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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초기 작가주의 실험 애니메이션 (Experimental Animation)

2001-11-29

1.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 실험정신

국내의 애니메이션은 현재의 대중문화의 한 축에 편입되어 상업 애니메이션의 한 장르인 만화영화“Cartoon animation"만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장르의 발전과 역사를 만화 뿐 아니라 영화, 디자인, 회화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심도 있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찰하지 못하고 놓친 점이 있다고 생각되어 진다. 이런 점은 애니메이션관련 많은 이론서적 속에 애니메이션의 기원 또는 어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상업애니메이션의 시작인 디즈니까지 이야기가 거론되지만,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게된 그 배경에 대한 역사와 발전의 기폭이 되었던 역사적 배경은 많이 논의 되고있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연재를 풀러가고자 한다.

이번 첫 번째 연재에서는 이러한 점에서 작가주의 태동을 알리는 오스카 피싱어(Oskar Fischinger)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오스카 피싱어는 192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이 당시 유럽은 1914년 시작되었던 세계 제 1차 대전 이후 전쟁에 대한 피해에 의해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는 허무감과 허탈감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이 당시 젊은 예술가들은 아카데믹한 전통을 고수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단절과 전통적인 미적 형식을 거부하게 되면서 1916년 스위스 쮜리히에서 시작된 "다다(Dada)"의 영향을 받아, 기존의 예술을 부정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혁명 즉 아방가르드의 도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919년 그로피우스에 의해 시작되었던 디자인 운동이 바우하우스(Bauhaus)중심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시기가 비슷한 점에서 예술계 전반에 젊은 예술가들에 의한 전위적이고도 실험적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였다. 또한 이 당시 기계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젊은예술가들은 영화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이 갖게 되었는데, 베그르송(Bergson)에 의한 움직임에 대한 시간개념과 더불어 영화의 형식이 발전된 후에 예술가들은 새롭게 시간의 예술인 영상이란 매체에 대하여 접근하기 시작하였고 “시간의 연속성 속에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표현”이라는 매력적인 요소에 흥미를 갖고 접근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당시 오스카 피싱어도 엔지니어로써 직업을 갖은 그가 이러한 영향을 받아 실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다. 오스카 피싱어는 주로 현실적인 재현의 작업과 동떨어진 심리적 내면의 상태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 그의 초기 습작으로 술 취한 사람이 집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을 애니메이션화 했는데, 술 취한 상태의 내면과 심리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림1> 초기 오스카 피싱어는 사람의 내면 심리 또는 그 심리적 표현에 대하여 심취하였는데, 당시 표현주의자이자 구성주의자인 칸딘스키의 저서(점, 선, 면Punkt und Linie zu Flache,1926)에서 제안된 음악과 조형 요소의

상관이론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영상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각적 구성이라는 형식을 갖고 새롭게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오스카 피싱어는 일련의 연작 씨리즈인 스터디(Study 1921-1931) <그림2> 에서 칸딘스키의 초기 추상미술의 원형적 조형이론을 시간의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칸딘스키의 공감각적 경험과 지식을 종합한 음향이나 도형의 기하학적 구성과의 관계, 상징, 의미 등을 포괄하고, 평면적인 화면의 구성을 하던 칸틴스키를 뛰어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음악과 영상화면의 시각적 구성을 하고 있다. 피싱어의 시간에 따른 움직이는 영상 화면의 구성은 칸딘스키가

추구하던 내면의 기초적인 조형의 원리와 음악에 대한 화성구조를 심리적인 조형 표현과정과 비슷한 것으로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음악과 영상화면의 구성을 움직임으로 재현하였다는 것 차체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피싱어의 “스터디”의 초기 작품은 주로 흑백을 작품들인데, 당시 필름이 흑백으로 인화되는 기술적인 관계로 인하여 그의 초기작품들은 흑백 작품들이 대 다수이다. 이 당시 그의 작품 특징은 음악에서 표현되는 변주처럼 그의 작품에서도 변화를 이루고 음악의 템포에 따라 화면의 움직이는 도형의 변화와 화면의 구성을 특징적으로 볼 수 있다.

1930년대 초 유럽에 컬러필름이 도입되면서 피싱어는 드디어 색채까지도 실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제작한 원(Circles 1933), 알레그레토(Allegretto 1936)등(그림3, 4) 일련의 작품 속에는 색채와 더불어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칸딘스키의 색채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색채의 모든 요소와 잠재력, 가령 색채가 언어보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각언어임을 색의 변화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형태와 색채의 정확한 상응 개념도 삼각형은 노랑, 정사각형은 빨강, 원은 파랑 등 색의 원색에 가깝게 표현되어 색채와 형태의 혼합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화면의 구성도 카딘스키의 전체의 구성에서도 적용되는 수평적 구성은 차감과 수직적 구성은 따뜻하다는 식의 법칙처럼, 영상화면의 구성을 수직과 수평 원을 통하여 시간적 화면을 조형적으로 분할 구성하고 있고 시각적인 조화 및 부조화를 창조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후 제작되어진 피싱어의 작품들은 유럽에서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작업한 것으로, 상업적인 광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유럽의 예술성과 미국의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 받은 새로운 매체인 TV만남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그의 작품의 구성형식은 새로운 TV매체를 통하여 대중의 영상미학으로 발전시켜왔다.

오스카 피싱어의 작품은 현재 현란한 영상형식이나 디즈니, 저팬 애니메이션 문법에 익숙한 우리들이 본다면 매우 지루해 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제작 하고자 하거나 또는 영상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필히 보아서 연구할 만한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수학을 공부하려면 구구단을 기초적으로 외우지 않으면 수학공식을 풀지 못 하는 것처럼...


주)
다다: '아무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전통적인 가치와 형식을 무시하였다.
베그르송(Bergson): 시간은 진행시간 (duration)의 지속적인 흐름인 동적 과정이라고 주장
했다. 프랑스 철학자로 시간의 문제점, 자유의지, 인간의 실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영상미술, 법문사, Herbert Zetl 저, 256p.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 한나래, 김준양저, 2001,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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