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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마음을 움직이는 CGI, 골룸

2003-02-05

알 수 없는 복잡한 스토리에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 영화가 이렇다 치면 나는 흥미를 잃는다. 누가 누군지 파악하느라 영화를 감상하는 자체가 어렵고,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정리하느라 머리 속이 복잡해서 넋놓고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꽤 아는 친구가 “그게 바로 영화를 보는 진미”라고 일침을 주지만, 영상과 사운드가 아닌 제3의 활동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는 늘 내 관심 밖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책을 읽지”가 내 주장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엉성하게 만들어진 시각효과 영화는 금기다.
영상 자체를 조악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죄를 물어 절대사절 유형에 넣는다. 요즘처럼 디지털 이미징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조잡한 시각효과를 보고 있자면 영 현실감이 들지를 않아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지를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과 같은 영화는 바로 그 완벽에 가까운 시각효과때문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영화가 이 정도가 되면 알 수 없는 복잡한 스토리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아무리 많이 등장한다 해도 즐길 수 있게 된다.






‘반지의 제왕’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인자는 역시 원작의 훌륭함이다.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이 옥스포드 대학 교수시절, 장장 11년 (1937 - 1948년)에 걸쳐 완성한 이 3부작 소설은 1937년 출판돼 호평을 얻었던 그의 소설 “호빗(The Hobbit)”의 연작이다. 하지만 ‘호빗’과 ‘반지의 제왕’, 이 두 책의 배경이 되는 중간계(Middle-earth)와 난장이 빌보(Bilbo)는 이미 1933년에 그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톨킨이 그러니까 무려 15년간을 공들여 완성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 책은 마력의 반지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호빗, 프로도 배긴스(Frodo Baggins)의 모험 이야기로 마법사(Wizards), 요정(elves), 난장이(dwarves), 용(dragons), 악귀(goblins)와 같은 일반인에게 익히 알려진 존재만이 아니라 호빗(hobbits), 오크(orcs), 발로그(balrogs), 오스(woses), 엔트(ents) 등, 톨킨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의 생물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환상적인 스토리와 현실감 있는 묘사로 1954년 처음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5개 언어로 번역돼 5천만부 이상이 팔린 책이자 성경 다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책으로 기록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다.



이 책의 영화화는1998년 8월, 뉴라인시네마(New Line Cinema)가 피터 잭슨(Peter Jackson)을 감독으로 지정하고 영화 각본을 제작하면서 구체화되었다. 총2억7천8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책정하고 사상 처음으로 3부작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10월. 촬영은 주로 감독 피터 잭슨 (Peter Jackson, 1961~)이 거주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뉴질랜드 웰링턴(Wellington)에서 이루어졌으며 총 15개월이 걸렸다.

감독을 맡으면서 피터 잭슨은 비록 자신이 열열한 ‘반지의 제왕’ 애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스토리의 멋진 책을 영화로 만들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로 이 영화 제작에 대한 열성을 표현했었다. 또한 몇몇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소설의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필름으로 표현할 수 없는(un-filmable) 스토리”때문이라고 하면서 “현대의 컴퓨터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표현의 한계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언급해 CG가 제작에 엄청나게 사용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반지의 제왕’ CG는 이미2001년 개봉된 제 1부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The Lord of the Ring: The Fellowship of the Ring)’가 그 해 시각효과 부문상을 받음으로써 그 완성도가 증명됐다. 이와 함께 뉴질랜드에 소재한 리처드 테일러(Richard Taylor)의 웨타 워크숍(Weta Workshop)과 웨타 디지털(Weta Digital)도 널리 알려졌으며 비주얼이펙트 수퍼바이저인 짐 리기엘(Jim Rygiel)의 역량도 함께 평가를 받았다. 또한 VFX 아트디렉터 크리스천 리버스(Christian Rivers)의 스토리보드, 그리고 이미 톨킨 책의 컨셉트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알란 리(Alan Lee)의 스케치가 영화의 특수시각효과에 큰 영향을 주었음도 익히 알려졌다.



얼마 전 개봉된 제 2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 The Two Towers)’의 CG가 그 사용 범위나 완성도에 있어서 전작을 능가하고 있어 놀랍다. 바로 골룸(Gollum) 때문이다.
지금껏 갖가지 CGI 괴물들을 보아왔지만 영화 내내 종횡무진 날뛰며, 핏줄이 투명하게 비치는 살갗을 가진, 울며 웃으며 말하는 라이브액션 CGI 캐릭터는 아직은 낯설기에 놀라운 것이다.

