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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일상의 탈출이 아닌 일상의 경쾌한 복귀

2004-04-13

단편 애니메이션, <정현아~> 가 2004 프랑스 앙시페스티벌 본선 무대로 진출한데 이어 2004 부산아시아단편 영화제 본선에도 올랐다. <정현아~> 는 강준원 감독의 2004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전공 졸업 작품으로 앞으로 계속 주목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강준원씨는 1976년생의 젊은 감독으로 학부과정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ye) Foundation 과정을 거쳐 한국 영화 아카데미 전공을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1999년 퓨처아트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워크샵을 통해 일찍부터 단편 애니메이션 계에 입문하면서 필자와 인연을 맺은 후로 지켜본 바에 의하면 꾸준히 자신의 소신과 성실함으로 작업을 위한 기본기의 연마와 배움터를 선택해 나름대로 이 분야에 숨어있는 인재로 성장해온 젊은 창작자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첫 데뷔작 <아리랑> 이 워크샵을 통해 그의 기량과 가능성을 내비친 작품이라면 이번 작품 <정현아~> 는 영화아카데미와 그간 배움의 과정을 총결산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과장과 꾸밈없이 솔직한 자신을 표현한 작품으로 읽혀지는 것은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이 단편적인 실험성과 애니메이션의 형식적 기술연마를 위한 것이었다면 <정현아~> 는 보다 삶의 내재적 의미에 집중하고 있으며, 형식과 내용의 완성도를 추구한 작품으로 그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 자신이 아래의 기획의도에서 밝히고 있듯이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제거되었던 ‘설거지’ 라는 소재를 통해 ‘생산’적 가치와 공존하는 잔여물 처리 즉, ‘재생’적 가치를 회복시키는 노동을 통해 일상의 지속적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점에 포인트를 두고 본다면 작품으로써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여겨진다.

“삶에 있어 필수적인 식사와는 달리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설거지는, 귀찮고 하기 싫지만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 없는 자신의 삶의 일부다.
그러한 설거지를 관심 있게 비춰보고, 설거지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은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후의 만족감임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오늘날 고도화 된 산업사회가 추구하는 젊음, 깨끗함, 신속, 편리함이라는 삶의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만들어낸 표피적 일상이 얼마나 우리를 왜곡하고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만드는지 곱씹어본다면 기획 의도에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욕망의 그물망에 점점 빠져들게 되어 허우적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간편한 식기세척기와 첨단기능을 가진 드럼세탁기, 스팀청소기 이런 것들도 이젠 가족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장식과 가구의 한 품목으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젠 노동이 없는 일상을 대신하여 물질적 타자가 채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이상 인격적 일상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작품경력>
2000년 단편 애니메이션 ‘아리랑’ 제작
2000년 단편 애니메이션 ‘Creature’ 제작
2003년 단편 애니메이션 ‘망붕어빵가’ 제작 (민동현, 박시원 공동작업)
2004년 단편 애니메이션 ‘정현아~’ 제작

<제작형식>
제작방식 : Computer Animation(2D, 3D, 페이퍼, 로토스코핑 혼합사용)
작품포멧 : 35mm Film, Sound, Color
런닝타임 : 7분

<시놉시스>
한 남자가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미뤄둔 설거지를 보며 망설이지만, 흥겨운 음악에 맞춰 설거지를 시작한다.


<정현아~> 는 회색빛 도시의 매마른 정서를 표현하듯 단조로운 색조로 표현한 일상의 클로즈업 된 노동을 경쾌한 사운드에 실어 그려내고 있다. 설거지라는 소재는 이렇게 다시 영상 속에서 그 의미가 다시 태어나는데, 춤추듯 흐르는 손놀림과 함께 가득 쌓인 설거지 그릇들이 하나씩 세척되어 제자리를 찾아 깔끔하게 정돈된 싱크대는 이제 생산=요리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정돈된 무대처럼 새로운 연출을 기다리는 장소로 탄생된다. 이는 아래의 감독의 연출의도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설거지 할 때의 다양한 움직임과 소리들이 음악과 조화를 이뤄 유기적으로 조합되도록 신경을 썼고, 특히 화면 밖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했다.
노을빛이 적막히 드리운 회색빛 도시의 일상이라 해서 외롭고 쓸쓸하게 느끼기
보다는, 음악과 더불어 흥겹고 적극적으로 받아 안는 모습으로 주인공을 담아
내고자 하였다. .”


