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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여름의 끝에서 보는 ‘Finding Nemo’의 바다

2003-09-02



지난 5월 30일 미국에서 처음 개봉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가 박스오피스에서 3억2천8백7십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어 화제다. 이 기록은 3개월이 넘는 상영 기간과 함께 그간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최고 흥행 수위를 지켜온 1994년작 라이온킹(The Lion King)과 작년 12월 개봉된 아이맥스 버전 “라이온킹”, 이 두 작품의 수입을 모두 합한 3억2천8백5십만 달러를 앞지르는 숫자다. “니모를 찾아서”가 명실공히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최고의 히트작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00년 1월에 제작에 들어가 총 180명의 인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프로듀서 존 라세터(John Lasseter) 및 감독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1998년작 “A Bug’s Life” 디렉터)을 중심으로 한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s)가 제작하고 디즈니엔터프라이즈(Disney Enterprise Inc.)가 배급한 작품이다.

디즈니 만화영화의 전형으로 모험과 위험이 있고 슬픔도 있지만 주인공의 용기는 절대 꺾이지 않으며 독특한 캐릭터와 위트있는 코메디적 대사가 관객들의 웃음을 시종 자아내 언제 보아도 즐겁고 흐뭇한 디즈니 만화영화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빛이 스며든 해저 풍경으로 이루어진 시네마토그래피가 보는 것만으로 황홀할 만큼 아름답기 그지 없다는 사실이다.



“니모를 찾아서”의 영상미는 속말로 장난이 아니다. 대부분이 고래, 상어, 거북이를 비롯한 각종 물고기와 산호, 해초 등의 각종 바다 생물이 빛과 함께 만들어내는 영롱하면서도 꿈속 같은 파란 바닷속 정경인 이 영화의 영상은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운 것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수중 생물들의 움직임과 바닷물 그리고 바닷속으로 투영되는 빛이 이루어내는 해저 및 해상 정경이 너무나도 현실감이 있어 분명히 그려진 가공의 이미지임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듯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그 바다의 각종 물고기를 비롯한 바다 생물들의 애니메이션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다. 산호초 및 해파리가 물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든지 지느러미를 살짝 움직이며 서있는 물고기들 사이로 쏜살같이 물을 가르며 지나가는 물고기의 애니메이션, 고래가 바닷물을 들이키고 다시 바다로 그 물을 내뿜는 장면의 시뮬레이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장면에서 “니모를 찾아서”는 어디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극히 자연스런 애니메이션을 선사하고 있다.

만화적 캐릭터들에 실제 모습, 예를 들어 비늘로 덮힌 미끌거리는 물고기 모습을 가미해 실제와 그림이 함께 조화된 깜찍한 캐릭터로서 디자인해낸 솜씨또한 감탄할 만하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랄프 이글스톤(Ralph Eggleston)에 의하면 캐릭터에 반짝이는 효과를 더하는 방법을 사용한 결과라고 하는데… 이론인즉, 후광을 비치거나 윤곽선 부분을 주변보다 밝혀서 물고기들의 비늘이나 미끌거리는 느낌을 덜 두드러지게 만들고 그 결과로서 “니모를 찾아서”를 현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비한 환상적 세계 즉 가공의 바다세계로 만들어낸다는 거다 (그림 1).

실제 바다를 느끼게 하는 가공의 바다세계. 이 컨셉은 사실 프로듀서인 라세터가 영화제작에 있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이미 제작 전에 ‘“니모를 찾아서”의 캐릭터와 바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타시이지만 실감나게 만들자. 하지만 리얼리스틱하기보다는 실제처럼 믿어지게 만들자 (not realistic but believable)’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이 목표에 따라 수퍼바이징 애니메이터인 딜런 브라운(Dylan Brown)과 제작 팀원들은 하와이 및 호주 항구를 직접 스쿠버다이빙 하거나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아쿠아리움(Monterey Bay Aquarium)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물고기들과 직접 접촉하고 픽사에 설치된 대형 어항의 물과 생물들의 양태를 살펴 해저 정경 및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관찰해야 했다. 심지어 팀원들은 어류학자 겸 버클리대 교수인 아담 서머스(Adam Summers) 의 석사 수준 코스를 정기적으로 들으며 바닷속 물고기들의 모션 양태 및 표정에 관해 연구했다 (그림 2).

