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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프란다스의 개 같은 날의 오후

2005-07-27

아마 개는 인간에게 사육된 최초의 동물일 것이다. 물론 지금도 가장 많이 길러지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 추억의 ‘파트라슈’처럼 아주 가깝고 충실한 인간의 동료로 그려지는가 하면 ‘개 같은 날의 오후’라는 영화 제목에서처럼 안 좋은 상황이나 기분이 나쁠 때 우리는 개를 떠올린다. 한마디로 ‘개 같다’는 것이다.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보다는 마음을 알 수 있는 개와 함께 있는 것이 낫다고 하였는데 이는 개가 사람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임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살면서 그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그렇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나아가 개는 인간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개의 성적(性的) 행위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개를 남성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애완견 사료인 페디그리 광고를 보면 할머니가 개를 끌고 식당에 오신 모양이다. 식탁 밑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리를 벌리고 앉은 할머니의 속옷을 물끄러미 처다만 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의 여주인공 은옥이 떠오른다. 한쪽 눈을 실명해 머리카락으로 반쪽 얼굴을 가리고 사는 그녀는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고 절망적인 삶을 산다. 수술을 위해 미군과의 동침도 마다 않는 열 일곱 살 여고생인데 그녀는 개를 자신의 치마 속에 넣어 자신의 성기를 핥게 한다. 이 광고에서도 개가 수컷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성기가 보이게 앉혀놓았다.

한편 개니까 으레 그러리라는 생각들이 또 있다. 먹이를 주면 좋아라 꼬리를 치고 주인에게는 복종하는 그런 모습들일 것이다. 중세에는 교수형을 집행할 때 죄인이 기르던 개를 가져와 함께 처벌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개는 충성심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개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는 충심과 순종이다.

그런 개가 자꾸 배신을 하는 것이다. 피해자인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추격견에게 더러운 팬티를 내밀며 냄새를 맡으라 하는데 개는 고개를 돌린다. 개니까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라는 인간의 고정관념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결국 좋은 사료를 먹여야 개도 한다는 의미이다.

비록 부정적인 속성들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개는 여전히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친구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거나 배반하지 않는 우리의 친구가 바로 개인 줄만 알았는데 비싼 사료가 아니면 그들마저 외면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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