<정현아~> 는 서사적 스토리텔링을 배제한 체 일상의 단면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를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고 날것들로 식단을 채운 요리는 더욱 아니다. 사운드적 요소가 작품의 의미를 내포하듯 어우러져 말보다 강하고 문자보다 앞선 이미지라는 감성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칫 무미건조하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단편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수사로 덫 칠해 놓은 작품들을 보는 것 보단 솔직하기 때문이다.

강준원 감독이 소개한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도 설거지가 중요했었지만, 군더더기들이 많이 있었다.
애초 발상의 시작은 재즈와 셔터맨에 대한 고민이었지만, 점차 정리되면서 재즈라는 요소는
빠지고 흥겨운 음악이면 되도록 정리되었고, 셔터맨에 대한 고민들은 발과 손으로 대표되는 바깥일과 집안일의 대비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해체되고, 정리되며 최종적으로는, 공간은 집안으로, 대상은 손으로, 또렷하게 설거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트웍에 있어선 채색과 컬러에 대한 다양한 버전의 시도가 있었는데,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화려한 색깔을 고민하기도 하다가, 회색톤 도시의 적막함 속에서 담담히 흥겨움을 즐기는 모습이 더 솔직하고 신선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론 라인 드로잉과 회색톤 화면에 빛만 색깔을 주는 방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음악은 초반엔 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를 편집하여 영상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꾸려진 50% 정도의 영상과 그에 맞춰진 소리들을 음악 타이밍에 유기적으로 녹아들도록, 작곡가가 곡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곡이 완성되어가는 중간 중간, 영상 역시 그에 맞추어 재편집과 타이밍조절, 새로운 씬 추가들이 이뤄졌다. <아리랑> 같은 이전 작업은 대부분 기존 완성곡을 바탕으로 영상을 맞춰나갔다면, 이번 작업은 음악 작곡을 더불어 진행시키면서 주거니 받거니, 영상, 음향, 음악들을 조립해 나갔다. 최종 음악이 결정된 뒤, 추가씬 첨가 및, 최종 편집으로 영상작업을 마무리했고, 이를 기반으로 음색 보정 및, 추가 사운드 녹음을 통한 믹싱을 마지막으로 작업을 마쳤다.

작품제작 기간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로 총 제작기간 6개월가량 소요되었다. 전체 제작기간이 매우 짧았던 것은 기획과정의 치밀함도 있었겠지만 작화와 드로잉에 의존하기보다는 3D배경을 활용한 라인 드로잉과 실사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방식을 적절하게 도입하였던 것과 더불어 제작자인 강준원 감독의 숙련된 기술응용 능력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텝구성>
Director 강준원 KANG Jun-Won
Producer 한국영화아카 데미 Korean Academy of Film Arts
Screenwriter 강준원 KANG Jun-Won
Cinematography 강준원 KANG Jun-Won,
권혁민 GWON Hyuk-Min,
정창호 JUNG Chang-Ho
Editor 강준원 KANG Jun-Won
Production Design 강준원 KANG Jun-Won,
이석기 LEE Suk-Gi,
박형권 PARK Hyung-Gwon
Sound 김수덕 KIM Soo-Duk
Music 정수욱 JUNG Soo-Wook, 이인관 LEE In-Gwan

사운드제작은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선 녹음작업으로 진행되었다.
프리단계에서 마련된 음향 소스들에서 잡음처리와 보정을 통해 사운드제작을 진행하였고,
필요한 소리들은 새롭게 다시 추가 하였다.

<정현아~> 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표현기법과 제작방식에 다소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여러 미디어를 혼용해 사용하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도록 스타일의 통일감과 아트웍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 테스트 해보고 또한 기술적 테스트를 거쳐 보다 완벽을 기하려고 한점이 그러하다.
배경에 있어선 실제 주방을 토대로 3D maya로 모델링하여 거기서 다양한 구경의 렌즈를 적용시켜 배경 원화를 뽑아내거나, 일부는 실제 사진 소스를 통해서 원화를 구성하되, 연필선 느낌이 살도록 다시 트레이싱 하였다.
동화는, 실사 촬영소스를 그대로 트레이싱 하였을 때 일어나는 로토스코핑 특유의 떨림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상당수의 프레임을 걷어내었다. 고무장갑을 끼는 장면과 같은 몇몇 장면의 경우는 원하는 과장이 나올 때까지 새로 동화를 꾸려야 했었다. 빛의 경우, 포토샵의 레이어를 이용하여 붓으로 그려내었고, 동화와 배경 사이에 빛 레이어를 올리기 위해, 동화의 경우 배경과 같은 색이지만 채색 과정이 필수였었다.

