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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CG 트로이가 만들어내는 군중 시뮬레이션 스펙터클

2004-07-04



“밴 헬싱 (05/07)” 을 선두로 미국 극장가의 여름철 블럭버스터 대행진이 시작되었다.

이미 개봉된 “트로이”, “슈렉 II”, “투모로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가필드”, “스파이더맨 II”을 이어 “아서왕 (07/07), “캣우먼 (07/30), “블레이드: 트리니티” (08/13), “엑소시스트: 더비기닝” (08/20) 등의 영화가 개봉박두를 외치고 있다.

살펴 보니 이번 여름에도 비주얼 이펙츠 영화는 단연 강세다. 흥행순위 5위 안에 든 영화 중 비주얼 이펙츠 영화가 아닌 것은 단 한편 뿐이고 곧 개봉될 영화들 모두에서도 놀랄만한 디지털 효과가 선보일 것이라 한다.

식상이 나다가도 새로운 테크놀러지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 스펙터클을 선사하는데야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중 특히 관심을 끈 영화는 “트로이”다.

예고편을 보는 순간 수천 수만의 CG 함선들이 만들어내는 대 장관이 중학 시절 트로이 전투에 관한 전설을 접하며 상상해왔던 내 자신의 소박한 전투 장면을 사라져버리게 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운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느낌이 마치 시골 쥐가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에 와 느꼈을 만한 그런 종류의 “감동” 내지는 “기가 딱 막힘”이었기에 이들 비주얼 이펙츠 테크닉에 대한 궁금증도 그만큼 컸다.

감독 볼프강 피터센 (Wolfgang Petersen)도 “부라보”를 외치며 만족했다는 “트로이”의 비주얼 이펙츠는 비주얼 이펙츠 수퍼바이저 닉 데이비스 (Nick Davis)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방대한 양을 감안해 장면에 따라 각각 프레임스토어씨에프씨 (www.framestore-cfc.com), 무빙픽처컴퍼니 (www.moving-picture.com)에 분담되었는데 이들 회사는 그 이름만으로도 비주얼 이펙츠 수준이 최정상급임을 짐작케 할 만한 제작사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로이를 향해 벌떼처럼 몰려오는 그리스 함대 장면에서 실제 배는 단 두대 뿐이다. 총 130샷으로 이루어진 이 시퀀스에서 CG 함선의 수는 최고 100개나 된다고 하니 나머지 98개 함선이 CG 일루전이라는 이야기다. (그림 1)

여기에는 함선 상에서 움직이고 내리는 5만의 군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역시 600명 엑스트라를 동원해 연출한 군중 시뮬레이션 작업이다. 어떻게 연출해내었는지 프레임스토어의 비주얼이펙츠 수퍼바이저 존 튬 (Jon Thum)의 설명을 정리해 소개한다.

프레임스토어 팀이 본격적인 효과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한 일은 촬영 장소인 멕시코의 로스 카보스 (Los Cabos)를 답사하는 일이었다. 자연스런 시뮬레이션의 기초가 될 플레이트의 빛 정보 및 기타 현장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경우 통상 크롬 (Chrome) 공을 사용해 매끄러운 표면이 반사하는 다중 방사 (multi-directional) 빛 정보를 기록해 사용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들고 공의 표면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부정확한 정보가 되기 쉬운 단점이 있었다.

대신 시그마 8mm 구경 피쉬아이 렌즈 캐논 1DS 디지털 카메라를 동원해 5개 노출로 현장을 찍어 그 정보를 셰이크 (Shake)에서의 합성 및 시뮬레이션 기초로 이용한 것이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햇빛이 밝게 내리쪼이는 바다와 해변의 환경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존 방법보다 효과적이었다고 전한다.

배경의 트래킹 정보는 CG 오브젝트들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위치시키는데 필수불가결한 정보다. 후에 제작팀이 2d3의 부주 (boujou)와 리얼비즈(Realviz)의 매치무버 (MatichMover)을 통해 버추얼 3D 공간 및 카메라 움직임을 연출해내는데 사용된다.

육지의 경우 흰색의 막대나 공을 꽂아 그들을 앵커로 사용해 얻어내지만 바다에서 이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만큼 제작팀은 특정 장비를 고안해야 했다.

