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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나] 그 이상을 말하는 이미지-PACKAGE

2003-06-22

이왕이면 다홍치마, 옷이 날개,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 바로, ‘외양’을 강조하는
고유의 표현들입니다. 척하면 착하고 떠오를 만큼,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외양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늘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 제가 속한 시대라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외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현대에 들어와서 점점 더 노골적(?)이고 기술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모회사 화장품 광고를 한번 봅시다. 여자친구 얼굴을 보면서 '맨살을 다 보았다'고 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맨살을 다 보여 주지 않았다'라고 답하죠. 최소한의 치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는 '고도 치장 기술의 시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광고입니다.

어디 사람뿐입니까? 모든 것이 다 그렇습니다. 리모델링 된 낡은 'before건물'보다
'after건물'은 평당가격부터가 다르고, 색칠만 잘해도 중고차 가격이 쫙쫙 올라갑니다.
똑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포장지를 입혔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알만한 브랜드
딱지라도 하나 떠억하니 붙이면 가격엔 날개가 붙습니다.

오늘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수많은 ‘포장’ 중에서 다양한 병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병,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소주병, 맥주병 같은…)을 살짝 틀어봄으로써
그 속에 든 제품의 가치를 적게는 두세배, 많게는 수십배 이상 향상시키는 마술 같은 경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모세의 십계명 마냥 타이포그라피로 장식된 중후하고 고급스런 느낌의 병 Package를 먼저 볼까요.
Sociedade Quinta Do Portal SA 사에서 제작 된 병 Package인데, 느낌이 어떠십니까?
사실 병 자체의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블랙 병의 컬러와 회색의 병 포장과 요철이 있는
타이포디자인 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묵직한 맛을 주고 있습니다.

호피 무늬 같은 강렬한 패턴으로 디자인된 병도 함께 비교해 보시고, 전혀 다른 분위기로 와 닿는 Tsuyoshi Nishimura의 재미난 패키지도 만나 보십시오. 병 모양은 비슷해보여도 받아들이는 느낌만큼은 전혀 다를 것입니다. 고급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스하고 인간적인 만화 일러스트까지- 비주류적인 디자인이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Shiseido사의 화장품 페키지는... 용기라기보다는 물방울이나 보석을 보는 느낌입니다. 향수병이나 화장품디자인에 있어 필수인 고급감과 세련미가 물씬물씬
풍겨 나옵니다. '사용가치' 보다는 '감상가치'에 치우친, 사치스러운 치장이 아닌가 의심을
품어볼 정도입니다. 멋진 화장대에 이런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가지의 사이즈에 각기 다른 형태의 디자인- 그러면서 전체적인 통일감을 잃지 않은 디자인 포멧과 컬러... 여러가지로 Lay out을 해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제품들의 특장점이 거의 유사해져 차별화가 어려운 요즘, 어쩌면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더 호감을 줄 수 있게 하는 겉치장은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 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 많은 이들의 정서를 지배해 온 '이왕이면 다홍치마' 철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때때로 '다홍치마'에서 '연분홍치마'로, 약간씩의 자리이동은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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