서면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실험을 위한 형식적 실험을 지양하고 보다 관객에게 다가가며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작가의 작품관이 작품을 통해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소통의 태도인 것 같다. 이러한 열린 태도와 자세라면 다양한 접근과 시도를 통한 애니메이션 작품제작의 발전적 모델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포함한 소리와 영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작업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고 재밌다. 헌데 그 안에서의 줄다리기도 있어서, 어떨 땐 소리와 화면이 짝짝 맞아야 좋고, 어떨 땐 안 맞아야 좋다. 솔직히 내 작업이 그리 실험적인지, 추상적인진 잘 모르겠지만, 작업하면 할수록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니, 한동안은 그런 것들을 쫓아가보려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작품은 있으나 삶은 부재하고 작가관은 있으나 삶의 체험자인 작가는 부재한 한국의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언제쯤 예술적 삶을 온전히 존경할 만한 작가를 만날 수 있을까? 필자 스스로 책임 못 지는 우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삶을 작품의 한가운데로 끌어와 관객에게 말거는 작업을 이 시간에도 시도하는 젊은 창작자가 있는 한 언젠가는 가능하리라고 보며 창작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창작활동의 내용적 진보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가는데 게을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본다.

Q. 개인적 프로필에서 나타나듯 학부의 공학적 기반이 창작이라는 예술적 영역에서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또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하였는지 궁금하다. 창작의 영역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개인적 경험담을 들려준다면....
강준원 : 컴퓨터뿐 아니라, 캠코더나 디지털 장비들도 자주 사용하여 작업하는데, 기계나 새로운 프로그램, 기술 등에 거리낌 없이 다가서는 습성은, 공학전공이란 경험에서 비롯됐으리라 생각한다.
헌데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술뿐 아니라,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소양들을 필요로 하기에, 제대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다. 기계과 졸업 후 들어간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의 교육과정이 미술에 관한 많은 강박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또한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은 필요하면 공부하고 노력해서 취하라! 라는 의지였다.
비록 부족한 상태에서 창작에 발을 내딛었지만, 필요한 것들은 노력해서 얻어가고, 그 외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내 할 바는 다한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면 조금씩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현아~> 는 이전 작품에서와 같이 실험적 경향이 강하면서도 일상의 단상을 매우 잘 짜여진 영상 구조로 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작품 <아리랑> 이 그랬듯이 서사적 스토리 텔링보다는 시각적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을 통한 상호조화를 이룬 추상적 영상미를 추구하는 것이 강준원씨의 스타일로 보인다.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일환으로 펼쳐졌던 추상애니메이션에 많은 영감과 영향 받은 듯 하다. 오늘날 이러한 실험 애니메이션을 현대적으로 적용하는데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강준원 : 컥;; 어렵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임하지만, 가장 솔직한 대답은...역시 재밌어서 한다;;;
재미 없음 안하니까..
서사적 스토리 텔링은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쌓아가고 싶은 숙제이다. 그렇지만 서사적 스토리 텔링 아니어도 얼마든지 창작은 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 미술이 캔버스에서 나와 퍼포먼스나 다른 여러 가능성들을 넘나드는 때가 요즈음 임에도, 소위 추상이나 실험적인 창작은 여전히 관객과 동떨어진 간극이 있다. 이를 조금이나마 좁혀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 있다.
내 작업은 그리 실험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다 생각하고, 덜 익숙할 뿐이겠지..싶다.

Q. ‘Creature’와 ‘망붕어빵가’ 등 본인이 제작에 참여한 이전 두 작품의 스타일과 제작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강준원 : ‘Creature’는 음악에 맞추어 사람의 손과, 동물들의 손이 등장하는 30초의 간단한 영상물로 개인 작업이었다. ‘망붕어빵가’는 영화아카데미 동기들(박시원, 민동현)과 함께 한 공동 연출작으로, 클레이인형, 실리콘인형을 이용한 스톱 모션과 배우를 한프레임 한프레임 촬영한 픽셀레이션 기법을 이용한 작업이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동기들과 함께 접해보지 않았던 기법들을 시도하며 많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Q. <정현아~> 에 대한 연출의도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강준원 : 살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다들 왜 이렇게 재미없어 하고 소외돼 있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던 작업이었는데,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살아가는 당연한 의무인 살림! 마누라나 딴 사람에게 떠넘기지 말고, 자신이 담담히 하자! 였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풀어서 써야할 어려운 얘기도 아닌,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동시에
강요한다고 나아질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주제 의식은 추상화시켜 화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고, 설거지란 행위 자체를 신선하고 관심있게 표현하자란 판단을 했다. 이번 작품이 관객이 평소에 별 관심 없던 설거지를 재밌게 접할 계기가 됐다면 창작자로써 충분히 즐거울 것이고, 행여 왜 저런 설거지에 집착했을까란 의문을 갖는 관객이 있다면, 그 또한 매우 반가울 것이다.