500년 동안 마력을 가진 반지의 노예로서 혼신이 피폐해진 골룸을 표현하는 일은 시작부터 난제였다. 이미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존재이기에 더욱 그랬다. 생김새를 결정하는데만 수백개의 드로잉이 그려지고 진흙 모형만도 100개 이상이 만들어졌다. 골룸을 어떤 방법으로 움직이게 하느냐 역시 논의 대상이었다. 애초 웨타 워크숍의 리처드 테일러는 분장과 CG를 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뼈만 앙상하게 야윈데다 절벽들을 마치 거미마냥 기어다니는 골룸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완전 CG로 제작하자는 피터 잭슨의 결정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2000년 12월 촬영이 끝난 ‘두개의 탑’이 후반작업에 들어간 때는 ‘반지원정대’의 후반 작업이 끝난 2001년 11월이다. 주된 실물 작업은 이미 이루어져 촬영된 바이기 때문에 웨타 워크숍의 후반 작업은 주로 이미지 디지털 프로세싱을 위한 기본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집중되었다. 반면 웨타 디지털은 이미 골룸의 CG 제작이 확정된 터라 기존의 230 명 작업 인원에 120 명을 더해 350명으로 증원한다. 새로 더해진 워크스테이션만도 무려 200대. 1200개가 넘는 프로세서가 새로 설치되었고 웨타 워크숍과 디지털 간의 데이터 전송용 온라인 디스크 저장 용량이 1부의 7 테라바이트(1TB = 1024GB) 에서 25TB로 늘려졌다. 결과로서 ‘두개의 탑’에는 대략 800개의 비주얼이펙트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 중 애니메이션 샷은 600개. ‘반지원정대’에 비하면 6배나 많은 숫자다.

1부의 비주얼이펙트 감독인 짐 리기엘은 ‘쥬라식 공원(Jurassic Park)’의 셰이더 전문가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의 비주얼이펙트 수퍼바이저 조 레테리(Joe Letteri)를 창의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이유를 들어 2부 시각효과 수퍼바이저로 지명한다. 모션 캡처 수퍼바이저 레밍턴 스콧(Remington Scot)이 웨타 팀에 합세한 때는2002년 1월. 16X13 피트, 16개 카메라 그리드의 모션 캡처 장소가 20X30, 24 카메라 공간으로 넓혀지고 모션 캡처 테크니션 제임스 반 데어 레이덴(James Van Der Reyden)과 마크 새퍼(Mark Schaefer)가 동원돼 골룸 모션 캡처에 대비하게 된다. 이들이 녹음한 액션은 골룸을 위해서만 총 345개. 이는 무려 180만 프레임 총 8시간 분의 모션캡처 데이터다.

골룸의 움직임에는 배우 앤디 서키스(Andy Serkis)가 선택되었다. 골룸의 목소리 연기도 담당한 이 사람은 자신의 골룸 연기를 통해 피터 잭슨을 비롯한 제작진에게 골룸의 표정, 행동 양태, 나아가 성격까지를 가시화해 준 - 애니메이션 수퍼바이저인 랜덤 윌리암 쿡(Random William Cook)의 표현을 빌리자면 - “골룸 그 자체!”로 제 3부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에서 선보이게 될 5분짜리 장면에 골룸의 또 다른 모습, 스미골(Sméagol: 골럼이 반지를 발견하기 전 인물)을 실제로 연기하게 된다.

골룸의 CG 합성은 피터 잭슨의 요구에 따라 앤디 서키스가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 앤디 서키스를 지운 후 그 자리에 CG 골룸을 집어넣는 방법을 채택한다. 엄청난 클린업(Cleanup)과 페인팅을 예상한 컴포지팅 수퍼바이저 존 누겐트(John Nugent)는 골룸 합성 전문 콤포지터로 G. G. 하이트만(Heitman)를 지정한 것을 비롯해 45명의 콤포지터와 25 명의 로토스코핑 및 페인팅 아티스트들을 대거 작업에 동원한다.



