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4
디지털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업, 플립커뮤니케이션즈(이하 플립)가 다시 태어났다. 창업 15년 만에 전사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한 것. 1년 여의 시간 동안 이어진 그들의 리브랜딩은 단순히 CI, BI 등 기업의 겉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플립이 쌓아 온 가치를 재정립하고, 앞으로를 위한 지속 가능 한 이야기까지 새로이 만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니 뼛속까지 변신한 플립.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회사의 결정이 아닌 내부 직원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사실. 제안에서부터 진행까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플립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밴스드 랩(Creative Advanced Lab)팀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플립커뮤니케이션즈(www.pulipinc.com)
플립 리브랜딩, 왜?
플립은 15년 된 회사다. 웹에이전시로는 꽤 오래된 회사고, 업계에서의 규모도 큰 편이다. 하지만 회사를 대표할 만한 정체성을 보여줄 만한 것은 부족했다. 때문에 플립이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플립이라는 회사가 추구하는 명확한 가치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브랜드 가치의 재정립이 필요해 보였고, 지난해 3월, 우리 크리에이티브 어드밴스드 랩(Creative Advanced Lab)팀이 먼저 회사에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되었다. 상부의 지시가 아닌 직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회사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고자 했던 이유도 숨어있다. 우리 같은 에이전시는 디자이너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브랜드 이미지로 사내 직원들, 또는 업계 인재들에게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껍데기가 아닌 본질의 이야기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시각적인 이미지를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껍데기 보다는 플립의 가치나 철학 등 본질을 다듬어 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1년 여의 프로젝트 기간 중, 본질을 재정립하는 데에만 7개월이 넘게 소요될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찾아낸 본질은 ‘조화’였다. 세상과 IT의 조화, 그 조화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선도적 디지털 비즈니스 기업이라는 의미의 ‘Foremost Digital Consulting Company’를 플립의 비전으로 세웠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4가지 핵심가치를 도출해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변화를 먼저 인식할 수 있는 ‘Foresight(선견)’,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먼저 움직이는 ‘Foremove(선행)’, 선견과 선행을 바탕으로 도전하여 이루어 내는 가치인 ‘Forepossession(선점)’, 디지털 세상의 조화를 이끄는 ‘Foremost(선도)’가 그것이다. ‘4 FORE PULIP‘이라 칭한 이들 핵심가치는 플립이 추구하는 모든 사고와 행동,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써 적용된다.
세상과 IT를 조화롭게, Blend-it
회사의 본질을 이야기하던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미션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꺼낸 키워드가 이번 리브랜딩의 슬로건이기도 한 ‘블렌드-잇(Blend-it)’이다. 블렌드의 단어적 의미를 보자면 ‘섞다', ‘혼합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예술 쪽에서 이 단어가 쓰일 때는 ‘멋지게 어우러지다'라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는 우리가 꺼내든 ‘조화'의 가치를 형상화하기에 적합한 브랜드 콘셉트로 여기서 ‘it’은 대명사로써 무엇이든지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와 ‘Information Technology’, ‘Internet Technology’ 등 디지털 기술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Blend it’이 적용된 브랜드 시각화 작업은 플렉시블 아이덴티티(Flexible Identity)로 진행되었다.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를 차용한 이유는 앞서 말한 회사의 가치와 브랜드 콘셉트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유연함을 지닌 형태가 보다 적합했고, 지속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형태는 ‘4 FORE PULIP‘, 회사의 4대 핵심가치를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무형의 가치를 시각화 한다는 작업은 꽤나 어려운 과정이었고,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유연함과 확장성도 염두해야 했기에, 최종적으로는 핵심가치를 표현하는 이미지에서 가장 단순화 된 형태를 끄집어냈다.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도출한 이 기본형태는 전체 브랜딩에 걸쳐 패턴으로 다양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모듈로서 자리하게 된다. 그리고 컬러는 플립의 기존 메인 컬러였던 ‘레드(red)’에 +α(알파)를 두는 식으로 하여, 형태와 컬러 모두 가변성을 베이스로 조화롭게 섞이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리브랜딩은 이제부터 시작
플립 리브랜딩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모듈을 이제 막 만든 것 뿐이다. BI. CI는 물론이고 명함, 사원증, 웹사이트, 문서양식 등 회사의 모든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명함 같은 경우 150여명 되는 직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명함 뒷면에 패턴으로 삽입했다. 회사의 아이덴티티만큼 직원 한명 한명의 아이덴티티 또한 중요하기에 많은 수고가 들어감을 알면서도 진행한 부분이다. 또한 명함에는 팀별로 CI 이미지도 각각 다르게 들어간다. 이는 회사 안에 팀, 팀 안에 개인, 회사와 팀, 개인이 서로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플립과 크리에이티브 어드밴스드 랩
회사의 덩치가 커지다 보면 디자인적으로 원하는 일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욕심보다 회사의 수익을 먼저 고려해야 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어드밴스드 랩(Creative Advanced Lab)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디자인에 대한 꿈을 놓지 말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팀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플립의 가치 중 하나인 ‘선견'에 가장 어울리는 팀으로 보다 진일보적인 연구를 통해 트렌드에 앞장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우리가 맡은 역할이다. 그렇기에 이번 리브랜딩도 회사의 지시가 아닌 우리 스스로 연구하고 먼저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