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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광고속에서 남성이 변한다

2007-02-27


말보로 광고에 나오는 외로운 카우보이, 면도를 하면서 의기양양한 태도로 뺨을 탁치는 마초맨 등 이런 부류의 사나이들은 요즘 인기가 없다. 최근 프랑스 광고에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과거에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 70년대 광고속의 남성은 의기양양하게 ‘애프터 쉐이브’를 자신의 뺨에 뿌려댔다.

80년대는 변화의 조짐이 일어났다. 여전히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성들이 TV화면에 나오기도 했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아기를 데리고 등장했다. 90년대에는 예전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책임감이 없는 청년의 모습이나 양성애자, 혹은 물상화된 남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남자가 화장실안에 던져졌던 쿠가이(Kookai) 광고가 나온 이후로 광고 세계에서는 남성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묘한 즐거움을 찾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요즘 광고에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어떠할까?

최근의 루이뷔통(Louis Vuitton) 광고를 보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매우 지배적인 모습으로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가 한 젊은 청년의 어깨 위에 앉아 있다. 얼굴조차 보이지않는 이 남자는 광고에서 장식물에 불과할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셀리오(Celio) 광고에서는 ‘Shoppenboys’라는 인간 남성 마네킹들이 여성고객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Mondadori France 광고회사의 마케팅 부장인 Corine Reynouard는 광고나 영화 속에서 대부분의 보통 남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지 못하며 광고주 또한 브랜드마다 남자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를 알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은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선 아주 놀라운 일이다. 화장품 업계와 향수 업계는 이미 그와 같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유통업계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중성화되는 남성들
남성 잡지를 22개 소유하고 있는 Mondadori France 언론 그룹은 얼마전 ‘미스터 아쉬Mister H.’라는 제목의 연구지를 펴냈다. 연구서에 따르면 남성들이 위기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는 위기설이나 남성성의 재탈환 같은 상투적인 표현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전한다.
중요한 현상은 지난 10년 전부터 남성상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의 광고전문가 Marian Salzman는 현대 남성의 특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종족을 탐지하였다. 그것은 30대의 도시 남성이며 성적으로는 모호하며 별 볼일 없는 남자인 메트로섹슈얼과, 좀더 관능적이고 남성적인 위버섹슈얼이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BrainValue 사장인 Nicolas Riou는 “현대 남성의 3분의 1은 남성, 3분의 1은 표류하는 듯한 상태, 나머지 3분의 1은 여성화되어 모든 것이 혼란상태에 있다”고 상황을 간략히 요약했다.

현대 남성은 예전의 마초처럼 행동하는 것과 부드럽게 보이는 것, 남성적인 것과 말이 잘 통하는 것, 일에 열심인 것과 좋은 아버지인 것, 재미있는 것과 충실한 것 사이의 조화에서 성공해야 하며, 남성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가사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이상적인 남성상은 새로운 종족이며 단순화시켜서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이런 모순적인 모델을 따라갈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Mondadori France 광고사에서 펴낸 연구서 에 따르면 광고 속에 나타난 남성에는 세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돌연변이들’, 둘째, ‘거부하고 반항하는 남성들’, 셋째, ‘일상생활을 포기한 자들’ 등이다. 이와 같은 모습이 광고에서 보여지는 남성상의 현주소이다.


광고속의 아버지 상
피아트(Fiat)의 가정용 밴 크로마(Croma) 광고가 그린 아버지는 현대 남성의 집약체이다. 자상하게도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는 아버지인 그는 침대 밑에 숨어 있는 늑대로부터 아들을 구하는 보호자이며, 가정용 밴의 뒷 트렁크에 늑대를 싣고는 숲에 묻으러 가는 활동적인 남성이다. 피아트사는 자동차의 보수와 손질에만 전념하는 남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뒷좌석에 앉은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선택했다.

마초 이미지의 전통적인 가장은 이제 TV광고에 설 자리가 없다. 요즘 광고는 가정일에 참여하는 어머니적 특성을 가진 아버지를 선호한다. 만일 그가 약간 어수룩하게 보인다면 더 공감을 일으킬 뿐이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 광고에서는 아버지는 아이를 자상히 보살피는 데 전념을 다한다. 아이는 침실의 온도를 확인하게 하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광고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은 어떤가? Universal Mobile 광고에서는 성인이 된 아들이 전화를 너무 오래 쓰지 못하게 하려고 주먹을 휘두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 프랑스의 광고에서는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말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아들이 하루 종일 코알라 새끼처럼 아버지에게 달라붙어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보디 샤워 ‘Persavon’ 광고처럼 정감있게 표현했다.


