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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너무나 매력적인 월드컵마케팅

2006-03-28


축구팬의 입장에서 본 월드컵은 영락없는 감동의 드라마다. 그렇지만 그 이면, 기업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마케팅 기회는 없다. 재정경제부 2002 경제백서에 따르면, 국내의 기업들은 14조 7,600억 원에 해당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것이 월드컵이 지니고 있는 마케팅 잠재력이다.
월드컵은 전 세계 10억 명의 시선을 동시에 끄는 인기 행사이며, 타깃 고객이 비교적 동질적이라는 점, 그리고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과 도시, 응원이 가능한 장소 등에서 프로모션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서는 월드컵마케팅의 특성과 유형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각의 마케팅 활동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유형별로 살펴보고, 각 유형별로 월드컵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성공 포인트를 짚어 본다.

공식 파트너(Official Partner)란, 월드컵 경기의 주최측인 FIFA의 공식 스폰서가 되는 것을 말한다. FIFA는 2002년부터 일방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의 스폰서라는 용어 대신 함께 윈-윈 한다는 의미로 파트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단 파트너로 선정이 되면 스폰서십 패키지에 포함된 독점적 권리와 혜택 - 예를 들면 FIFA월드컵의 명칭, 로고의 사용, 경기장 내의 광고판 설치 등-을 확보하게 되며, 이러한 권리를 이용하여 자사 브랜드나 제품의 PR, 광고에 이용하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파트너형 전략을 시행하는 기업의 경우 사전에 계획된 활동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인지도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2002년의 경우 국내에서의 인지도 향상 효과를 조사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몇몇 카테고리의 공식 파트너 업체의 경우 비파트너 기업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난 바가 있는 만큼, 공식 파트너의 지위를 획득한 이후에 보다 철저하게 경쟁사의 전략을 주시하여 자사의 파트너 효과가 약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식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스폰서 비용이 발생된다는 점, 또한 많은 기업을 선정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때문에 사전적으로 반드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파트너형 기업들은 자동차, 이동통신, 필름, 면도기, 신용카드 등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어 모든 기업이 대안으로 생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그리고 월드컵을 호기로 여기는 많은 기업들의 니즈로 인해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등장했다. 매복 마케팅이란 한 조직체가 어떤 행사와 공식적인 후원 관계에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평판과 이익의 최소한 일부나마 얻기 위해, 그 행사와 간접적으로 관련되고자 하는 계획된 캠페인을 말한다. 애초에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나, 마케팅 방법이 더욱 세련되어 감에 따라 월드컵 마케팅을 실행하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갈수록 다양해져만 가는 매복 마케팅의 유형을 나누어 보고 각각의 포인트를 살펴보자.

각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를 후원하는 기업이 되어 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방법이다. 지난 2002년을 돌이켜 보아도 서포터형 전략은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과 함께 가장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구호와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 등 붉은 악마를 소재로 한 캠페인 광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거리 응원이 있는 곳에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서포터즈의 활동을 지원하여 큰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공식 파트너들이 수백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비해 매체 광고비와 서포터즈 지원 비용을 포함하여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만으로 큰 효과를 거둔 것이다.

각국 대표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 및 감독 혹은 대표팀 전체를 스폰서함으로써 월드컵 기간 중 형성된 축구 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순수한 광고 효과 이외에 대표팀 국가의 언론 및 TV방송기자들이 그들과 동행취재를 하므로 이러한 홍보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월드컵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활동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파트너형이나 서포터형과는 차별화되기도 한다.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스타형 전략을 사용한 사례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2002년 월드컵에서 아디다스는 스페인팀, 나이키는 브라질팀을 활용하여 옥외광고 및 각종 광고, 홍보활동을 하였다. 또한 LG전자는 자사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해외에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팀과 러시아대표팀을 후원하여 이미지를 높이는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특이한 사례로 자체 팀을 구성하여 활용한 펩시사도 있다. 펩시는 데이비드 베컴(영국), 파울로 말디니(이탈리아) 등 인기 축구 스타들로 자체 축구팀 ‘팀펩시’를 구성하여 전 세계적으로 광고 및 이벤트를 펼치는 월드컵 마케팅을 열었다.

