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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영화 <아바타>를 계기로 돌아본 국내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

2010-05-14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avatar)> 를 계기로 영상 분야에 있어서의 3D 이미지의 제작과 구현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영상 분야에 있어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간의 구분을 점차적으로 약화시키는 한편 새로운 체험과 더불어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영상 형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의 생산에 있어서의 3D기술과 이들 영상을 스크린 평면에서 벗어나 물리적인 깊이감을 느끼게 해 준 3D 상영까지, 이제 3D 이미지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관심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제기된 것입니다.

글 |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

이번 인터뷰의 미디어 피플 코너에서는 디지털 영상의 기술연구와 제작 분야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해오신 류대현님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aliceon: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약 10여 년간 영화VFX/디지털애니메이션 분야의 Producer로서 활동해왔고, 현재는 일단 뜨거워진 머리와 가슴을 식히면서, 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가 장편영화 준비에 열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aliceon: 철학전공을 하시다가 영상 쪽도 함께 전공하시게 되었는데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주위에서 보기에는 제가 다양하고 한편 상이한 이력과 경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유사한 질문들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영화는 학창시절 “영화음악”이라는 라디오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키워온 꿈이고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라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죠. 오히려, 철학을 그 시작점으로 선택했다는 점이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일 텐데요. 저에게 철학은 단지 이론학문으로서만이 아닌 실천적인 학문으로서의 의미가 개인적으로는 컸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aliceon: 진행하셨던 일 중 ETRI 와 디지털액터팀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아바타를 계기로 회자되고 있는 디지털액터 분야에서 여러 연구 결과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곳과 당시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 원(이하, ETRI)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통신, 전자기술의 개발과 연구로 잘 알려져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입니다. 이 중 (당시)디지털콘텐츠부문에서 컴퓨터그래픽, 디지털영상 관련으로 석박사 출신 공학 연구/기술개발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연구와 기술개발을 해왔는데, 여러 가지 이유에서 산업계 혹은 시장과의 연계가 활발하지 못했고, 그 접점 마련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함께하여, 개발기술의 상용화와 접점마련을 위해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연구개발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 분당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개설되었습니다. 처음엔 저와 디자이너 4명, 총 5명을 시작으로 기존의 공학연구/기술개발자들과 연계되었고, 대외적으로는 영화사와 CG업체들, 그리고 이 분야 관련 대학교들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영화 <중천> , <한반도> , <호로비츠를 위하여> 의 VFX 제작, 디지털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 디지털시네마 관련해서는 영화 <마음이> 등 그 외로도 크고 작은 다수의 프로젝트를 산업계, 학계와 연계하여 활발히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 규모가 20명~30명까지로 확대되었고, 이후 실용화 기업으로 현재 ㈜매크로그래프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liceon: ‘디지털 액터’라는 분야는 어떻게 시작된 것이었나요.
당시 ‘디지털액터팀’이란 이름은 컴퓨터그래픽 관련한 연구/기술자의 어쩌면 궁극의 목표로서의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었지, 반드시 디지털액터 관련한 기술만 연구/개발하는 팀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홀로 스스로 존재할 수 없듯이, 디지털액터도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디지털액터를 구현하는 데에 수반되는 각종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디지털영상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ETRI라는 엔지니어적 성격과 정부적인 성격은 아무래도 기술의 표준화와 자동화, 첨단 선도기술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시장과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굳이 말하자면) 품질의 고급화와 기반기술, 혹은 첨단 응용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둘 사이의 큰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었고, 디지털액터 관련 기술연구/개발은 당시 시장의 절실한 요구가 있어서였다기 보다는 향후(5년~10년 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정부차원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 예상이 최근 영화 <아바타> 로 제기된 이슈들로 인해 적절한 방향이었다는 증명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추진의 기술개발사업 방향성과 당면한 시장의 요구사항 간의 큰 간격을 메우기엔 여전히 그 한계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노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책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CG/디지털영상 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기술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적용가능하고 핵심적인 기술들이나 방안”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술은 반드시 본래 목적한 바 대로 산업에서 상용화되진 않기 때문에 당시 미완의 연구 혹은 기술마저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꽃을 피워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l ETRI 개발기술 항목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기술이전 사이트를 참조 : www.itec.re.kr

| 개발 진행되었던 기술 항목들 |
영상기반 모델링, 3D 스캐닝, 텍스쳐/질감/조명정보 소스 추출기술
영상기반/해부학적/립싱크 표정애니메이션 기술
영상기반/마커 모션캡쳐, 군중의 인공지능, 동역학기술
머리카락, 옷, 근육, 유체 등 시뮬레이션 기술
해상도 복원(Blow-Up) 기술
고품질/실시간 랜더링 기술
3D Previz – 3D 사전시각화작업/시네메틱 시뮬레이션 기술