Persavon의 광고를 만든 Jean-Christophe Blanc은 “부드러움을 여성과 결합시키는 것은 관습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되찾자 부드러움을 아버지와 결합시키는 것이 더 이상 엉뚱하게 보이지 않는거죠.”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진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광고속에 자상한 아버지들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가 가사일의 새로운 균형을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여성을 유혹하려는 광고전술이라는 것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한 예로 ‘Boursin’ 치즈회사 광고에서 요리를 하는 남자를 보여주었을 때, 사회적인 현실을 등장시킨 것이긴 하지만 또한 여성 구매자들을 유혹하려고 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상한 아버지들을 보여줌으로써 광고는 아직도 가사용품의 주된 소비자인 여성들의 민감한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다. 그러니 대량 소비 상품들이 그들의 광고에 이상적인 아버지의 환상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피아트사의 자동차 크로마 광고에서 강조된 뒷 트렁크의 크기만 해도 그것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여성들이 많이 신경쓰는 기준이 아니던가? 남자들이 뒷 트렁크의 크기가 커졌다고 스스로 장을 보고 싶은 동기를 부여받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사치품 시장에서 남자모델 인기
최근 네스프레소(Nespresso) 텔레비전 광고에서 두 여성이 커피에 대해서 말하는 듯 하면서 조지 클루니의 광고 앞에서 그를 평가하고 있다. “어둡고, 강렬하고, 균형이 잘 잡히고, 독특하고, 신비스럽고, 강력하고, 능숙하고 황홀한 기분을 주는, 개성이 강하며, 심오하고 관능적인 남자” 미국 잡지 피플(People)지에서 지난해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뽑힌 그는 남성성과 관능성이 잘 섞인 이상적인 배우자로서 여성들에 의해 손꼽히고 있다. 보통 스포츠 영역이나 시계광고에 많이 나오던 남자 스타들이 이제는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
네스프레소(Nespresso) 같은 사치품 시장에서 그 브랜드를 잘 표현할 스타들을 캐스팅해서 그 상표를 동경하게 만드는 가치까지 덧붙이는 것이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통적으로 여배우나 여자 가수들을 모델로 쓰던 여성적인 사치품들 - 의류, 향수, 화장품 -에 남성 모델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사치품 중에서 특히 향수 시장은 모델답지 않으면서 진정한 남자로 보이는 남성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입셍 로랑의 최신 향수인 롬(L'Homme)은 검은 눈동자가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키는 신비스러운 매력을 풀풀 풍기는 배우 올리비에 마르티네즈(Olivier Martinez)를 모델로 기용하였다. 또 프랑스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은 크리스천 디올(Chrisitian Dior)의 오소바주 향수의 모델이 되었다. 기성복의 경우, 농구선수 토니 파커는 2006년 드 퓨르삭(De Fursac) 광고에 등장했다.

한편 대량 소비재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빗 베컴이 질레트(Gillette) 광고모델로 활동했고 텔레비전 시리즈 CSI의 죠지 이드가 로레알(L'Oreal) 광고에 나타났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많은 남성들이 여러 광고에 얼굴을 디밀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남성 모델을 기용한 광고가 프랑스보다 3배나 더 많고, 일본은 10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남성들이 브랜드의 생산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나 크리스티 털링턴(Christy Turlington)같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상표나 라인을 갖고 있듯이 남성들도 자신들의 이미지를 딴 상표나 라인을 갖게 된다는 것. 한 예로 그룹 U2의 멤버들이 자신들의 아이팟 모델을 디자인했듯, 여러 유명인들이 자신의 상표를 만들 준비를 하거나 이미 시작했다. 남성판 ‘유명인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가사일 잘하는 남자주부
집안에서 가사 일을 하는 사람 열 명중 아홉은 여자다. 세제의 장점을 설득하려면 여성들에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P&G사의 세제 Vizir의 경우 두 남자가 세제 속에 코를 박고 있다. 이것은 동성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도 아닌, 부엌 여성적인 세계에 남성이 끼어들어오고 있다는 사인도 아니다. 그리스 신과 같은 포즈로 굳어 있는 너무나 멋진 남자들을 보여주는 LG전자의 세탁기 광고도 마찬가지다. 세탁기라는 기계에 뭔가 부조화를 이루면서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광고들을 보면서 집안 가사일에 남성의 지위가 달라졌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한 연구서의 발표에 따르면, 여성들은 가사노동이 일주일에 16시간을 쓰는 반면 남성들은 겨우 6시간을 할애할 뿐이라고 조사됐다.


게이들의 미묘한 타깃
한 남자가 자신의 남자 파트너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세척제 Vizir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P&G사의 광고는 프랑스 광고업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다. 프랑스에서는 동성애자는 화면에 잘 나오지 않으며 나타난다고 해도 슬쩍 암시만 주는 수준이다. 지난 2005년 레인보우(Rainbow) 광고는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키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광고를 부착하기로 했던 버스 회사 측은 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핑계로 부착을 거부해서 광고주와 법정 투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프랑스 사회가 동성애 문제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에서 동성애자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만일 그들이 나온다면 P&G 회사처럼 뭔가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수단이 된다. 광고는 동성애자들이 아닌 더 광범위한 대중들을 목표로 게이라는 코드를 이용한다. 현재 남성 향수 시장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장 뽈 고티에(Jean-Paul Gaultier)의 르 말(Le Male-수컷이라는 뜻)이 그 전형적인 예로서, 이 광고에는 남성, 여성, 커플이 아주 정교하게 뒤섞이는데 이 광고는 동성애 문화에 있어서 가장 교과서적인 광고로 지칭되고 있다.

또 돌체 앤 가버나(Dolce & Gabbana)는 근육과 땀을 뒤섞은 아주 ‘남성적인’ 광고로 동성애자들을 만족시켰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매력적인 남성 누드를 내놓아 ‘에로틱하며 동성애적인’ 경향을 띄기도 한다. 라코스테(Lacoste)와 입셍 로랑(Yves Saint-Laurent) 향수 광고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모든 계층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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