이 컨셉은 또 캐릭터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늘로 덮혀 미끌거리는 물고기를 관람객들이 호응할 수 있는 배우로 표현해내기 위해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글스톤은 수중 생물들을 실제 모습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일단 물고기들을 만화적으로 디자인하고 그 만화적 캐릭터에 실제 모습을 가미하는 방향에서 캐릭터 디자인에 접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림 3).

리얼한 그림 바다를 그려내는 일은 “니모를 찾아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작업이자 모든 씬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제작팀의 특별한 노력을 요구했다. 또 바다를 정확하게 시뮬레이트하는 일은 단순히 영화의 환경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의 실감있는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바다 환경은 허공과는 달라 캐릭터의 움직임과 함께 반응하고 영향을 주는 역동적인 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술감독 오렌 제이콥(Oren Jacob)과 마이클 퐁 (Michael Fong)은 바다를 정확하게 시뮬레이트하기 위한 요소를 다음과 같이 추려내고 해저 및 해상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바다에는 수면을 통과해 들어오는 투사빛이 있다. 부유물이 늘 떠다닌다. 지속적으로 일렁거려 바닷속 생물들을 쉴새없이 움직이게 한다. 투사 빛의 강도에 따라 바다는 흐려진다. 물과 빛이 이루어내는 반사와 굴절, 기타 물거품 및 물방울 등의 보충물이 더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니모를 찾아서”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애니메이션 예가 수없이 많다. 니모와 니모의 아빠인 말린(Marlin)이 사는 산호초를 비롯해서 각양 각색의 산호초들과 해면과 같은 해저 생물들 그리고 그들이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일렁이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치과병원의 어항과 비닐 봉투가 터지는 바람에 쏟아져 나오는 물의 표현, 시드리 항구의 해수면이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고래가 삼키고 뿜어내는 물줄기 및 요동 양태 등이 모두 특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나 시뮬레이트된 움직임에 의해 표현된 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발견되는 시뮬레이티드 애니메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해파리 무리 씬이다. 이 씬은 한개의 해파리 모델을 만든 후 몬터레이 수족관에 실제로 존재하는 해파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촉수 및 각 기관의 움직임 양태를 시뮬레이트하고 그것을 수천 마리의 해파리로 복제한 다음 각각에 방향 등의 변수를 주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이 애니메이트 한 것이다. 하지만 해파리의 투명하지만 뿌연 피부조직은 “트랜스블러런시(Transblurrency)”라 불리는 제작팀 고유의 셰이딩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로 프로시저럴 맵핑 기술이 이용되었는데 역시 시뮬레이션 기법의 하나이다(그림 4와 5).

시뮬레이션은 지오메트릭 모델링 시스템으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면이나 자연물 묘사, 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체의 모델링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련의 절차 (Procedural Simulations)를 말그대로 모방해내는 테크닉으로 예를 들자면 식물의 성장 과정 이미지를 생성해 낼 때 그 과정의 단면들 즉 프리미티브(Primitives)를 단계별로 만들고 – 대개 수천개의 프리미티브가 필요하다 - 그것들을 순서대로 그려내 그 성장 과정을 모방해내는 것이다.

불규칙성(Randomness)이나 반복성(Recursion), 우연성(Accident) 등의 인자를 조절할 수 있으며 방법상으로는 프락탈 지오메트리(Fractal Geometry)와 파티클 시스템(Particle System)의 두가지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데 자연적인 현상의 연출에는 후자가 보다 효과적이다. 작은 파티클들을 생성한 후 그들의 수와 부피 등의 인자를 조정해 모델링하는 방법으로 지속 시간 및 강도까지를 조정할 수 있어 연기나 불, 심지어는 바람 등 자연 현상의 본질을 시뮬레이트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나 연기, 불, 바람과 같은 자연 현상의 모델링에는 프로시저럴 보다는 물리적 시뮬레이션(Physical Simulations)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리적으로 관찰되는 변수들, 파도를 예로 들자면 그 높이라든가 경사도, 방향, 빈도 및 속도 등을 입력해 모델을 생성하고 반짝임, 평면 사진을 통한 맵핑 자료 및 표면의 범프맵, 반사 및 흐림 정도, 굴절의 정도, 깊이와 가시성 정도 등을 조정하는 셰이딩 패러미터를 더해 보다 세세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림 6).

