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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바람난 명품 브랜드

2005-07-15


중세 시대에는 명확한 계급에 의한 신분 구별이 있어, 귀족으로 태어나면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평생을 놀고 먹었고, 천민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신분의 벽을 깰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근,현대로 넘어 오면서 이루어진 산업 발전이 자본주의를 잉태해, 대량 생산에 의한 대량소비의 시대를 열었고, 정치 제도도 여러 번의 혁명과 피를 흘린 끝에 신분제의 폐지와 민주주의의 도입이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이 시대에 누리고 있는 이런 모든 혜택은 결국 인류사의 발전과 궤도를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은 바로 ‘개성의 몰락’이었다. 누구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즐긴다는 것이 가격 인하와 평등을 보장받는 대신 ‘나’를 잃어버리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산업 발전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ME-Too 상품을 양산해, 제품과 제품간의 변별력도 없어져 갔다. 이런 소비문화가 주를 이루자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마케팅의 다양한 방법이 선보였고, 성공한 브랜드들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전략을 전개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다.

또한 부를 축적한 하이엔드 소비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명품 브랜드들이 각광받고 있는데, 그 근본 원인을 파고들면 인간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처럼 확실한 신분 제도가 없어진 현대 대중 사회에서 누가 더 잘 살고, 누가 더 파워 있고, 누가 더 위에 있는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지고 밖으로 표출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권력을 좋아하고 경쟁우위에 서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은, 신분제도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남들과 다른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손쉬운 방법인 소비 활동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다.

이런 성향을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인Veblen이었다. 그는 그의 명저 ‘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현대 대중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자기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Veblen effect’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그 동안 학습으로 이해하고,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던‘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합리적 소비자’는 적어도 명품 시장에서만큼은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에 대한 니즈가 있는 한 시장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역으로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명품의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8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100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패션 시장 규모가 3,40조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큰 시장이며,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존재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말만 하더라도 명품 브랜드들은 일반인을 상대로 광고하기 보다는 고소득 상류 층만을 대상으로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자칫 브랜드가 일반인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하면 고급스런 이미지와 브랜드 관리에 구멍이 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반인들이 막강한 구매 세력으로 등장하는 최근에는 앞다퉈 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소비층의 두께를 넓혀가고 있다.

더욱이 명품 브랜드의 주 타겟인 4,50대보다 2,30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광고 또한 점잖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실 명품 브랜드들은 예전에는 자사 제품만을 비주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형적으로 무카피에 고급스럽게 연출된 제품 사진이 광고의 전부라고 해도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때의 광고의 역할은 구매력이 있는 전 세계 하이 엔드 유저들이 보고 ‘이번에는 이 제품을 사야겠군.’ 하는 정도의 유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연령이 낮아지며 그들의 눈에는 지금까지의 명품 광고들이 전부 '꼰대'들의 것이었지 자신들의 감각과 취향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고 느꼈다. 명품 브랜드는 그러한 소비자들의 감성을 알아채,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트렌드를 앞세워 공략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의 명품 브랜드 광고들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섹스어필 광고들을 과감하게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시도하고 있는 섹스 어필 광고들이 전 세계적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섹스라는 코드는 전 세계의 젊은 층들을 유혹하고 흥분시키며 그들에게 명품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광고1,2)는GUCCI 광고인데 도도하고 품위 있는 예전의 광고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남녀의 도발적인 포즈가 범상치 않다.

(광고3,4)는 Dior의 광고인데 특히 (광고3)은 집행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광고의 화제성 못지않게 제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광고5,6,7)을 보면 더욱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광고5)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델을 야릇한 포즈로 촬영해 논란이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예전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외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와 닮으려는 보이지 않은 욕망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광고8,9)는 동성애라는 이슈를 이용하여 주목 받은 작품이다. 명품 브랜드로써는 시도하기 어려운 소재를 이용하여 타깃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명품이면 으레 폼잡고 고상한 척해야 하는데 이 광고에서는 그런 가식을 찾을 수가 없다. 기성세대들은 죄악시하고 있지만 젊은 층들에겐 나와 다를 뿐이지 나쁜 것은 아니며, 죄는 더더군다나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시도했으리라 보여진다.

(광고10,11)도 보여지는 부분보다 감춰진 곳에 성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광고10)을 단순하게 해석하면 한 여자가 누워 있고 그 주위에 여자들이 서 있는 것이지만, 숨겨진 곳에는 동성애와 윤간의 메타포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성심리를 이용하더라도 브랜드마다 다르고 아이덴티티가 있게 소구하고 있다.

(광고12,13)은 섹스어필을 이용하여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캘빈클라인 광고다. 이 브랜드가 섹스어필로 광고 방향을 전환하고 줄기차게 하고 있는 데는 디자이너 캘빈클라인의 광고전략 때문이다. 그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패션 잡지 중에서 소비자의 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섹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캘빈클라인의 광고는 대부분 이런 어프로치를 하고 있다.

(광고14,15)도 섹스어필 기법을 잘 이용하여 광고적으로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도나카렌 광고이다. 특히 (광고14)의 광고 시리즈는 일부 매체에서는 게재가 거부되는 사태가 일어날 만큼 파격적이었다. 여자의 가슴을 남자의 손으로 받치고 있는 모습의 광고는 타깃들에게 단지 광고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사랑 언어로 받아들여 광고 호감도가 매우 높았던 시리즈 광고였다.

(광고16,17)도 도발적인 광고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시슬리다. 광고를 보는 순간 머리로 해독하지 않아도 바로 이게 뭔가를 알게 하는 그런 광고다. 팬티 속에서 열기가 나오고 남자를 향해 유혹하듯 티를 걷어 올리는 여자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이상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명품 브랜드들이 타깃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광고의 소재나 어프로치 방법도 예전과는 180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이 더 이상 4,50대의 전유물이 아닌 20대가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면서, 광고의 방향성도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물론 앞에서 살펴보았듯, 다른 방향 중에서도 섹스어필 광고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어프로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을 하게 하는 이유도, 타깃의 정서에 어필하고 그들이 공감하는 세계적이고 전지전능한 광고 소재가 바로 ‘섹스’이기 때문이다.

글 ㅣ 김원규/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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