피부의 투명성 표현과 관련해서 조 레테리(Joe Letteri)는 당초 “서브서피스 스캐터링(Subsurface Scattering)” 시뮬레이션 방법을 사용한다. 헨릭 젠슨(Henrik Jensen)이 2001년 시그라프에서 발표한 이 방법은 단순히 색채를 통해서 만이 아니라 피를 통한 빛 분사로 피부 투명성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이를 위해 조 레테리(Joe Letteri)는 켄 맥거(Ken McGaugh), 케빈 스미스(Kevin Smith)와 세르게이 네브슈포프(Sergei Nevshupov)를 골럼의 피부 쉐이더 개발에 투입하고 CG 피부를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표피, 정맥, 실핏줄 레이어들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한다.

접근 방법의 복잡성과 엄청난 렌더링 타임을 인식할 무렵 레테리는 ‘반지원정대’의 보로미르(Boromir) 장례식 장면에 사용된 배우 숀 빈(Sean Bean)의 실리콘 모델을 보게 된다. 이를 통해 레테리는 엄청난 작업을 요하는 피부 레이어 접근 방식보다 단순한 페인팅 기술이 더 실감나는 피부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그 즉시 워크숍 페인팅 아티스트 지노 아세베도(Gino Acevedo)를 피부 표현에 투입한다.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실리콘 판에 온갖 핏줄과 작은 사마귀 등을 그린 다음 그것을 스캔해 CG 브러시로 저장한 후 그 브러시로 3D 모델을 채색하면 끝난다. 실리콘 페인팅 시 얇게 채색해 투명성을 유지하는데 조심하는 것과 실리콘에 착색이 되지 않는 아크릴 페인트에 실리콘 접착제를 희석해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이었다. 3D 페이팅 툴로는 마야 스튜디오 페인트(Maya Studio Paint)가 사용됐다.



골룸의 몸체는 모두 700개 근육으로 이루어져 허파의 움직임, 근육의 꿈틀거림, 심장 박동과 같은 미세한 변화를 표현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근육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은 불가피했다. 책임자 에릭 사인돈 (Eric Saindon)에 의하면 골룸이 사람과 갈은 뼈대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사람과 다른데다 무척 야위었기 때문에 예외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NURBS 서피스(4각 서피스)에 기초해 만들어진 골룸 몸체는 근육의 다이내믹스를 조정해 골룸의 손과 발을 표현하기에는 부적합한 문제가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수퍼바이저 리처드 애디슨-우드 (Richard Addison-Wood)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이를 서브디비전 서피스로 바꿔 이음새의 깨짐이나 엉김을 해결한다. 하지만 이 서피스는 애니메이션마다 텍스처와 3D 형태의 관계를 재정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골룸의 어깨뼈 부분과 엉덩이 근처의 피부는 애니메이트할 때마다 매만져 주어야 했다.


CG 이미지를 배우들과 합성하는 과정은 앤디 서키스와 배우가 함께 등장해 연기하는 장면을 찍는 것으로 시작한다. 합성할 장면을 만드는데 참고로 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 배우들이 앤디가 있는 양 연기하는 장면을 찍은 후 CGI 골룸을 집어넣어 완성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개의 탑’에서는 피터 잭슨의 요구에 따라 앤디 서키스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 앤디를 없애고 대신 CG 골룸을 집어넣는 합성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다. 보다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채택된 이 방법은 엄청난 양의 클린업(Cleanup)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Digital Image Processing)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컴포지팅 수퍼바이저 존 누겐트(John Nugent)는 골룸 합성 전용 콤포지터 G. G. 하이트만(Heitman)를 비롯해 45명의 콤포지터와 25 명의 로토스코핑 및 페인팅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이를 이루어낸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골룸이 팔과 다리로 샘을 잡아 그의 목을 깨무는 장면으로 자연스런 합성을 위해 페인팅은 물론이고 먼지와 배경에 뒹구는 자갈 등을 수없이 찍어 프레임마다 일일이 집어 넣는 작업을 되풀이 해야 했다고 전한다.


