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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아이디어 메이킹 현장에 가다

2008-12-30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들. 그러나 답답한 사무실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아이디어 개발서를 읽어봐도 실생활에 옮기는 일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혁신적인 제품 UI와 사용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WG의 아이디어 메이킹 현장을 소개한다.

글 ㅣ오영미 WG UX Design Group / Creative Director

과거에 나이키의 고객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고, 아이팟의 고객은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고객은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나이키와 아이팟이 만나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제품에 대해 단일한 사용성과 가치를 요구하기 보다는 전혀 새로운 컨셉트의 다중적인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확실성은 사라지고, 모호성이 자리잡은 지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창의적 혁신은 전통적인 관점의 컨설팅으로는 더 이상 이루어내기 어렵다. 고객의 요구에 대해 전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시되는 문제 해결법이 바로 그것이다. 1999년 디자인경영 저널에서 IDEO의 톰 켈리는 디자이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일이 회사가 창의적 혁신을 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디자이너들이 자연스럽게 귀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며, 결론에 이르기 위해 설득력 있는 비주얼 이미지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필자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에게 당장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거리로 나와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시도들은 선도적인 UX 경험을 창출하는 디자인 전략 컨설팅 업체들에서 이미 시행해오고 있고, 성공적인 사례들을 배출하고 있다.

아이디어란 연약한 새싹과 같아서 그것을 꽃피우게 하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이디어를 싹 틔우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게다가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는 자칫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럴 때는 누군가가 엉뚱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디어를 들을 때는 경청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듣는 사람이 팔짱을 끼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태도는 말하는 사람을 긴장하게 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아이디어는 일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데서 비롯되므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How to create idea 프로젝트를 위해 WG(웰게이트) UXD 팀원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소심한 대리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소심한 대리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특성들을 모아 만든 가상의 인물로서 누구나 공감이 가는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그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사무 공간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은 총 6개 팀으로 나뉘어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Inspiration 단계는 타깃 사용자 및 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단계로, 팀원들은 소심한 대리의 업무 환경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관찰을 통해 소심한 대리의 업무 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친목, 정보 관리, 정서, 효율, 휴식의 총 5가지로 분류하였다. 이 분류 체계를 중심으로 설문조사 항목을 만들고 실제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함으로써 소심한 대리의 다양한 니즈들을 분석하였다.

Changing Circumstance
위의 과정들을 통해 발견된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만족시킬만한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보류하고, 워크샵과 같은 협력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만 한다. WG UXD팀은 아이디어 제너레이션을 위해 답답한 사무실 공간을 벗어나 레지던스호텔에서 1박 2일의 워크샵을 가지기로 했다.

Ice Breaking
사무실 공간에서 벗어난 제일 먼저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했다. 재미있는 코스튬을 입고, 자신을 소개하는 ‘Who am I’ 시간 내내 웃고 떠들면서, 회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팀원들의 재능을 발산하고, 직급과 상관없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Idea Generation
1차 아이디어 제너레이션 세션에는 UX 컨설팅팀이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보면서 ‘브레인 스토밍’에 들어갔다. 브레인 스토밍은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의 생각에 스토리 텔링을 덧붙이면서 혼자서는 생각하기 힘든 것들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좋아, 그렇지만…” 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이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X표시가 크게 그려진 마스크를 씌운 채로 5분의 침묵 시간을 갖게 하면 효과적이었다.
2차 아이디어 제너레이션 세션에는 다양한 사진 이미지들과 알록달록한 펜들을 늘어놓고,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시각화 시켜보았다. 아이디어는 말로 전달할 때보다 시각화되어 드러날 때, 더욱 구체적이고 파워풀한 전달력을 지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resentation
드디어 팀 별로 작업된 결과물들을 한 자리에서 공유하는 자리. 투표를 통해 선정된 베스트 아이디어를 낸 팀에게는 상품이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다들 즐거워하면서도 약간은 긴장한 듯 보였다.
각 팀들은 ‘그린 플레이스’, ‘회사는 네모다. but WG는 원이다’, ‘휴가에서 돌아온 소심한 대리’ 그리고 ‘레고블럭으로 만드는 사무공간’이라는 총 4가지 컨셉트를 저마다 특색 있는 방식으로 발표했다. 팀원들은 단막극을 연출하기도 하고, 드로잉과 사진들을 콜라주 하여 제작한 자료들을 진지하게 발표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아이디어를 투표하는 시간. 투표의 결과는 ‘휴가에서 돌아온 소심한 대리’라는 아이디어를 낸 A팀이 베스트 아이디어 상을 받았다. 사용자를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업무공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 결과였다.

지금까지의 과정들은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현실에 반영되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되기 위한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심한 대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업무 공간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WG 사옥 이전에 맞추어 새로운 인테리어에 적용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How to create Idea”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 안의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을 발견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너와 나의 아이디어가 모여 우리의 아이디어가 되었을 때, 진정으로 훌륭한 아이디어가 된다는 점이다. 한 개인이 가지는 선입관과 생각의 벽을 허물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때야말로 진정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UX 디자이너들이 성취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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