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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김풍을 모른다면 대략낭패요

2004-08-17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주위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 속에서 현대인들의 삶은 점점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폐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이런 현상은 ‘폐인’이라는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폐인(廢人)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병이나 못된 버릇 따위로 몸을 망친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폐인은 몹쓸 짓을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닌 무언가에 미쳐 심하게 몰두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폐인' 열풍 속에 ‘아햏햏’, ’귀차니즘’, ’뷁’, ‘방법하다’ 등의‘신 인터넷 문화어’들을 유행하는 가운데 김풍이라는 젊은 작가가 있었다.
시간 날 때마다 심심풀이로 그린 만화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다가 어느덧 만화가라는 칭호를 얻게 된 그는 다음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폐인의 세계’ ‘폐인가족’과 같은 일련의 폐인 시리즈물을 연재 중이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여 온,오프라인을 통해 홍보와 판매를 하는 등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정상적인 삶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지닌 김풍을 만나보았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고구마 언덕" 구경가기

만화는 언제부터 그리게 되었고, 캐릭터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있다면?
캐릭터 디자이너? 너무 거창하다. (웃음)
인터넷 문화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써 상업적 의도로 만화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다 같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김풍이라는 이름이 본명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본명을 밝힐 수 있나? 아니면, 김풍이라는 필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가?
본명은 김정환이다. 예전 나이트 클럽 경연대회를 나갔다가 우연히 가명을 사용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전공이 미술이라고 알고 있다. 미술의 여러 장르 중에서 만화라는 것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사람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많은 방법을 사용한다.
글이 되는 사람은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음악이 되는 사람은 음악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그래서 그것들보다는 자신 있는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만화가 된 것 같다.

캐릭터 디자이너와 만화가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자신을 어떻게 불러주었으면 하는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나 분명히 다르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우리는 그 들을 캐릭터 디자이너라 부른다. 캐릭터를 조형물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만화라는 표현도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만화가는 자신의 생각을 그림과 글로 표현, 상상의 세계를 스토리화 해 나가는 창조자로 볼 수 있다. 나 김풍은 평범한 만화가이다. 내 스스로를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것저것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 엔터테이너로 불려지고 싶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이며, 좋아하는 디자이너 또는 만화가가 있는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심슨’이다. 그 만화를 보면 미국인들이 부러워진다.
심슨은 미국의 중산층보다 못한 서민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수정의 ‘둘리’를 좋아한다. 자칫 아이들의 만화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이 봐도 좋아할만한 만화이다. 길동이 아저씨는 박봉에 시달리는 과장이고, 집에 애들도 잔뜩 있다. 그런 현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서민적인 만화이다.

모 통신회사(하나로)의 CF모델로도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찍게 되었으며, 그 후의 변화는 무엇인가?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제안하신 분이 폐인만화의 팬이셨다. 인터넷상에서 떠오르는 사람을 주제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운 좋게 내가 되었다. 그 후 변화라 하면 살이 많이 쪘다는 것 정도.. 10킬로그램 정도 쪘다.

폐인가족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폐인의 세계가 만들어진 후에 다음 미디어에서 연락이 왔다. 할까말까 고민을 한참 하다가 시작하게 되었는데 폐인을 다루면서도 가족적인 것을 생각하다 보니 폐인가족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폐인가족을 보고 우리집을 옮긴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폐인가족이 다른 만화와 다른점이라고 한다면?
꼭 폐인가족에 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 폐인 얼굴 형태 자체를 가진 아이들을 폐인 패밀리로 만들었다. 캐릭터를 보면 바로 ‘폐인’ 캐릭터가 떠오르게끔 눈에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다. 애초부터 누구나 따라 그리기 쉽게 만든 캐릭터이다. 너무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게 한 의도가 숨어 있다.

폐인을 사회화한다는 비판이나, 소재나 내용에 대해서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초창기에 그런 비난을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지금은 그런 말을 듣지 않는다.
폐인이라는 말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나쁘게 생각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오히려 홍보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극장호신술이라는 만화도 폐인가족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약간은 복고풍의 만화인데, 이것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는가?
자기방어법이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것과 영화관을 연관시키다 보니 ‘극장 호신술’이라는 만화가 그려지게 되었다. 약간 촌스러움을 가미해서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사회적 이슈 또는 숨은 뉴스들을 진지하지 않게,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아이디어 팁은 보통 어디에서 얻는가?
웹 서핑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고, 친구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오기도 한다. 갑작스레 생각이 나면 내 자신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서 나중에 기억해낸다. 물론, 대개는 마감에 임박해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활용했기 때문에 네티즌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인데, 주로 반응은 어떠한가?
당연하겠지만 재미있을 땐 반응이 물론 좋고, 그렇지 않을 땐 차가운 반응이 되돌아 온다. 가끔씩은 나의 사고방식이 굳어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미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차가운 반응을 얻을 때가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만화가 우리에게 보여지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한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소재를 생각하고 타블렛 위에 러프하게 스케치 한 뒤 채색으로 마무리 한다. 설명은 이렇게 너무 간단하지만,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웃음)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내가 하는 습관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로로 된 일직선을 긋는 것이다. 가로로 선을 그었을 때 선이 평행하지 않고 비뚤어지면 그림이 잘 안 나오는 징크스가 있다.