반드시 골룸이 아니라도 ‘두개의 탑’에는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들이 수없이 많다.
하나! 헤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들어진 퍼 셰이더(Fur Shader) 불을 내뿜으며 죽는 괴물 발로그(Balrog).
둘! 회의를 위해 던딩글(Derndingle)로 모여든 완전 CG 모델 엔트(ents)들
셋! 다이내믹 퍼 시뮬레이션(Dynamic Fur Simulation)을 이용한 반 하이에나 반 들개 모양의 워그들(Wargs)
넷! 나즈길(Nazgul)을 태우고 나타나는 CG 괴물 펠 비스트 (Fell Beast)
등등..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또 사루만(Saruman)의 아이센가드(Isengard) 및 어둠의 제왕 사우론(Sauron)의 바라뒤르 (Barad’dr) 장면 등에 이용된 디지털 사이클로라마(Cyclorama)는 언제 보아도 장대한 느낌을 주며, 3개월 반 동안의 야간 촬영으로 만들어진 헬름 계곡(Helm’s Deep)의 25분 전투 씬, 그리고 매시브(MASSIVE)를 이용한 군중 시뮬레이션 등은 일루전임을 알고 있건만 여전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골룸은 인상적인 것 그 이상이라 새롭다. 프로도의 목에 걸린 반지를 향해 “내 보물(My precious)”을 외치며 덤벼드는 사나움이 있지만 자신이 잡아온 토끼를 요리하는 샘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프로도가 자신을 배반했다 믿으며 번민하는 골룸은 그 역시 마력을 가진 반지의 희생물이라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살짝 두드린다. 이 점에서 골룸은 오히려 주요 캐릭터로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옛날 옛적 킹콩을 닮았으며 암벽을 솜씨좋게 기어 오르내리는 폼이 왠지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를 연상케 한다.

오래된 얘기지만 ‘E.T.’를 보면서 ET가 “집에 전화(ET phone home)” 하고 말했을 때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다. CG 캐릭터도 아니었고 그저 모형과 분장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ET는 내 마음을 분명 움직였었다. 제3부에서 골룸이 다시 나를 울게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샘과 프로도를 앞장서서 모도르 (Mordor)로 인도하는 ‘두개의 탑’ 끝장면의 골룸은 장래 샘과 프로도를 위험으로 몰면서 그 자신에게는 비극을 초래할 것만 같은 예감을 들게 한다. 대 서사극 ‘반지의 제왕’이 장엄한 판타시를 넘어 하나의 드라마가 되는 순간이다.




반지원정대’에서 골룸은 모두 6개 장면에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윤곽선만으로 보여졌지만 그 골룸은 ‘두개의 탑’ 골룸과는 분명 다르다. 귀도 조금 더 뾰족했던것 같고 그 느낌도 반지에 대한 욕망으로 처참해진 2부의 골룸이라기 보다는 고딕 건축물의 지붕에 달려 있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가고일(gargoyle)을 연상시켰었다. 하지만 골룸을 여타의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다르게 만드는 것은 생김새가 아니라 역시 그의 피부 질감이다. 골룸을 표현하는데 있어 피터 잭슨이 가장 염두에 둔 것이 현실감(authenticity) 그것이었던 만큼 골룸의 피부를 현실감 있게 제작하는 일은 골룸의 현시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골룸의 피부 질감은 실제 모형의 2배 모형을 제작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피부의 섬세한 텍스처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 쓰이는 방법으로 그 과정은 사뭇 복잡하다.


1. 실물 모형을 실제 크기로 제작한다.
2. 그 모형을 3D 스캐너를 사용해 스캔한다
3. 그 표면을 특정 두께로 조정한다(골럼의 경우 5mm)
4. 표면을 조각으로 나눈다(골럼의 경우 600개)
5. 나누어진 조각을 중심점 표시와 함께 인쇄한다
6. 인쇄물을 2배 확대해 복사한다
7. 복사물을 우레탄 폼에 붙여 모양을 다듬는다
8. 다듬어진 조각을 플라스틱 프레임에 붙여 모형을 크게 재9. 현한다 ® 특정 두께(골럼의 경우 5mm)의 찰흙을 그 우레탄 폼에 붙힌다
10. 조각가가 재현된 모형을 참고해 세밀하게 조각한다 완성된 조각 모형을 다시 3D 스캔한다
11. 스캔된 이미지의 결함을 보충한다(흐려진 디테일을 살리는 일 등등)
12. 피부 디스플레이스먼트 맵으로 저장한다.

