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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그 자신이 하나의 캐릭터

2004-01-07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內에 있는 '원성구'씨의 작업실로 가는 길.
이곳은 남산을 향해 걸어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거리는 딱 적당해서 조금 숨이 차는 정도가 되면 건물 바로 앞에 서게 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 '코인라커 501'의 간판이 달린 문을 열면 햇볕 잘 드는 따스한 사무실이 열린다.

책상마다 원, 동화 그림들이 길게 놓여져 있는 이곳은 산속에 숨겨진 어느 산장 속의 작업실 같았다. 아늑한 분위기의 '코인라커 501'은, 처음 5명이 함께 입주했으며, 지금까지 함께 또 따로 자유로운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코인라커 501'은 학교 다닐 때 각자의 물건을 담아두는 라커를 의미한다.

사물함처럼 함께 붙어 있으면서도 각자의 독립된 공간과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개성이 강한 개개인들이 함께 모여서 각자의 다른 생각을 인정해주는 곳이다.



정글 : 1995년 '썬더윙'이라는 작품으로 출판 만화계에 데뷔 하셨는데...
원성구 :1990년 즈음,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하면서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출판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애니메이션은 출판만화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회사는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 해, 동화파트에서 그림을 그리고 촬영작업도 했다. 동화는 2년. 크린업을 1년 정도 했다. 그 때 그림을 그리며 만화작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중간중간, 혼자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했으며, 그러던 중에 '썬더윙' 원고를 본 대원 출판사에서 운 좋게 작품의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신인작가의 그림내용이나 창작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부분을 관여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연재를 계속하지 않았다. 그러한 면에서 애니메이션은, 제작경비 면에서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는 상당히 자유로운 면을 가진 장르라고 생각한다.


정글 : 캐릭터 디자이너의 업무에 대해 설명해달라.
원성구 : 창작 캐릭터 작업을 의뢰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미리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들을 살펴보고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엔, 처음부터 캐릭터 디자이너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된 일이다.

2002에는, 'AniMatrix'(피터정 감독, 'Matriculated') 원화작업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에 한 한 틀에서 벗어나 연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캐릭터 디자인이란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캐릭터의 디자인이라는 일 차원적인 문제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가를 먼저 이해하고, 미리 스스로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보는 것이다. 부분적인 작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작품을 보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넓은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클라이언트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이 작품에 맞는 최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화와 동화작업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이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고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캐릭터 디자인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은 단면적인 아름다움으로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고 전체적인 특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은 애니메이션 각 부분에 대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작업자를 선호하고,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적합한 그림을 부탁한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경우, 캐릭터가 전체작품 속에서 잘 어울리는가? 또한 경제적인가? 라는 문제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정글 : 일본의 일러스트의 대가, 테라다 카츠야가 작업한 PS2 삼국지 작품에도 함께 참여하셨는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나?
원성구 감독 : 테라다 카츠야 의 PS2(Play Station 2) 삼국지의 캐릭터 작업 중, 주인공을 제외한 50여명의 크고 작은 캐릭터들을 디자인했다. 이 일은 디알무비 D.R. Movie 라는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를 통해 작업하게 되었다. 우선, 테라다 카츠야의 그림 스타일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일본 미디어 펙토리 쪽에 그림을 보내 스타일을 통과 받아야만 했으며 그것들을 일본쪽에서 좋게 보고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참고 : 테라다 카츠야(寺田克也)
1963년 오카야마 현 출생.
아사가야 미술전문학교 졸업후, 프리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써 활동 시작.
'환마대전', '열반의 왕' 등 서적의 삽화나 극단 신감선의 연극 포스터, 홍보지, '버쳐 파이터 2 텐스토리즈', '서유기전대원왕' 등 만화를 집필하였으며,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 등 게임 일과, '미래닌자', ' 제이람' 외 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도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BLOOD THE LAST VAMPIRE' 에서는, 영화,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 소설의 장정까지 모두 손수 해냈다.