aliceon: 분야가 분야이니만큼 기술자 디자이너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진행했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공유 베이스 구축과 이를 위한 활동 예컨대 교육 등에 대한 경험 말씀 부탁 드립니다.
본래 영화 분야가 그렇듯이, CG, 디지털애니메이션, 디지털영상 분야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의 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업무 수행방식을 하나의 목표나 비전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늘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노력하지만 또 여전히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공학기술자와 디자이너,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균형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학기술자와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게임회사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튼 당시 ETRI 스튜디오 상황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당시를 회고해보면, 공학 기술자와 디자이너, 예술가 사이에는 정말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 더러, 서로의 협업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 않는 한 업무 관련한 의사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원인들을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특히 눈에 띄는 원인으로는 첫째,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서로 다른 점. 둘째,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법/방법론이 서로 다른 점. 셋째 각자의 목표와 비전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들 수 있습니다.

aliceon: 구체적으로 교육은 어떠한 모습과 진행방향을 보였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ETRI의 내부 규정과 근무수칙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다행히도 다들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들이다 보니 내부의 프로그램(정기/수시 세미나, 워크숍 등)만이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특히 실무를 약간 벗어난 크리에이티브 워크숍 형식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발상법”을 함께 해보고, 또 실무에서는 직접적으로 “역할 바꾸기”와 같은 실험적인 업무가 시도되기도 했고, 한편으로 영화제작의 현장업무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공동의 목표에 대한 적극적인 동기가 부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가적으로 아래의 5가지 사항을 강조하기 위해서 스튜디오 10계명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1. 출근 후 퇴근 전 10분~30분 정도의 자유회의
2. 사전 제작설계와 리허설 필수
3. 선도적 시도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 부여
4. 이미지와 각종 시안을 통해 구상하고 회의하기
5. 서로를 확인해주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점차 서로의 애로사항과 서로의 필요사항 등을 이해하게 되었고 공동의 목표에 대한 열정과 의지도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처럼 서로 상이하다고 보이는 직군들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로 열정을 다하는 모습들을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던 행복했던 시간이었기에 그 후로도 여러 회사에서 혹은 프로젝트 단위에서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다시 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더군요.
사족이지만, 어쩌면 공학 기술자와 디자이너, 예술가의 공동의 목표와 비전은 단기적일 때만 명확하고 구체적일 뿐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직군 별 분업화된 협업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해당 업무에 부합할 수 있는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발굴/양성하는 것이 향후 미래산업을 준비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aliceon: 그리고 이 연구가 영화 중천과 연결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에서의 의의를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 기술미학포럼에서의 발표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디지털액터의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디지털액터 개발기술의 산업적인 의의를 찾기에는 조금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ETRI의 연구와 기술개발사업 추진 전부터 산업계에서는 ‘디지털액터’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지 않았을 뿐 필요에 따라 이 부문의 제작이나 기술개발들이 줄곧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경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무엇이 기술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부족했고, 때문에 체계적인 시도나 접근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 분야에 대한 산업 전반적인 관심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정부출연 국책연구소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먼저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재로 이를 산업계의 현장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제작 관련자와 기술자, CG디자이너가 몸소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점과 이를 체계적으로 접근/시도할 수 있었다는 점과 국내 누구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기에 전면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국내 디지털액터 관련 CG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에서 필요한 핵심기술 혹은 첨단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해당 산업을 육성하고 견인할 수 있다는 “IT식 성공모델(공식)”을 문화산업/콘텐츠/CG산업 혹은 영화산업에 곧바로 적용하여 그 근본적인 의의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 영화 <아바타> 로 제기되는 이 부문에 대한 필요이상의 의미 부여와 기대에 개인적으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필요이상의 의미 부여와 기대는 오히려 좋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영화산업/문화콘텐츠 산업에서의 기술 관련한 연구와 개발은 그 의의와 역할을 한정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영화계, 콘텐츠 산업 현황이나 그 전반에 흐르는 이 부문 기술에 대한 여전히 낮은 인식과 또 CG관련 제작스튜디오들의 실질적인 체질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명확한 한계가 그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aliceon: 최근까지 영상관련 CG 책임자로 활동하셨습니다.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진행흐름은 어떠한가요.
먼저, 국내 CG는 전체적으로 봐도 세부적으로 봐도, 국제경쟁 속에서 기술적인 열세, 언어적/문화적 열세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기능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약간 우위에 있을 뿐이며, 이제부터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처럼 매우 제한적인 시장 속에서 오랫동안 도전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 “문제해결 능력”과 “전략적 방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약간의 기능적 우위와 경제적 우위는 전략적이고 선택/집중적인 기술개발과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디자인 혹은 설계능력)이 만날 때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나치게 기술만능적인 방안들로만 강구되거나, 불명확한 기술을 가면으로 쓰고서 도리어 기능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측면으로 강화되고 있고,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과 전략적 방안(디자인 혹은 설계능력)이 간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우위도 점차 잃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때, 자괴감마저 드는 게 요즘입니다.
더구나, 그동안 지겨울 만큼의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아직 산업 안팎으로 인정할 만한 제대로 된 성공사례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에, 성공사례가 없으니 잘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고, 또 그 많은 잘못/실수도 서로 공유가 안 되서 이에 대한 교훈도 얻지 못하고, 여전히 반복되거나 새롭게 도출된 듯한 시행착오에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때는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제가 주장해온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이자면,