골룸의 얼굴 피부 질감은 조금 다른 방법이 사용된다.
우선 실물 모형으로부터 얻은 골룸 얼굴 정보를 저해상도로 만든 다음 그 저해상도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밀한 찰흙 모형이 만들어진다. 그 실물 모형을 레이저로 스캔하면 그 디지털 정보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스먼트 맵으로서 애니메이션 모델에 그대로 입혀진다. 골룸 얼굴에서 보여지는 검버섯과 관자놀이의 혹같은 사마귀들은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골롬의 클로즈업 장면에는 일반적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 외에 세르게이 네브슈포프가 직접 손으로 그려 넣은 메이크업이 더해졌다. 골룸의 지저분한 발과 무릎의 반점, 골룸 귀 근처의 미세한 핏줄 등은 모두 그 결과이다. 골룸의 입과 콧구멍 및 눈꺼풀의 젖음은 켄 맥거가 쓴 코드가 사용된다. 골룸의 옷가지와 머리카락은 에릭 세인돈(Erik Saindon)이 마야 클로스(Maya Cloth)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만들어냈다.
에릭은 “골룸의 머리카락은 길고 가는데다 손가락에 엉겨 붙거나 입에 걸릴 수가 있어 조절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25개 머리카락 샘플을 이용했기 때문에 잘못이 있을 경우 금방 드러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전한다.

제1부 ‘반지원정대’에서 표현된 골룸의 이글거리는 푸른 눈은 모세혈관과 실핏줄, 홍채 등의 다중 레이어와 스티브 데메르(Steve Demers)의 반사 쉐이더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골룸이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두개의 탑’에서는 아세베도의 페인팅에 기조한 디스플레이스먼트 맵이 사용된다. 피터 잭슨이 1부의 골룸 눈이 아니라 늙고 지친 모습의 눈으로 표현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영화 전체에 걸쳐 여기 저기 나타나는 골룸의 눈을 다중 레이어로 표현하려면 큰 무리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맵핑 후에는 골룸의 투명한 피부 묘사에서와 같이 하이라이트와 반사를 더하는 페인팅 작업이 더해져 현실감을 살렸다.



골룸의 애니메이션은 앤디 서키스의 연기를 모캡(Motion Capture)을 통해 정보화하면서 시작한다. 이들 정보가 소위 ‘로토메이션(Rotomation)’ 작업을 통해 골룸에게 입혀지면 골룸은 애니메이션 될 준비를 마치게 된다. 로토메이션 과정은 우선 앤디 서키스로부터 얻은 지오메트리 정보에 기초해 앤디 서키스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그 이미지가 앤디 서키스의 모캡정보와 합치되는 지를3D 이퀄라이저(Equalizer: 간단히 말하면 지오메트리 바닥)로 확인하며 수정 작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앤디 서키스의 이미지와 3D 골룸 이미지를 연결한 다음 골격 차이를 확인하며 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으로 마치게 된다.

문제라면 앤디와 골룸의 몸체가 무척 달라 모션캡처된 정보를 조정하는 작업만도 엄청난 인력이 동원됐어야 했다는 점이다. 총 10 명의 모션 에디터가 잡혀진 데이터를 조정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툴로는 케이대라(kaydara)의 필름박스(Filmbox)와 자이언트 스튜디오(Giant Studio)의 뉘앙스(Nuance)가 사용된다. 또 에민 뮤이(Emyn Muil) 언덕을 기어 오르내리는 골룸의 움직임 등은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그 방법도 함께 병행했다고 전한다.



베이 레잇(Bay Raitt)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 얼굴 표정 묘사는 골룸의 표정이 일반적인 피부 및 근육 시스템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근육의 조합을 컴퓨터로 만들어 저장하고 특정 표정에 필요한 근육을 선택해 그것들을 애니메이션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울고 웃고 찡그리는 골룸을 위해 모두 900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진 675개 표정이 만들어진다. 베이 레잇 자신이 개발한 실시간 게임 프로그램인 IZ웨어 미라이(IZware’s Mirai)를 이용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각 근육마다 개별적인 슬라이더가 달려 있어 애니메이터로 하여금 적용 표정들이 만나는 지점의 충돌 부분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으며 개별적인 근육을 통제하는 일도 가능하다.

골룸의 입을 표현하는 데는 말을 많이 하는 특성을 고려해 프로시저럴 립 싱크로 제작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단점이 지적되어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레잇은 음운학에 기초한 입모양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애니메이터로 하여금 설정된 얼굴 표정과 믹스할 수 있도록 했으며 립 싱크 원칙 - 첫째, 립싱크하는 말을 종이에 적는다. 둘째, m, b, p, th와 같은 파열음은 무시한다. 셋째, 완성된 키프레임들을 두 프레임 일찍 돌린다 – 을 준수하며 진행했다. 마지막 원칙에 대해 그는 입모양을 소리가 나기 전에 만들어낼 수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립싱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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