번 컬럼에서는 문화에 대하여 다루려고 합니다.


문화는 다시 말하면 캐릭터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캐릭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전체가 캐릭터를 향유하지 못하고 일부계층에서만 즐기고있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있으면 ‘다 큰놈이 애들처럼 만화나 만화영화를 보다니...쯧쯧’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또 ‘아니 그림 몇 개 그려주는데 뭔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아?’ ‘이번에 디자인 작업을 의뢰했는데 캐릭터는 서비스로 해주지?’하고 말씀하시는 업체 사장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캐릭터를 왜 개발하나? 외국의 검증된 캐릭터를 비교적 싼 로열티를 주면서 사용하면 되지’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니야? 그건 우리나라에서는 통용이 안되지 외국이라면 몰라도...’하시는 디렉터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캐릭터에 관한 사회적 시각, 문화의 수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들입니다. 요즈음 일본, 미국, 유럽에서 날아온 많은 캐릭터들은 까다로운 자국의 시험을 훌륭하게 통과하고 그 나라의 문화대표로 우리나라에 온 것입니다. 온 사회가 캐릭터를 사랑하고, 만화와 그 파생산업도 당당한 문화의 한 줄기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선진국들에서 온 무시무시한(?) 상품이란 말입니다. 지금도 그들은 독특하고, 재미있고, 작품성이 있는 캐릭터들을 계속 만들고있습니다. 우리는 요즘 경쟁력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바로 그 경쟁력이 빵빵한 캐릭터들이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하여 계속해서 자국시장을 넘어 세계로, 모든 세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의 걱정은 우리의 다음 세대인 아이들입니다. 포켓몬, 세일러 문, 스누피를 보는 아이들은 그 속에 빨려들 듯 몰두합니다. 일본문화에, 미국문화에 노출됩니다. 그 아이들은 자라서 일본, 미국의 문화에, 상품에 이질감을 보이지 않고 잘 적응하고 적극적인 구매층으로 떠오를 겁니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어 가고 있지요. 아이들처럼 뛰어난 흡수력을 보이는 세대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 때에 받아들인 경험은 의식, 무의식 중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만화, 일본만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문화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대가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래서 본인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일본인 스텝들과 함께 만든다고 합니다. 일본인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은 일본인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백번 동감하는 말입니다. 저만해도 어렸을 때 일본, 미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상품들을 보면서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주인공을 만드는 나라는 정말 멋진 나라일꺼야! 아! 한번 가보고 싶다.’하는 생각을 하면서 무턱대고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자라면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생각의 밑바닥에는 그들의 문화와 관련 산업에 대한 어렸을 때의 동경, 부러움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손으로 된 우리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것을 사랑하고 ‘우리’라는 토대에서 다른 문화, 다른 상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문화라고 하는 것이 사회적 시각이라는 것이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세대를 통하여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급하니까 중요하니까 빠른 시간에 발전시키고 성숙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문화 선진국들도 많은 세대를 통하여 지금의 위치에 와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잖아!’ 하실 겁니다. 사실 문화니 사회니 하는 부분은 시간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안주하며 조류에 그냥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단 1명이라도 개성있는 디자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키워주고, 믿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캐릭터에 미치고, 캐릭터를 사랑하고, 캐릭터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디자이너와 함께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천재가, 매니아가 전체에 자극을 주고 전체를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이제는 침체된 영화계에 자극을 준 ‘쉬리’, ‘친구’같은 역할을 할, 사람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을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요즘 우리는 개성있는 창조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하여 전에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마시마로’란 캐릭터가 플래시를 통하여 우리에게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우리나라를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강국으로 만들게끔 한 일등공신이 된 것, ‘둘리’가 만화를 통하여 세상에 등장한 후 각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장수 캐릭터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캐릭터의 패러다임을 창조해 가고 있다는 것. 하나가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또한 그 뒤에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재주있는 디자이너, 만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들을 인정하고 믿지 못했다면 ‘마시마로’, ‘둘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풀 애니메이션(1초당 24장의 그림을 사용하는 전통방식의 애니메이션.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으로 작품을 만드는 ‘디즈니’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초당 12장 이내의 그림이 들어간다. 따라서 많은 제작비의 경감 효과가 있다.)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스카’의 ‘무시 프로덕션’은 똑같이 보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돈을 많이 들여 제작하고, 사회가 그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방면으로 지원해 주고 그 캐릭터를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 선진국이 부럽지만 우리가 한 사람의 천재를, 매니아를 발굴하고, 인정해서 시작은 작았지만, 초라했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캐릭터 문화도 점점 성숙되고 다양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렵고 힘든 이때입니다. 하지만 많은 우수한 국내의 디자이너들이 조금씩 세계의 문과 우리들 경직된 문화의 문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같이 동참하자구요. 함께 나아가자구요. 사고를 치자구요! .....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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