_ 테라다 카츠야 공식홈피 http://www.t3.rim.or.jp/~terra/

정글 : 작년 가을. TV에서 낯선 애니메이션의 속옷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코인락카501에서 작업했던 ' 바쉬(BARSH) CF'에 관하여 소개해달라.
원성구 : 바쉬의 실 제작작업은 2002년 10월부터 11월까지 비교적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의 감각이나, 그 외 많은 부분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일하는 한정인 PD님에 관한 기사가 정글에 올라온 적이 있다. 그 부분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정글 : 그밖에 지금까지 작업 해 온 다양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달라.

원성구 : 남벌
'남벌'은 2001년에 선배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던 작품으로 원작이 이현세씨의 만화이다.
애니메이션化 하면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시도 해 본다는 기획의도가 마음에 들어 참여했으나, 기획단계 중에 기획이 무산되는 바람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망치
2000년 인기 만화작가 허영만씨의 원작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디자인들을 그대로 살리면서 나름의 스타일을 살려 작업을 했으나, 연출상의 스타일 문제로 작품제작 중간에 도중하차 하게 된 작품이었다. (주)캐릭터플랜의 '해머보이 망치'로2003년에 완성되어, SICAF 상영작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기획단계 초기부터 확실한 컨셉을 정한 뒤에 제작이 추진되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원더풀 데이즈
'원더풀 데이즈'.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하는 갈등 속에서 새로움 마음으로 접하게 된 작품이었다. 내 스타일을 나름대로 가장 많이 살려서 한 작품인 듯하다. 아쉽게도 애니메이션화되서 나온 스타일은 많이 수정되었다.


"SF (Soul of the Future) 展" Plug in the Future
2003년 10월에 있었던 전시작품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설치미술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이 상상의 미래를 표현한 'SF(Soul of The Future)전'(서울시립미술관)이다. '미래접속'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전시는 공상과학에 한정됐던 'SF'의 개념과 실재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주제였으며, 아래 작품 'Plug in the Future'는 사랑과 관련된 이미지.'일렉트릭 러브' 미래인간 사이보그를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으로 만들어 본 것이었다.

정글 :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원성구 : 5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EVE감상' 작업 중이다. 2003년 7월, 애니메이션센터의 지원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테마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상 포트폴리오가 없는 관계로 몇 가지 내용이 없는 컷을 붙여서 만들어 보려고 생각 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어 단편으로 제작하게 된 작품이다. 사랑에 대한 느낌을 나름대로 해석해 표현한 퍼포먼스 형식의 작품으로 현재 동화작업 중이다.

EVE(이브) 감상

정글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원성구 : 특별히 계획이라는 것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계속 해 보고 싶다. 우선은 지금의 단편작업을 마무리 하고, "구름속 이야기"라는? 다른 기획을 준비 하려고 한다. 일부는 진행중이다. 또, 앞으로는 좀 더 새로운 것 들에 대해 충격을 받고 싶다. 뭔가 행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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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의 인터뷰를 마무리 할 때 즈음, 한창 작업 중인'EVE감상' 움직이는 그림을 컴퓨터로 조금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본 제작 전, 각종 연출 등을 점검해보기 위해 콘티를 스캔 받아, 관련된 프로그램 툴을 이용해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미리 돌려보는 것이다) 동세가 시원하게 쭉쭉 살아있는 선과 선곡된 음악의 리듬감이 참 매력적이었다. 새삼스러웠던 것은, 확정된 캐릭터의 그림 이미지와 애니메이션化 된 캐릭터 간의 차이점이 상당히 크게 와 닿는 것이었다. 특히 음악과 함께 보는 이미지가 더 그랬다.

작품과 음악에 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주인공이 '요술 크레파스'로 그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아주 재미있을 것 같고 간단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그 '요술 크레파스'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만들어 봐야 하는 걸까? (동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하나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움직임과 시선과 소리와 색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어렵다. 참 매력적인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인터뷰 중,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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