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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가로등 그 이상이 되어라

2008-02-12

창백한 가로등만이... (진미령 ‘소녀와 가로등’)
가로등도 졸고 있는...(김수희 ‘못 있겠어요’)
희미한 저 가로등...(포지션 ‘lonely day’)
휘어진 가로등 아래...(에픽하이 ‘nocturne’)
흔들리는, 뿌연, 차가운, 어둔, 외로운, 화사한, 하얀, 밤 세도록, 가로등 되어...

낭만과 서정적으로 표현된 감성적인 노래나 구절이 많습니다. 특히 만남, 이별, 눈물, 사랑을 주제로 한 대중가요 속에 가로등은 빠지지 않는 소재였습니다. ‘촛불’, ‘초롱불’, ‘백열등’, ‘등대’, ‘별’과 더불어 불 밝히는 ‘등(燈)’은 낭만과 희망의 이미지로 우리의 뇌리에 반짝였지만 이즈음 의미는 점점 희미해져 갈뿐입니다.

못내 아쉬워 헤어지는 골목 어귀에서 기습 뽀뽀가 이루어지거나, 짧은 이별이나 영원한 헤어짐이 이뤄 지는 곳이 가로등 아래가 제격 이었는가 봅니다. (왠 놈의 가로등 근처는 흐리거나 비마저 자주 오는지...)
다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 정도에나 어울릴법한 옛날 이야기죠. 로맨틱한 대중가요 가사나 어느 흐릿한 시구(時句) 속에 아직도 있으려나... 어쨌든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밝히면 그만이고, 치한이나 범죄 예방을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 버렸습니다만, 허술하게 제작된 가로등은 비가 올 때 어쩌다 감전 사고가 발생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해 가로등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합니다.


‘희미한 가로등’은 밝은 lux의 등으로 바뀌어야 하고, ‘졸고 있는 가로등’은 무인 카메라로 교체 되어도 안심이 안 되는 형국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삭막한 시멘트(도시는 늘 ‘삭막한 시멘트’라고 표현하죠) 도시에서 말 탄 왕자나 예쁜 레이스의 드레스 입은 낭만적인 공주를 꿈꾸듯, 공원이나 테마 거리의 가로등은 유럽의 성이나 오래된 도시에서나 어울릴 법한 알록달록 클래식한 형태의 가로등도 수월찮게 볼 수 있습니다. 대로변의 밋밋한 현대식 가로등과는 퍽이나 대조적입니다.

최근 도시 정비나 거리 조성 차원에서 지방 자치 단체들은 도로나 주변 환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로등도 각 지방의 특별하고 고유한 이미지로 대표성을 내세우는 디자인으로 하나 둘 바뀌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로등에 첨단 장치를 더하거나 꽃 화분을 둘리고 행사용 현수막을 장식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등 새로운 관심을 가지기 시작 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딜 가나 엇비슷하고 밋밋한 쇳덩어리 가로등이 형태뿐 아니라 컬러나 디자인에 있어서 조금씩이나마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지역마다 특색이나 색다른 모양의 반영까지는 괜찮은데 너무 과한 디자인으로 오히려 복잡하거나 조잡하여 주변과 어울리지 않은 디자인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의욕과 욕심도 좋지만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 특히 주위와 조화를 고려하여 디자인을 결정하고 신중하게 설치해야 할 우리들의 소중한 시설입니다.

지금 가로등은 1차적인 불 밝히는 기능에서 업그레이드로 변신 중 - 디자인은 이틈에서 빠질 수도 없고, 놓쳐서도 안 되겠습니다. 낮에는 거리를 장식하는 조형물이 되고, 밤이 되면 아름답고 멋진 불을 밝히는 가로등 그 이상이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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