월드컵 경기가 이루어지는 대회장 주변에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전시장을 설치한다거나 각종 옥외광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광고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활동의 선두주자는 나이키사이다. 나이키는 ‘나이키 파크(Nike Park)를 보지 못했다면 당신은 월드컵을 보지 못한 것’ 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1998, 2002 월드컵 대회에 연이어 자사의 전시장을 설치하여 나이키란 회사와 축구와의 연관성, 나이키가 후원하는 팀이나 선수들을 소개하며 월드컵 붐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여의도에 나이키 파크를 설치하고 청소년들의 축구대회를 개최했으며, 여의나루 역사 전체를 축구스타의 이미지로 도배하며 자사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등 타깃 고객층을 상대로 한 활동을 펼쳤으며, 한국의 서울 이외에도 일본의 동경(요요기 경기장)과 영국의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의 베를린 등 전 세계 11개 도시에서 동시에 오픈하여 효과를 극대화한 바 있다. 독일 월드컵이 DMB 장비와 전용 단말기를 이용한 취재, 전경기 HDTV 생중계 등 스포츠 사상 유례없는 IT월드컵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을 보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자사의 IT제품을 주제로 전시하는 체험형 전략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짝형 전략은 단기적인 프로모션을 위주로한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주로 월드컵 기간 내에 경기의 진행상황에 따라 상황에 맞는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소비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 그리고 업종이나 글로벌, 내수 등 규모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매체를 통해 전개되는 양상을 띤다.

먼저, 인터넷을 활용한 방법으로 각 사이트의 월드컵 관련 소식 및 국가대표팀 관련 사이트에 자사의 배너광고를 띄워 홍보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프로스펙스사는 인터넷 사이트의 월드컵 동영상 코너에 자사의 배너광고를 띄어 이 광고를 클릭해야만 월드컵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GM대우자동차는 ‘월드컵 챌린지’ 프로모션을 기획하여 ‘월드컵 8강에 진출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한국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 할부이자와 원금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월드컵 할부, 아마추어 축구대회 개최, 월드컵 축구공 증정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밖에도 스포츠 이벤트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는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2002년, 16강, 8강 등의 용어나 개최지명을 사용한 각종 상품의 프로모션을 전개한 바 있으며 벌써 올해에도 2006 독일 월드컵을 소재로 한 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 마케팅의 효과와 다양한 유형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마케팅 활동을 실행하는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어떤 유형의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 그리고 올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효과만 노리고 2006년 월드컵 마케팅을 준비한다면 매 4년마다 돌아오는 국제적 이벤트를 제대로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개최국의 이점이 사라진 만큼 단기적 성과는 지난 대회의 수준에 이르기가 힘들 것이다. 2006년의 월드컵 마케팅을 준비하는 기업은 단기적 성과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에서 월드컵 마케팅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고려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참여하고 보자는 식의 운영은 자칫 지금까지 쌓아온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고전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오던 기업이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의 월드컵 마케팅을 기획한다거나, 고가의 고급 브랜드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기본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반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넌센스일 것이다. 자사의 월드컵 마케팅 활동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다른 마케팅 활동과 일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월드컵을 통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월드컵 기간은 글로벌 경쟁자의 브랜드 전략에 대한 방향을 파악하는 기간으로 활용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영향력이 미약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를 키우기 위해 타 경쟁사 대비 차별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한 영역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월드컵 마케팅은 하나의 보조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최근 월드컵 마케팅을 비롯하여 스포츠 마케팅이나 문화, 예술 스폰서십 마케팅 또 사회공헌 활동과 같은 대안적 브랜드 투자활동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활동이 보다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상시적으로 가동되는 마스터 플랜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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