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니페스트는 국내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한곳에 모이는 영화제로서, 독립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매년 열리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로 8번째를 맞아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번 행사의 폐막식에서는 예년처럼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작품들이 상영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에는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이름의 상이 신설되었다. 이름 하여 '초록이상'. 상과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초록이'라는 이름의 출처는 한국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초록이'의 이름이다. 이 상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이 인디애니페스트 측에 제안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대중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가능성 있는 신인 감독 발굴하기 위해 만든 이 상은 앞으로 최소 5년 동안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글, 사진│ 박재옥 애니메이션 감독( okyi98@naver.com)

마당을 나온 암탉의 '초록이'는 꿈과 자유를 향해 비상하는 청둥오리이다. 초록이상은 '초록이'의 캐릭터처럼 도전하는 젊은이의 열정과 패기를 상징한다. 이러한 의미에 맞게 초록이상은 대학 졸업 후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이어야 한다는 수상 요건을 갖고 있다. 제1회 초록이상의 영광은 '연인의 방'이라는 작품으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첫 상영을 하게 된 전용석 감독이 차지했다.

전용석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으로서 '연인의 방'은 입학과 동시에 구상에 들어간 1차 실습작품이다. 학교 과제물인 탓에 ‘스탑모션’이라는 제한된 기법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스토리를 구상하게 되면서 전용석 감독은 기울어지는 방의 모티브를 사용하게 된다. 방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기울이는 트릭을 통해서 기울어진 방의 효과를 구현해내는 등 기법과 아이디어를 적절히 매치시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헤어짐을 앞둔 연인이 방에 있다. 이미 기분이 상한 여자를 남자가 달래주려 하지만 남자의 노력은 문제를 더 키우기만 한다. 그리고 여자의 마음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연인이 있는 방은 더 기울기 시작한다. 그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액자 속의 사진들도 따라서 기울어진다. 그리고 점점 방은 극단적으로 기울게 된다.

'스탑모션'이라는 기법을 사용한 연인의 방은 2D 애니메이션 작업만 해온 전용석 감독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철사를 꼬아 만든 뼈대에 스컬피, 클레이 같은 점토 재료를 사용해 피부를 만들고 천이나 기타 재료를 사용해 옷을 입힌다. 스컬피는 굳으면 딱딱해지는 반면 클레이는 점성이 있는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관절 부분에는 피부에 사용된 스컬피와 같은 색의 클레이를 사용해 움직이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다.

눈의 움직임은 피부 안에 눈알이 그려진 진주 구슬을 박아 넣어 이쑤시개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고 한다. 입 모양은 보통 여러 벌의 입을 점토로 만들어 바꿔 끼우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전용석 감독은 여러 벌 제작된 입모양을 각각 촬영하여 디지털로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렇게 인형 만들기와 세트제작에 두 달 반 정도 걸린 이 작품은 한 장, 한 장 촬영하는 고된 애니메이팅 작업을 통해 비로소 살아 움직이게 된다.

오성윤 감독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감독이 작품을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었다고 한다.

현재 10분 분량의 졸업 작품 '달리는 남자'를 제작하고 있는 전용석 감독. 올해가 가기 전에 전용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본인에게 익숙한 방식인 2D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하니 훨씬 노련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첫 비행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친 전용석 감독이 내년 인디애니페스트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