Q. <정현아~> 는 일상의 작은 공간 속에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진 우리의 삶을 매우 근접한 시각에서 촬영했다. 특히 설거지라는 보잘 것 없지만 하루 몇 번씩은 처리해야 되는 골치 아픈 노동을 영상적 리듬에 맞춘 미분적 작업과정으로 아름답게 재구축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러한 작업과정이 생활과 창작이 분리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노동과 단조로운 현실을 생각의 전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작가적 태도와 창작활동의 상관관계가 있는가?

강준원 : 그렇다. 나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할 얘기도 적고, 재미도 없는데다, 어렵고 자신 없다.
살림에 대한 고민 역시, 독립, 결혼, 동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지자 절실히 느끼고 있는 얘기이고, 특히 그 속에서 청소, 빨래에 비해, 내가 자주하고, 나름대로 잘하며, 즐거움도 잘 찾아지는 일이 설거지였다. 하나의 영상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알고 있지만, 그런 대단한 걸 만들 역량은 턱없이 부족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의 소박한 변화를 꿈꾸며 쌓아가고 싶다.

Q. 강준원씨의 작품에서는 분석적이고 구조적인 접근 스타일이 엿보인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와 결합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가?
강준원 : 단순화, 상징화, 추상화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름의 재구성을 조직적으로 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관객에게 쉽게 설득력을 갖진 못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즉, 여러 의미와 상징들의 일부만이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관객이 이해해 주길 바라는 요소와, 창작자 자신만 이해할 강박적 요소들이 적절한 효과를 거두고 있느냐 인데, 관객과의 소통이 필요한 구성을 먼저 꾸린 다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선 개의치 않고 마음껏 꾸려내는 편이다. 그 속에서 감성과 이성의 조화와 결합은 작업 진행 속에서 하나 둘 조립해가는 편이지, 미리 짜놓은 콘티대로 작업하진 않는다. 스토리 텔링이 아닌 이런 식의 작업에선, 꽉 짜여진 콘티가 숨막히고 힘들게 느껴질 뿐, 개인적으로 잘 안 맞는지 효과도 별로 없었다.

Q. <정현아~> 작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제작과정 및 후반작업인 사운드작업에 대한 감독의 관여정도 및 연출을 설명한다면?
강준원 : 기획 초반엔 스윙이나 비밥 등의 정통 재즈를 사용하고자 했었는데, 컨셉이 정리된 후엔, 주인공 본인이 흥겨워 하는 곡이면 된다는 전제만 남기고 음악에 대한 제한은 다 풀었다. 기존 곡을 기반으로 작업한 초반 50% 정도의 영상으로 어느 정도의 의도와 분위기를 작곡가에게 전달한 후, 가이드 음악을 받았다. 그런 후, 음악 중간부분 완급조절이나, 전체 길이조절, 음향과의 조화, 영상에서의 임팩트를 고려한 음악 요소의 첨가 등을 통해 더 구체적인 음악을 완성하였고, 최종적으로는 믹싱실에서 기타와 색스폰의 즉흥 연주를 통한 녹음에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요소를 마련하며 마무리 지었다. 음향의 녹음은 촬영 시 손수 꾸려가서 작업해서 적절한 소리들은 바로 얻을 순 있었지만, 장비가 그리 훌륭하지 않아 쓸데없는 잡음이 많아 골치였었다. 이는 영상이 최종적으로 끝난 다음 최종 믹싱 과정에서 잡음보정 및 재녹음을 통해 마무리 했다.

Q. 최근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이 국제영화제 및 페스티발에서 잇따라 수상하거나 해외시장에서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주로 단편애니메이션 창작활동을 하면서 대안모색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개인적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듣고 싶다.
강준원 :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지원방식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방식의 작업에 있어 일괄적인 지원의 적용은 무리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지원 적용 방식 또한 창의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험적인 작업들은 두 번 죽이는 일이다.

Q. 향후 강준원씨의 작업방향 및 활동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가?
강준원 : 돈은 좋지만 그것만이 이유였다면 기계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취직했을 것이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창작은 재밌을 때까지만 할거다. 아무리 힘들고 밤새워 고달프게 작업해도 창작은 재밌지만, 공학은 못하겠더라.
애니메이션에 한정될 마음도 없다. 현재는 그것이 제일 즐거운 관심사일 뿐, 그 어떤 것도 정해놓고 살아갈 생각은 별로 없다. 부단히 다양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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