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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여우를 사랑한 애니메이션 PD

2004-02-24


2003년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대상
TV 시리즈 부문 특별상
YMCA2003좋은 어린이 프로그램 10편 선정
국내 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
現在, 게임, 영어교육물과 일러스트 출판물 제작 중.


KBS TV에서 얼마 전 방영이 끝난 애니메이션, “요랑아 요랑아”의 이력은 화려하다.

‘요랑아 요랑아’는 서울무비와 KBS가 공동 제작한 감성 코믹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여우를 모티브로 한 변신마법 이야기가 주인공인 ‘현이’와 여우 ‘요랑’이에 의해 펼쳐진다.
2003년 7월부터 KBS2에서 방영을 시작해, 2004년 2월 중순 종영된 작품으로 방영률에서는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중 1위에 랭크 되어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과도 1, 2위를 다투며 시청률 6%대를 기록했다. 오는 3월부터 케이블 TV 투니버스, 퀴니퀴니, 위성케이블 채널인 아리랑TV를 통해서 방영될 계획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다양한 수상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러한 작품은, 도대체 어떤 팀에 의해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다. 또한 그 팀 중에서 아무래도 누군가는, 특별한 방식으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으리라 생각되었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 서울무비에 직접 연락해 본 결과, 바로 그 주역이 임만식PD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 이쯤에서 만나보지 않을 순 없지 ^^/)

대학에서의 전공은 애니메이션과 크게 관련이 없는 재료공학이지만
임민식 PD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준비했었다. 졸업 후 98년경. 드디어 홍대 앞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작업실을 마련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나 마찬가지였지만, 가슴속은 애니메이션을 하겠다는 꿈으로 꽉 차 있었다.

작업실에서 여러 가지 준비와 공부를 병행하던 중, 이력서가 통과돼 ‘아장닷컴’ 제작 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당시 제작팀에는 서울무비의 이병규 실장을 포함해서 김의건 PD, 또 선우애니메이션의 이혜원 PD 등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재들이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선배들 밑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마케팅 지원, 언론 홍보, 인터넷 프로모션 및 사업진행 등의 크고 작은 부분들에 대해서 꼼꼼히 배우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01년 아장닷컴 이라는 작품으로 임만식 PD는 애니메이션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2002년 그는 MBC [뽀뽀뽀]에 삽입되어 방영된 생활 교육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2분30초 길이의 60회분으로 ‘실바니아 패밀리’의 원작은 일본 에포크 사의 캐릭터 완구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작업이었다. 코코엔터프라이즈가 기획 및 마케팅, 일신창업투자가 투자 그리고 팡고 엔터토이먼트가 제작을 담당했다.

실바니안 패밀리는 제작 기한이 빠듯해서 단기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야 했다. 특히 퍼펫(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작품이어서 나름대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당시 팡고 엔터토이먼트의 문제대 감독과 함께 제작하게 됐는데, 그에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문제대 감독은 초기 삼성전자 CF 포장마차편과 Speed 011광고, ‘아름다운 시절’로 2000년 대한민국영상대전대상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초록숲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고 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경우, 조금만 노력하면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수많은 원화를 일일이 그려야 하는 보통 애니메이션의 경우, 인물이나 사물의 각도가 매 그림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 즉 일관성을 가지고 부드럽게 넘어가기 위해 굉장히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인형을 움직이며 찍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러한 문제에는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비교적 만족스럽게 작업할 수 있다. 실바니아를 진행하면서 서울무비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후 서울무비 마케팅 사업을 준비하면서,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만든 이강민PD와 함께 작업했다.


‘요랑아 요랑아’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지향했다.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봉제인형, 슬리퍼, 신발, 침구류, 각종 완구상품이 판매되고, 애니북, 퍼즐북, 단행본 등의 출판물, 게임, 아바타 서비스, 영어 교육물도 제작 중에 있고 오는 3월부터는 ARS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미디어 필름과 유럽지역 TV 판권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중국 차이나 필름그룹 산하의 화룡 디지털 프로덕션과 세기몽 유한공사에 TV 판권과 함께 캐릭터 사업과 관련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에피소드라면, ‘요랑아 요랑아’ 의 프리프로덕션 (초기기획단계) 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아름답게 펼쳐지도록 되어있는데, 이 설정으로 주인공들의 의상과 대/소도구들의 디자인, 색지정이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모두 따로따로 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조이맥스 社에서 제작된 게임을 비롯해서 각종 캐릭터 용품이 시판되고 있으며 일러스트 동화책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다음 작품으로 ‘요랑아 요랑아2’를 준비중이다 2005년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곧 출판물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시장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요랑아 요랑아’의 기존 데이터를 보완하고, 협력업체에서 원하고 있는 사항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


정글) 이번에 요랑아 요랑아로 수상을 받게 됐는데 제작자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임PD)
애니메이션은 팀의 작업이고, 다양한 파트에 속해있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상금도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갔다. 수상의 영광도 ‘요랑아 요랑아’에 참여하신 모든 스텝분들께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글) 소속되어 있는 서울무비는 어떤 회사인가
임PD)
국내에서 창작물을 계속 해 오는 ‘근성 있는 회사’다.
꾸준히 계속 한다는 것. 체계적인 일의 구조를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고,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의 차별화를 생각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정글) 특별히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
임PD)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서 특정 작품을 말하기가 어렵다. 애니메이션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항상 즐겨 보는 편이다.


