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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Juggling 10 balls in the air !"

2003-10-31

출연하는 인물과 모든 소품을 단지 ‘그려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표현해 줄 수 있는 멋진 일이다. 실사영화의 경우엔, 출연배우의 개인기에 따라 변수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머리 속 생각에서 나와 손끝으로 이어져 재창조 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운명을 가진 것이니까... 그 모든 과정을 말 그대로 ‘감독’ 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역할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까?

10월의 서늘한 햇볕이 더없이 밝고 맑게 비치던 오후.
목동, ‘문화컨텐츠진흥원’ 빌딩에 입주해 있는 [리퀴드 브레인]의 사무실은 커피잔, 조명등과 각종 포스터, 강아지 밥그릇, 액자 하나하나가 모두 깔끔하고 아기자기해서 구경할 것 들로 가득한 곳 이었다.
뉴욕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플라스틱 플라워(Plastic Flower)라는 작품으로, 올해 SICAF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완성 파일럿부문 연출 감독상을 수상한 박정오 감독은, 바로 그 특별한 공간 안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작품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었다.


박정오 감독이 [리퀴드 브레인]을 설립한 것은 2000년 9월.
그 동안 CF와 뮤직비디오로 조금씩 천천히 그 존재를 알려 왔는데, 특히 파파이스의 졸라맨, 네스퀵, 한국야쿠르트 등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느낀 것 들이었다.
그 외 대표적인 작품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감독님의 최근 근황은?


우선은 ‘플라스틱 플라워’가 [리퀴드 브레인]의 메인 프로젝트이기에 가장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얼마 전 2번째 수정 보완 작업을 마치고 서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극장용 장편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BAAF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어
현지에서 상위권의 좋은 반응을 얻어 미국 최대 애니메이션 배급사인 [Central Park Media]사의 제의로 북미시장에 관한 사전 배급계약을 맺었다. 이는 소위 ‘MOU’ 보다 월등히 뛰어난 법적 구속력까지 있으며, 여러 사항들이 우리측에 유리한 계약서였다.
계속해서 다양한 국내외 페스티벌에 활발히 참가하고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현재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저 예산 창작 애니메이션 지원 프로그램에 제출한 상태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다.


장편 애니메이션(Plastic Flower) 기획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제작자인 동시에 감독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므로 제작비의 원활한 수급이 문제이다. 이 부분은 국내의 다른 창작, 기획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공통 문제점이기도 하고,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신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진흥 재단이나 관련 지원 제도들이 작은 창작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들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서 애니메이션 작품제작의 미래는 앞으로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 본다.



감독으로서 이번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가장 부각시키고 싶은 점과 아쉬운 점은?


실사 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이다.
아직까지 국내, 혹은 국외이든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현대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흔하지 않다’는 컨셉(Concept) 만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
애니메이션 작품의 기획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와 자주 맞다트리게 된다.
“ 애니메이션은 이래야 돼!”, 또는 “애니메이션이니까 이래야 해!”

그리고 그들은 내게 이렇게 묻는다.
“이런 내용은 실사영화로 만들면 되지,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요?” 라고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다면, 매트릭스는 왜 굳이 실사영화로 만들었나? 매트릭스는 소재부터 철저히 애니메이션의 옷을 입힌 작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매트릭스의 제작팀은 완벽히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컨셉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플라워’는 지난 5년 이상 발전시켜온 스토리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92년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완벽한 이해와 고증을 위해 FBI 공개문서들과 그 밖의 많은 자료들을 최대한 속속들이 수집하고 검토하고 난 뒤에 스토리를 만들게 되었다.
벌써 70분짜리 테스트 버전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었고 남은 것은 실 작업이다.
기대해도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기대해도 좋다!”


뮤직비디오 (이가희 - 밀) 를 작업 때에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뮤직비디오 작품을 하게 된 건 정말이지 특별한 인연이 작용한 것 같다.
[015B]라는 그룹을 굉장한 좋아했었다. 아니 ‘광팬’ 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듯.
1999년 어느 여름 밤에는, 잠이 깨어 비몽사몽간 연습장을 꺼내어 [015B]에 관한 몇 가지 메모를 적어놓고 다시 쓰러져 잤던 기억도 있다. (왜 이 정도일까? 의구심이 든다면 015B 6집과 이가희 1집을 들어보면 그 궁금증이 단번에 해소될 것이다.^^)
2001년. ‘이가희’ 라는 소녀 가수를 내세워 [015B]에 무턱대고 메일을 보내어 제의했었다. “같이 일을 해 보자!” 고……다음날 바로 “밀을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만들자”는 답변을 받았고 정말 기뻐했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플라스틱 플라워’ 에 많은 도움을 받고있다. 정석원님은 ‘플라스틱 플라워’의 극장용 장편 음악감독을, 장호일님은 프로듀서의 역할을 진행 중이다.

또, 뮤직비디오 ‘밀’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상당히 아쉬움 이 많이 남는다. 2달 보름 만에 6분10초의 애니매이션 뮤직비디오를 기획부터 제작까 지 마스터링 하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제작 스텝들은 날이 갈수록 초췌해 져 갔고, 한 스텝은 울면서 ‘제발 회사를 그만두게 해 달라’며 부탁했던 웃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영상작업을 하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작업 때의 스탭들은 모두 지독히 고생 했다. 그래도 대부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따라줘서 정말 고마웠었다. 이래저래 사연도 많고 아쉬움도 많았던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참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11월부터 시작하는 에 ‘플라스틱 플라워’와 함께 뮤직비디오부문 본선에 진출한 상태이기도 하다.



CF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CF 애니메이션의 작업에서 얻는 성과는 상당히 크다. 경제적인 역할이 높고 인지도를높일 수 도 있고 또한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이러한 이유로 CF작업은 항상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애니메이션 CF를 많이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실사 제작에 비해 제작비 부담도 줄고 독특한 비쥬얼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을 텐데도, 가령 TV에서 갑자기 ‘카툰네트워크’ 에서나 나올법한 파격적인 캐릭터들이 나와서 한바탕 하고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
그 효과가 그리 조용하게 넘어가진 않을 듯 한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2D애니메이션작업을 많이 해 왔지만 앞으로는 3D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홈페이지에 나온 인터넷 캐릭터 애니메이션 사업이란?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기획하였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OSMU 사업을 목표로 한 가족시트콤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의 비중을 높여 머천다이징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으로 KOREA MTV와 전략적 제휴를 하여 방송편성을 잡고, 저작권 등록을 마친 후 2003년 문화컨텐츠 진흥원(KOCCA)의 우수파일럿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국내심사에서 합격했으나 최종심사에서 떨어지는 불운을 겪고 당분간 역시 제작비 수급의 어려움으로 제작이 중단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역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기획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리퀴드 브레인] 내부적으로도 언젠가는 완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게 설명을 해 주시던 박정오 감독의 이미지가 참 인상적이었으며,특히, 오랜 기간 동안 각종 자료를 찾아보았던 과정을 듣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처럼 철저하게 준비 해 온 작품이므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갑자기 추워진 바람에 아직 적응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1월이다.
‘2003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아쉽기보다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일찌감치 얼어붙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의 경제적 환경에 애니메이션계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어, 한국의 재능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더해졌으면 좋겠다. 실험적인 용기, 끝없이 도약 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들끓었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에 미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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