5개 부표가 달린 80미터 짜리 줄을 각각 2대의 통통 배에 연결시키고 이들 배를 이리 저리 이동시키며 각 장소의 수평선 및 중간 위치들의 트래킹 테이터를 얻어낼 수 있도록 개발한 장치가 동원되었다. (그림 2)



CG 수퍼바이저 벤 모리스 (Ben Morris) 감독 하에 이루어진 함대 디자인은 3세기 전 시대에 맞게 제작된 2개의 실제 함선이 기초가 되었다. 하지만 한 샷당 무려 1000개 함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각각의 배를 일일이 디테일이 살아있게 모델링해 렌더링하는 것은 무리가 되는 일이었다.

테크니컬 디렉터 로렌 휴그노 (Laurent Hugueniot)의 감독 하에 방법을 연구한 결과 제작팀은 기초가 되는 함선의 특징을 추출해 휘장, 선원, 노, 돛, 기타 장비 등의 세부로 구분해 일종의 “보트 DNA”를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그 DNA들을 추출해 마치 집짓기 블록으로 집을 조립하듯 함선의 정밀함을 세세하게 표현해 냈다고 한다. (그림 3)

밀어닥치는 함대와 화물을 내리고 캠프를 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군사들로 북적대는 수천명 군사의 정박 장면의 경우 극심한 카메라 움직임과 함께 클로즈업 샷이 많은 고공 찰영 영상이다.

극히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어 이펙츠 장면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실은 6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촬영한 플레이트에다 CG 군사들과 100% CG 함대가 합쳐져 만들어진 디지털 합성 샷들이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군사의 시뮬레이션은 앤드류 채프만 (Andrew Chapman)의 감독 하에 이루어졌으며 모션 캡처를 통한 움직임 정보를 수집해 라이브러리로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특정 모션 라이브러리를 CG 군사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냈다. 이 밖에 제작팀은 함대가 정박할 때 빗발치듯 쏟아지는 트로이 병사들의 화살 연출도 CG로 이루어냈다. (그림 4)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트로이”의 전투 및 군사 시뮬레이션은 무빙픽처컴퍼니 (MPC: The Moving Picture Company)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 제작사는 이 외에도 완전 디지털 성곽도시인 트로이의 디자인과 아킬레스 (브래드 피트) 및 헥터 (에릭 바나)의 3D 무기 제작 및 합성을 맡았다.

MPC 작업은 비주얼 이펙츠 수퍼바이저 채스 쟈렛 (Chas Jarrett)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총 425개 이펙츠 샷에 달하며 감독 피터센을 비롯해 비주얼 이펙츠 프로듀서 알렉스 빅넬 (Alex Bicknell), 비주얼 이펙츠 수퍼바이저 데이비스로부터 흠이 없다는 평을 받았을 만큼 완벽한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전투 장면은 영화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로서 상당히 비중 있게 취급하는 부분이다. 이런 필요성때문에 전투 장면의 연출 기술 및 소프트웨어는 버추얼 군사들을 실제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임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진보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반지의 제왕”의 전투 장면을 연출해 널리 알려지게 된 군중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매시브 (Massive)다. “반지의 제왕”을 전투 장면을 위해 스티븐 리제러스(Stephen Regelous)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현재 군중 시뮬레이션과 관련해 가장 효과적인 테크닉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라이센스 비용만 한개 당 4만 달러로 “트로이” 규모의 장면을 연출하려면 거의 백만불 이상이 드는 단점이 있으며 이 단점때문에 MPC 팀은 자사 고유의 군중 시뮬레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무려 10명의 프로그래머를 15개월간 동원해 모션 캡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인 “에밀리 (Emily - MLE: Motion Library Editor)” 및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앨리스 (Alice)”를 개발한다.

“에밀리”와 “앨리스”는 CG 군사들에게 보고 듣고 주변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다음 어떻게 행동할 지를 알려주는 데이터베이스 처리 및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무려 40여개의 프로그램이 합쳐져 작동하게 되어 있다.