만화가로 시작을 해서 이렇게 캐릭터 상품이 나오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캐릭터의 상품화는 모든 만화가 혹은 캐릭터 디자이너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폐인캐릭터를 만들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리라고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많은 네티즌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그러다가 좀 욕심을 갖고 정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젝트109(www.project109.net)식구들하고 같이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기로 한 것이 지금의 폐인캐릭터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워낙 폐인캐릭터 자체가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디씨인싸이드)에서 만들어졌다 보니
일반적인 성격보다는 상당히 매니아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거기에 '폐인' 이라는 말 자체가 네거티브한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이 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캐릭터의 인지도를 많이 쌓으려 노력 하였고,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노출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시도 하였다.
현재, 디지털콘텐츠로써의 온라인 상품인 캐릭터는 고구마 언덕(http://kimpoong.net )을 통해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어느 정도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산업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법적, 제도적인 문제점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거창하게 캐릭터 산업이나 이런 것 까진 아직 배움이 부족하여 잘 모르겠다.(웃음)
그냥 이제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입장에서 말을 하자면, 현재, 많은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개발하여 상품화를 하려고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나 또한 그런 꿈을 꾸고 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개발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환경은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가 없었다. 디자인만 할 줄 알아서는 안되고, 법도 알아야 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 등록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혼자 직접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변리사 사무소등에게 맡기긴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데다가 그렇게 등록한다 치더라도 정식적으로 상품화 하는 건 더욱 어렵다.
TV나 잡지 등의 오프라인 언론 매체에서 부각이 되지 않는 이상 캐릭터의 상품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것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는 지난 캐릭터페어와 같은 연례행사뿐 인데 그나마도 정부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없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폐인가족으로 만든 캐릭터 상품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 그리고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캐릭터의 특성상 아직은 온라인 상품이 대세를 이룬다.
고구마언덕, 싸이월드, 세이클럽, 다음, 버디버디, 조이온등의 인터넷 업체에 아바타나 스킨 등을 판매하고, 네이트땅콩으로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모바일으로 다양한 게임들과 만화를 서비스 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품으로는 다이어리수첩, 인형, 열쇠고리 등의 문구류를 주로 만드는데, 앞으로는 독특한 기능을 갖거나 상품 자체가 재미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면식수행, 아햏햏, 뷁, 대량 낭패 등 많은 신종 유행어를 창조하거나 유행시키고 있는데 이런 유행어들의 순작용과 역작용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면식수행’, ‘대략 낭패’ 등의 유행어는 내가 만들어냈지만, 뷁, 아햏햏 등의 말들은 내가 창조한 건 아니고, 이미 다른 누군가가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신조어들이 주는 순작용은 다양한 문화가 생겨나게 되고, 말을 줄여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활용만 잘한다면 좋겠지만 옳고 그르다는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역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누군가가 어떤 글을 올렸을 때 그것이 거짓정보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해버리게 되거나 믿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나 사회, 문화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엄청난 흉기가 되어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소문에 의해 우매화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라는 면과, 외계어라는 면이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둘의 구분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말이 재미있고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쓰라고 하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쓰게 된다. 외계어라는 것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국어를 파괴한다거나 언어를 망친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곧 유행이 지나버리면 쓰지 않게 된다. 그래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100년, 200년이 지나도 외계어라고 말하는 것이 쓰인다면, 그 후에 가서는 이것이 오히려 표준어가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폐인이 꿈꾸는 세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e- 편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을 갑갑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게 아닐까?. 현실이 곤란하다면 온라인에서만이라도 최대한 편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폐인이 꿈꾸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나 만화를 그리고 싶은가?
풍자나 해학을 배제할 생각은 없다. 사회를 아주 쉽고 편하게, 그리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만화를 그렸으면 한다. 폐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두운 것 보다는 좀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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