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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야한 점, 별난 점, 색다른 점- 점점 재밌는 ‘쩜’광고 몇 점.

2003-06-22

‘점’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저는 ‘점’하면,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가 생각납니다. 하루 종일 쉴새 없이 너트를 조이던 채플린이, 여성의 가슴팍에 달린 – 너트처럼 생긴 – 단추(点)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달려들던, 우습지만 가슴 아픈 모습이 기억나는군요. 점박이 강아지들이 떼로 몰려다니던 ‘101 달마시안’과 그 후속편 ‘102마리 달마시안’, 그리고 유치환 시인의 ‘울릉도’라는 시에 나오던 ‘한 점 선’ 이라는 구절도 떠오릅니다.

‘점’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것들 – 디자이너에게 점은 무심코 흘려 버리기엔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로는 그 자체로, 때로는 그것들이 모인 선으로, 면으로, 세상의 모든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점 – 점이야말로 디자이너가 평생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이자 아군이 아닌지…

오늘은 수많은 광고 중에 점을 비롯한 다양한 기호가 주제가 된 광고 몇 편을 보겠습니다.

광고 대행사 M&C Saatchi가 제작한 vogue.com 광고 입니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의 시대로 넘어가는 잡지시장의 새로운 추세를 반영하는 광고로, ‘여성’을 상징하는 젖꼭지를 . com과 연결시켰습니다. 구구절절한 카피 없이도, 그저 한방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군요. (좀 야한가요? 재미있는 글과 눈요기로 저를 즐겁게 하는 ‘매거진정글’의 ‘섹시한 광고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비주얼이라구요? 에이… 이 정도 가지고 뭘… ^ ^ )

광고대행사 TBWA \ London에서 제작한 Sony Computer Entertainment Europe의Playstation
게임기 옥외광고입니다.

땡땡이를 비롯해 사각형, 삼각형, 곱하기 등 플레이스테이션을 상징하는 기호를 내세워 만든 파격적인 광고입니다. 처음엔 ‘이것도 광고인가?’ 의아했습니다만, 무수한 기호들이 그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하’ 하면서 웃음짓게 되더군요. (쉰 세대라 역시 한발 느린가 봅니다. ) 젊은이나 게임을 하는 이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저 무지막지한 점들의 위력 – 역시 Sony 다운 광고 입니다.


무심하게 보면 쫄티를 입은 남녀가 껴안고 있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비주얼입니다. 광고인지 아닌지 헤드라인이나 회사이름마저도 없습니다. 거의 ‘노땅’을 놀리고 있는 게 분명 한데…

비밀은 ‘점’입니다. 남녀의 젖꼭지를 자세히 보시면 여느 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상징하는 원과 세모와 네모 그리고, 곱하기 기호가 어김없이 숨어있습니다. 별나게, 색다르게, 재미있게 만들었죠?

제품과 헤드라인을 큼직하게 집어 넣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모델이 ‘헤~’하고 웃는 게 일반적으로 익숙한 우리의 광고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상징, 기호만 잘 이용해도 얼마든지 보는 이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위의 광고들은 보여줍니다. 혹자는 ‘뭐 이런 광고가 있어’, 또는 ‘너무 어려워~ 뭘 이야기 하는 거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늘 보는, 그래서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 일차원적인 광고의 홍수 속에선 이렇게 신선하고 용감한 표현들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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