연출 과정은 배우로 하여금 약 2분간 전투 장면을 연기하게 한 다음 이들 움직임을 모션 캡처 해 90개의 움직임 정보를 만들어 내면서 시작한다. 이들 모션 정보는 에밀리로 보내져 8개 프레임을 가진 움직임으로 세세하게 분해되고 총 1000개 클립을 가진 모션 라이브러리를 가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내게 된다.

다음으로 에밀리는 이들 1000개 클립 데이터들을 일일이 분석해 서로 조합될 수 있는 클립들을 찾아내 특정 움직임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1000개 클립으로 십만 개 움직임 까지를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만들어낼 수 있는 움직임의 수는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움직임 패스들은 렌더맨 (Renderman)으로 보내져 렌더링된 후 셰이크 (Shake)로 보내지고 2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촬영 플레이트에 합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무려 15만 디지털 군사가 동원된 장대한 전투 장면으로 탄생되게 된다. (그림 5)

영화 “트로이”의 1대 1 격투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지만 이들 배우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사실상 대부분이 CG다. 예로 패리스 (올란도 블룸)는 멋지게 아킬레스를 쏘아 쓰러뜨리지만 실제 촬영 기간 동안 단 한번도 화살을 쏘아 본 적이 없다.

엄청 멋지게 휘두르는 아킬레스 (브래드 피트)와 헥터 (에릭 바나)의 검 역시 대부분 CG다. 그러니까 배우들은 실제 검은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연기만 하고 검들은 나중에 더해졌다는 이야기인데 격투 장면에 따라 보다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손이나 팔 전체를 모두 CG로 대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통상 디지털 도시는 미니어처를 제작한 뒤 그를 촬영해 컴퓨터로 불러들여 이용되지만 해안선을 따라 모래 성과 같이 서 있다 화염에 휩싸이는 “트로이”의 성곽 도시는 촬영지인 몰타의 분위기와 촬영을 위해 건조된 거리를 기초로 한 것 외에는 모두 디자인 과정부터 컴퓨터로 이루어진 거의 100% CG 결과물이다.

CG 만으로도 모형을 사용한 만큼의 현실감을 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트릭인즉, 각 면이 각기 다른 세부를 가진 빌딩으로 30개 빌딩을 모델링 한 다음 무려 25GB에 달하는 색상 및 패턴, 그리고 텍스처 정보를 더해 다양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빌딩으로 생성해낸다는 것이다.

10명의 아티스트가 12개월에 걸쳐 완성한 트로이 도시 제작에는 카노피, 바구니, 항아리, 나무 및 기타 일상적인 생활소품 제작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요소들의 조합 작업을 위해 MPC 고유의 마야 플러그인 “시티 버클러 (City Bukler)”가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그림 6)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반지의 제왕”이 온갖 상을 휩쓸 때만 해도 군중 시뮬레이션과 관련해서 비주얼 이펙츠 테크닉에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했었다.

울고 웃는 감정 표현까지 가능한 에이전트 시스템이 등장해 마치 실제 사람처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게 움직이는 CG 캐릭터들이 태어났는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 싶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모형을 제작해 그 정보를 컴퓨터로 불러 들여 상상에나 존재하는 괴물과 도시를 휙휙 지어내고 그것을 실제 액션 장면과 엄청 멋지게 합성하는 테크닉에는 또 얼마나 감탄했던가.

그런데 CG 테크닉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진보하고 있다. 영화 “트로이”의 군중 시뮬레이션의 경우 첨단 테크닉이 너무 비싼 것이 원동력으로 작용해 새 테크닉이 개발되기도 한다.

또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모형 제작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CG만으로 도시를 지어내는 과감함을 단행하고 있다.

CG 테크닉은 보다 “실감나게” “간단하게” “저렴하게”를 모두 충족시키는 그 무언가를 향해 나날이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며 일진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속도라면 얼마 되지 않아 지금까지는 영화 제작비를 올리는데만 엄청나게 기여해 온 CG 테크닉이 오히려 제작비 자체를 절감하는 대체 방법으로서 자리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영화제작에 필수적이라 할 모형이 없어도 되고 소품이 없어도 되고 그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하지 않아도 되고 CG 팔과 무기가 주연 배우들의 액션을 대신해 보다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있으니 당연한 추측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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