1. 거창한 예술적 감성이나 거창한 공학적 기술이 절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자인적인(전략적인) 사고가 좀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 컴퓨터그래픽 종사자들의 문제: 디자이너가 되지 못한 기능자, 엔지니어가 되지 못한 기술자
2. 새롭고 도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전에, 그동안 시장에서 발생한 수많은 시행착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교훈을 먼저 얻고 하셨으면 - CG관련 경영자의 문제
3. 돈이 없어서 기술개발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못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나 의지, 동반자 의식이 없어서는 아닌지? - 현재 국내 영화제작가들의 문제: 기술개발은 반드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어쩌면 새로운 제작방안 모색이라는 선택의 문제일 수도
4. 한편으로는 제작기술이 없어서 영화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절대적인 자본)이 없어서 영화를 못 만드는 현재 국내 영화산업의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함 – 영상 자본의 절대적인 부족현상, 영화산업/문화산업에서 기술개발 이슈가 상대적으로 뒷전일 수 밖에 없는 상황
5. 다수의 작은 성공보다 큰 한방이 산업에서는 중요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다수의 작은 성공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큰 한방의 문제는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도출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지?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지 않기를 – 국내 정부정책의 문제
6. 빵도 없고, 꿈도 없고, 작은 자유만 남아있는 상황 – 총체적 난국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디지털애니메이션은 창조적인 작업들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노동집약적이고 기능적인 작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영화 VFX산업은 여타의 국내 영화제작분야들이 처한 상황처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 찾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야 모두 해외판로 개척이 관건이라고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과 준비태세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보입니다. 또한 기술관련 연구개발은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추진 R&D정책이 혁신에 가까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선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어쩌면 정부차원의 기술추진 개발, 혹은 중소기업 단위의 기술개발로는 현재 계속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는 데에 한계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컴퓨터그래픽 기술이나 3D입체 관련 기술들의 국내 현황을 볼 때는 오히려 이 분야가 모기업의 주요사업과 관련되어 있거나, 이 분야에 중장기적으로 관심 있는 대기업들의 진입과 진출에 유일한 희망을 걸어보는 입장입니다.

aliceon: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커머셜 분야와 흔히 말하는 미디어 '아트' 분야는 서로 차별점을 보이면서도 겹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관계와 각 분야간의 강점, 그리고 연계지점이 있다면 어떠한 점이 있을지 생각하시는 바를 듣고 싶습니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의 위기처럼 나날이 새롭게 쏟아지는 기술과 기술의 빠른 진보 속도에 오히려 예술적 상상력/감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이번 영화 <아바타> 의 열풍도 그러한 맥락에서 예외적인 첫 사례였고, 때문에 대중에게 더욱 각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오랜 전통 속에서 한동안 큰 형식적인 변화를 가지지 않았던 (물론 조금씩 진화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매체일 수 있는 영화가 그리고 극장이 시도한 조금 다른 형식의 변화는 대중들에게 큰 체감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여전히 예술은 예술만이 지향하는 순수 목적성이 있겠지만, 적어도 대중예술로서, 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영화나, 미디어 아트와 같이 뉴미디어와 디지털기술을 예술활동을 위한 적극적인 도구로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예술과 기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기에 현재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의 속도를 예술적 상상력 혹은 감성, 감각이 따라잡아서 관객 혹은 감상자에게 새로운 체험과 감동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 고도화된 영화는 점차 할 수 있는 한 많은 대중에게 빠르게 소비될 수 있도록 컨셉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미디어 아트는 할 수 있는 한 감상자의 능동적인 해석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 컨셉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들의 공통점이자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분야들 간의 연계지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른 측면으로 당면한 문제가 워낙 커서, 새로운 대안이나 시도, 기술적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고, 이에 반해 광고(그 중 특히 BTL광고: Blow the Line)나 전시영상, 뉴미디어산업에서는 시청각을 넘어선 더욱 강력해진 소구 방법으로서, 혹은 새로운 마케팅 툴로서 미디어아트 분야와 여기서 행해지는 시도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문에서 빠르게 접목되어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aliceon: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먼저 뜨거워진 머리와 마음을 식히면서 그동안 일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고, 그동안 현실적인 이유로 미뤄왔던 장편영화의 첫 번째 시나리오에 열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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