정글) ‘요랑아 요랑아’의 경우, 제작방식은 KBS, 서울무비와의 공동제작이라고 들었다. 따라서 크레딧에 올라온 PD도 KBS와 서울무비 각각 두 사람인데… 공동제작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임PD)
공동제작이라는 것은 어느 쪽이 무엇을 책임지는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구분이 사전에 명확히 나누어져 시작된다.
제작초기에 서울무비는 실질적인 내부제작 일을 진행하고, KBS 측은 제작되고 있는 작품이 TV방영에 따른 기준에 부합되는가, 혹은 초기설정이 흐트러지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 하는가, 스케줄 내에서 제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을 점검한다. 수정 되어야 할 사항 같은 것은 회의를 통해 조율이 되고 실시되며, 후반작업 즉 녹음연출이나 파이날 믹싱 부분에 있어서는 KBS측에 많은 노하우가 있으므로 KBS에서 성우를 섭외하고 더빙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공동제작사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질 경우, 제작에 있어 시간과 노력이 상당부분 절약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부분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마냥 시간이 흘러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정글)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 애니메이션 PD의 스케쥴이 궁금하다
임PD)
평소 아침 9시30분 정도에 출근하며, 퇴근시간은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이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중일 때는, 일주일에 3번 정도 밤샘을 한다. 퇴근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프로젝트가 걸려있을 때에는 일요일이라도 당연히 출근하며, 휴일의 개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모든 스텝들이라면 거의 공정에 따라 비슷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업무 스케쥴이라면 일주일 단위로 정리되어 돌아간다. 월요일 오전에 업무미팅이 있고, 토요일 오전에 워크샵 발표가 있으므로, 월요일에는 새로운 스케쥴을 잡게 되고, 토요일에는 그러한 것들을 점검해보는 식이 된다. 회사의 체계적인 스케쥴 진행방식이 있으므로 그러한 큰 틀 안에서 개인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들을 맞추어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생각한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의 스케쥴 체크는 전화를 주로 사용하여 확인하고 나서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일을 진행하는 편이다. 메일은 연락이 힘들 경우와 자료를 주고 받을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인 일은 회사일과 구분해서 조금은 미뤄두는 편이 되는데, 일단 프로젝트가 끝나고 여유있는 시간을 많이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미처 못한 전화통화도 이때에 한다.


정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면
임PD)
자주 보는 인터넷 사이트는 컨텐츠 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디자인 정글.
각 신문사 사이트에서 기사 스크랩하며 살펴보고, 주간지인 씨네 21, 만화잡지 뉴타입은 개인적으로 구입하여 읽는다. 만화책은 소장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직접사서 읽는 편이고, 대원에서 출간되는 월간지인 팡팡, 소년 챔프 등은 빠짐없이 챙겨 보는 편이다.


정글) 자신의 일에 대해서 5년, 10년 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임PD)
하루 아침에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사실 언제나 힘들었지만), 뛰어나고 좋은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다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한 5년 후면 그래도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런 부분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맡은 작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보고 많이 연구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5년 후 10년 후에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컨텐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면에서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고,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경쟁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다양한 매체들 중, 뛰어나게 매력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작품을 만들고 난 후, 사람들과 작품의 다양한 접촉. 즉, 출판물, 인터넷, 비디오 물, TV시리즈를 비롯한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사업적인 요소의 앞에는 작품이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도 주변의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싶다. 그분들의 풍부한 경험과 고민 치들이 실력으로 느껴진다. 그러한 부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배우는 것이 즐겁다.

임만식PD는 인터뷰 내내 애니메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거리고, 호탕하게 웃고, 끊임없이 설명했다. 그런 당당함, 일에 대한 자부심이 인터뷰 내내 느껴지면서 나 마저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어떤 일이나 극복 해야 할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고, 미련이나 후회를 가지지 않는 인간은 없다지만, 적어도 그런 것들쯤 눈에 띄어도 훌쩍 뛰어넘을 힘이 있어 보였다. 처음엔 단지 젊기 때문에 그럴까도 생각 했지만^^, 말 해 볼수록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인터뷰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크랩에 관한 얘기였는데, 자료수집이 회사업무의 한 가지이기 때문에 몇 가지의 신문을 매일매일 스크랩한다는 것. 그리고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여러 잡지들을 빼놓지 않고 챙겨 보고, 애니메이션 관련 잡지나 영화 등 관심 있는 잡지나 책은 직접 따로 구입해서 늘 보고 있다는 사실. 그러고도 또, 애니메이션에 관한 공부를 따로 하고 있는 근면함과 호기심에 놀랐다.

‘애니메이션 현장속으로’ 컬럼을 진행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만나본 사람들마다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확실한 방향설정, 깊이 있게 보기, 근면함. 그리고 일과 사람에 대한 믿음.
조만간, 느낌 좋은 새로운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나게 될 때 임만식PD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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