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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시대도 국경도 없다!! '남녀 상열지사'

2003-06-20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문과반 학생들은 ‘국어2’라 해서 고전을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그 옛날 창가, 시조, 가사 등등 우리 나라 문학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었죠. 저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주로 임금님에 대한 충정을 노래하거나 부모에 효도하는 내용의 것들이 많습니다만
심심치 않게 등장해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남녀간의 사랑이나 남녀가 서로 희롱하는 것들을 다룬 작품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단어며 노래 구절, 혹은 글귀가 몇몇 됩니다.
그 당시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 생각한 말 중 하나가 ‘남녀상열지사’ 라는 것이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일’, 요즘의 ‘sex’라는 말 이겠죠?
어찌나 인상적이었던지 배운지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심심치 않게 써먹는 단어이며
듣는 사람들도 대충 다 알아듣는 눈치더군요.
또 하나 충격적인 작품으로는 대부분 다 아시겠습니다만 ‘처용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 달 밝은 밤에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가보니 다리가 네 개구나.
두 개는 내 것이지만 다른 두개는 누구 것인지 모르겠구나’

이런 내용의 작품이었는데 바람 피는 아내를 보고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처용은 저를 포함한 모든 결혼하신 분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놓아야 할 대단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보여드릴 광고는 밀레니엄 시대의 ‘처용’에 관해서 입니다.
한눈에 척 무슨 스토리인지 감이 잡히십니까?
네, 맞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막 들어온 남편, 안타깝게도 부인이 다른 남자하고 ‘남녀상열지사’에 여념이 없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도대체 부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 괘씸한 남자들은 누구인가요?
남자가 입고 있는 유니폼에 크게 씌어져 있죠? 바로 전기수리공, 배관공, 그리고 정원사입니다.
전기 고쳐달라고 부른 수리공이, 막힌 하수구를 뚫어달라고 부른 배관공이, 그리고 정원손질을 부탁하기 위해 부른 정원사가 젊은 부인과 남녀상열지사에 빠져있는데도 당신은 계속 그 남자를 부르시겠습니까? 절대 그럴 일 없겠죠?
헤드라인이 재미있습니다.

‘당신이 직접 하시는게 좋습니다. ‘

남편이 스스로 전기도 고치고, 하수구도 뚫고, 정원도 손질하라고 말하는 이 광고는 LEROY MERLIN(르로이 메를렝)이라고 하는 집안 수리에 관한 모든 것들을 갖추어 팔고 있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한다면 일종의 ‘철물점’ 광고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밑에 있습니다.
들어가봤더니 집안을 수리하고 꾸미는데 필요한 모든 연장이며 기기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원하면 어드바이스도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괜히 딴 남자 불러들여 부인 바람나게 하지 말고 직접 당신이 하라고 엄중(?) 경고하고 있습니다.

수리공들의 뒷모습만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중심이 부인과 남편에게 머물게 하는 것하며 남자가 입고 있는 유니폼에 새겨진 글씨를 통해서 르로이 메를렝의 업을 이야기 하고 것들이 ‘광고의 고수’가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섹스와 유머가 뒤섞인 재미있는 광고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광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의 관대함과 여유있음이 부러워집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수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처용’이 있고 ‘처용의 부인’이 있으니 사람 사는 것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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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현
안녕하세요 꽤나 허접한 휴학생임니다 곧 군대 갈꺼구요 생각없이 놀구 있어요ㅡ.ㅡ 음... 누군가의 소개로 여길 가입하게 됐슴다 좀전까지 대학로에 계시던.. 몇몇분들의.... 가입 시켜주세요..ㅠ_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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