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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고정’과 ‘관념’을 넘어서

2004-02-17



일반적으로35세가 넘으면 본인도 모르게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생각들이 굳어져 일종의 타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생활의 90% 이상을 습관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니, 아무리 크리에이티브를 외쳐대도 익숙함에서 벗어 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모든 것들에 습관의 타성이 생기고 편안함에 길들여 진다는 것이죠.
이런 익숙함과 길들여짐이야말로 크리에이터에겐 치명적인 게 아닐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육이나 주위의 환경, 개인의 습관이나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쌓여진 연륜이 때론, ‘노하우’가 되기 보다는 ‘노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문제를 정확히 포착, 예리한 판단력과 직감으로 정열을 다해 임한다면 타성이나 습관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준비와 심사숙고, 시행착오와 고민, 완성도 있는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갖춘다면,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문제입니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고민한 만큼,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사고의 폭을 넓힌 만큼, 나오는 것 또한 크리에이티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크리에이티브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게 아닌 有에서 有를 새롭게 재구성 하는 것이라구요.
아이디어란 건, 행운의 여신이나 신령님이 점지해 주시는 게 아니라 찾아 내고 발견해 내는 것 –
그래서 더욱 큰 가치를 가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온갖 노력 끝에 ‘아이디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비로소 첫걸음을 내딛는 희열을 생각해 보시면서, 고정관념을 탈피한 작품을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동네 이장의 쉰 목소리가 나오던 고전적 디자인의 확성기에서부터, 네모 반듯반듯한 스피커를 거쳐, 삼각형과 원형 디자인의 파격적인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
스피커 디자인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리’와 ‘음악’이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형태부터 범상치 않은 위의 작품은 마치 ‘소리 난다고 다 스피커는 아니다’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Bang & Olufsen사에서 기존의 스피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내 놓은 최고의 야심작 - ‘Beolab 5’라는 작품입니다.
스피커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천만원 선. 주변 환경에 따른 최적 사운드 자동조절 기능과 혁신적인 디자인…
이제, 지금까지 머리 속에 담아 두었던 ‘스피커’란 개념을 조금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고놈 참, 재밌게 만들었네…”

냉장고는 용량에 따른 크기와 문짝의 숫자, 색상 같은 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엇비슷하고 평범한 생활용품 입니다.
하지만 위의 제품은 기존의 냉장고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에코디자인을 적용한 미래형 냉장고인데, 독특한 곡선과 대담한 디자인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Zanussi가 발표한 컨셉트 냉장고 OZ.

몇 개월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이 쏟아지는 핸드폰… 폴더형, 플립형, 슬라이드형, 카메라 내장형…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를 능가하는 메가픽셀 동영상 고화질폰에, 갸름하고 뽀얗게 나오는 ‘얼짱폰’, 터치스크린폰,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폰, 보디가드 기능 휴대폰– 새롭게 출시된 휴대폰 디자인은 아마 수천, 수만 종이 넘지 않을까 추측 됩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핸드폰’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죠.
그런데 위의 작품은 좀 달라 보입니다.
조약돌인지 콩인지, 비대칭형의 불규칙한 모양으로 깜찍 발랄하기 이를 데 없지만, 덮개를 열면 키패드가 있는, 엄연한 핸드폰입니다.
KDDI 프로젝트가 공동 개발한 Ishicoro의 포로토타입의 휴대폰입니다.



‘기차’나 ‘전화기’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연기가 퐁퐁 나는 증기 기관차나 손가락으로 돌리던 다이얼 달린 전화기를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우리가 떠올리는 사물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쉽고 익숙한 형태로 기억되게 마련입니다.
또 타성이나 관습을 쉽게 버릴 수 없듯이 전혀 새롭게 디자인된 오디오나 냉장고를 선뜻 구입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죠.
하물며 기존에 형성된 가치나 형태를 부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겠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항상 새로움을 찾아 살아왔고, 새로운 디자인이란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이상은 또다시 고민해야 하는 것을…
타성이나 고정관념에서 조금이라도 먼 젊은 날에 아이디어 하나라도 더 찾으시고, 크리에이티브가 마르지 않는 ‘노땅’이 되기 위한 각자의 준비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사람들이란 매사를 고정관념대로 살아 가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합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이란 걸 느낄 여유도 없이 첨예한 현장에 우리 디자이너가 존재 하는 건 아닌지요?
또다시 봄이 시나브로 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날개를 활짝 펴보시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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