진짜 같은 그림 바다가 “니모를 찾아서”의 현실감 표현에 기본으로 작용했다면 주요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을 실감나게 만드는 일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중요 요소였다. 팔과 다리가 없는 수중 캐릭터를 표정과 제스처를 가진 연기자로서 애니메이트 하기 위해 픽사 사상 처음으로 캐릭터부가 설치돼 자칭 “애니메이션 버디(animation buddy)”라는 별명의 테크니컬 팀으로부터 애니메이터를 기술적으로 지원받게 된다.

중력이 없는 수중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몸 전체가 역동적으로 연관되어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지느러미를 움직인다든지의 간단한 제스처에도 수중 캐릭터는 균형을 찾기 위한 몸 전체의 움직임이 따라주어야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리와 몸통은 그대로 유지한 채 팔만 훌쩍 들면 하나의 액션을 그려낼 수 있는 중력 상태의 보통 캐릭터 애니메이션과는 그 접근 방법부터가 달라야 했다.

우선 고정 이미지가 없어 프레임마다 캐릭터의 실루엣 변화를 그려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술팀은 “아바스(avars)”라는 특수 프로그램을 개발해 역동적인 모션을 자동으로 생성해내도록 지원한다.

근육이라고는 없는 물고기에게 표정연기를 하게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류학자의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 존재하지 않는 근육을 더하는 의인화 작업이 이루어졌고 결국 사람 얼굴을 참고로 표정을 그려냈다.

표정 연기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낙담한 말린이 니모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도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과 니모가 아빠인 말린이 자신을 찾아 모험을 감행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는 부분이다. 눈의 표정과 신체골격 및 근육의 이완 및 긴장을 통해 실망감, 기쁨, 자랑스러움 등의 표현 요소를 추출해 내고 그것을 각 생물들의 특징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고 한다.(그림 7).

디즈니 만화영화는 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이런 저런 모험도 있고 인간의 희노애락이 담긴 재미나는 스토리에다 컬러풀한 화면과 귀여운 캐릭터를 볼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권선징악이 짙게 깔려 있는데다 늘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 기회에 사실을 말하자면 “니모를 찾아서”를 보기 전까지 아예 디즈니 만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은 내 사전에 없었다.

신기한 것은 “니모를 찾아서”를 극장에서 보자 한 이유가 극장에 가서 보지말자는 이유와 같다는 것이다. 지루하고 우울한 오후… 출출하기까지 해 간식거리를 찾다가… 콘후레이크 박스에 있는 멀린과 도리를 보게 된다… 우울한데 흐뭇하고 즐거운 영화나 보자 마음먹는다… “니모를 찾아서”를 이렇게 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보호적인 아빠 멀린과 그에 반항하는 아들 니모이지만 예기치 않은 헤어짐에 서로를 찾고자하는 모험은 시작되고 마침내 상봉해 서로를 이해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렇고 그런 아빠와 아들 얘기지만 어쩌면 그렇게 감동적이던지… 소심한 아빠가 용감하게 “자신을 찾아 삼만리”를 감행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기쁨과 자랑스러움으로 눈을 반짝이던 니모를 보면서는 코끝까지 찡해왔다. 그 순간에 완벽한 바다 시뮬레이션, 수준급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등은 전혀 내 관심 밖이었다.

극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작비 1천9백만 달러에 제작기간 7년이 걸린 영화로 화제가 되었던 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가 지난 7월 17일 개봉 후 한국 관람객들로부터 외면 당한 채 2주 만에 간판을 내렸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막힌 비주얼과 완벽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최첨단 CG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평가되고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그것이 명확해지는 듯 했다.



All Images: 2003 Copyright © Disney Enterprise Inc / Pixar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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