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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궁금증 유발하는 자동차 광고와 티저기법

2005-09-09

궁금증을 유발한 뒤 점차 본 보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광고 메시지의 관심을 높이는 티저기법은 자동차 광고에 유난히 많이 사용된다. 쌍용자동차 SUV 브랜드 카이런, 르노삼성자동차 SM7, 현대자동차 NF소나타는 티저기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광고들다.

티지광고의 장점은 “저게 뭔가?”하는 궁금증을 유발시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다. 중요한 내용을 감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 뒤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광고 메시지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후속편까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티저기법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쌍용자동차에서는 최근 렉스턴 이후 3년 만에 런칭한 SUV 카이런을 티저광고로 제작했다. 카이런 프리-런칭 광고(Pre-Launching AD)는 충격적인 영상으로 티저광고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단이여, 자책하지 말라”는 카피와 함께 고급 승용차 세단이 벽에 머리를 쿵쿵 들이박는 장면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 세단이 머리를 박으면서까지 자책할 수밖에 없었단 말인가?
소비자들이 이제껏 보아왔던 SUV 광고는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카이런은 기존 SUV 광고의 공식을 과감히 깨고 있다. “머리를 박으며 자책하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며”, 급기야 “울고 가는” 세단의 의인화된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표현하기 위해 세단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며 걸고 넘어가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런칭 편 광고 역시 위트와 재치가 넘쳐난다. 카이런이 유유히 등장하자 주차장에 늘어서있던 세단들이 정렬하며 본넷을 착착 들어올린다. 마치 군대 사열식에서 총대를 맞추어 들어올리듯이 말이다. 자동차 본넷이 끼익끼익 열리는 이같은 표현기법은 기존 자동차 런칭 광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세단이여, 입을 다물라”는 카피와 함께 보여주는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세단들이 도열하여 카이런을 숭배하는 듯 하지만, 중의적으로는 카이런의 등장에 놀란 세단들이, 본넷, 즉 입을 벌린다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프리-런칭 광고에서 세단이 자책을 하고, 런칭 광고에서 세단이 입을 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SUV시장이 급성장하면서 SUV의 승차감 역시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승차감 때문에 세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또 스타일이나 유지비 때문에 SUV를 선택하면서도 승차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카이런의 경우, 진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레임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멀티링크 서스펜션 적용이 가능해졌다.
즉, SUV에서도 “세단이 울고 갈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고를 만든 제작진은 이같은 점을 강조하여 위트가 넘치는 카피를 만들게 되었다. 광고의 임팩트만큼이나 위트가 넘치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해 고급 대형 세단 SM7을 출시하면서 완성도 높은 티저광고로 주목을 끌었다. 아울러 한 걸음 더 나아가 SM7 티져 사이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차 위에서 본 차 그림자를 향한 시선 처리로 더욱 더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SM7 브랜드 런칭 이전에 전개되는 프리-런칭 광고(주차장 편)는 능력 있고 도도한 이미지의 한 여성이 자신의 모습이 망가지는 지도 모르는 채 한없이 자동차를 본다는 내용이다.

LOOK & FEEL’의 슬로건 아래 SM7을 알리는 광고 스토리는 ‘특별 허가 필수구역(Sondergenehmigung Bereich II Erforderlich)’이라는 독일어가 새겨진 주차장이 배경이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가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늘씬한 여자가 보인다. 그녀의 모습은 갖출 것 다 갖추고 부러울 것 없는 쿨한 이미지의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을 연상케 한다. 그런 그녀가 주차장 앞을 지나가려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자동차를 보고 눈을 떼지 못한다.
그 때 주차장 덧문은 서서히 닫히고, 그녀는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닫히는 셔터 밑으로 몸을 숙인다. 급기야 여자는 바닥에 엎드리기 까지 한다. 그런 여자의 마음도 모른 채 주차장 문은 계속 닫히고, 여자는 차를 더 보기 위해 자신의 럭셔리 핸드백을 덧문 사이에 끼워 둔다.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함부로 쳐다보지 마십시오 마음을 빼앗길지 모릅니다’라는 나레이션. SM7이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마음을 빼앗긴 그녀, 자신의 옷과 핸드백이 더럽혀지고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차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LOOK & FEEL SM7’의 간단하고 명료한 멘트는 “소비자들이여! 즐겁게 감상했으면, 이젠 SM7을 구매하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이 광고는 자동차의 외형을 전면으로 보여주는 화면 대신 자동차에게 시선을 빼앗긴 여성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도대체 ‘얼마나 SM7이 멋있으면 저렇게까지…’ 라는 의문을 소비자에게 던지듯이.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NF 쏘나타를 살펴보자. 쏘나타 시리즈의 5세대 모델인 NF 쏘나타는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지난해 출시됐다. 현대차는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프리-런칭 광고를 제작, 방영했다. 보라빛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몸을 살짝 떨고 옷을 움켜쥐는 여자.
설레는 표정으로 쏘나타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소비자의 쏘나타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켜 준다.
도대체 어떤 차이길래 눈을 가기로 설레는 표정을 하고 있을까? 쏘나타는 첨단 세타엔진 장착하고 각종 대형급 신기술이 적용된 완전한 신차다. 제작진은 쏘나타 프리-런칭 광고에서도 이런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으로 신차에 대한 설레임을 안대로 눈을 가리며 기다리도록 했던 것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티저 광고는 시선끌기엔 성공할 수 있다. 다만, 후속편이 좋아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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