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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시작

2002-02-07

현재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란 어떠한 개념으로 이야기되고 관련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Analog와 Digital과의 차이점을 그것도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분류할 수 있고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점의 해결은 애니메이션의 사적 흐름을 더듬어보면 구별될까? 아니면 개별의 한 작가를 분석하여 되짚어 보면 알 수 있을까? 이러 저러한 의문점들을 풀고자 먼저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사적 정의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시작은 예술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없고, 전자 공학에서부터 창작되어진 것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컴퓨터는 공대에서 발명되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산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전자공학에서 예술적으로 승화되어 애니메이션 영역이 함께 하는 시도가 일어났다. 이러한 시도는 1960년대 컴퓨터가 등장한지 얼마 안되어 미국의 컴퓨터애니메이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존 휘트니(John Whitney)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아날로그 컴퓨터로 제작한 실험애니메이션과 TV타이틀, 광고 등에서 나타났다. 존 휘트니는 1940년대 의사(quasi)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들었고 '추상화'와 '시각적 디자인' 또는 '모션 디자인'을 통하여 모션의 알고리즘을 ‘점(a dot)’을 이용하여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선을 통한 '공간의 디자인'을 프로그램화 시켰다. 이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속의 형태와 형식간의 예상치 못하게 발견되는 관계들과 아날로그적 움직임의 표현을 컴퓨터에서 모방한 것으로 ‘미리 시각화된(pre-visualizerd)’측면을 강조한 것이다.(주1)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존 휘트니, 제임스 휘트니(James Whitney)등의 이러한 실험적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업은 계속 되었다. 이러한 초기 작품들의 방향은 이후에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우선 존 휘트니 중심의 실험 작업들은 컴퓨터가 이미지를 생성 해내는 작업들로서, 우선 선행될 것이 프로그램 중심의 작업이 먼저 있은 후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모션 디자인 형태(점자 형태의 다양한 무늬와 반복적인 패턴)로 조합되어 재현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이후 3D애니메이션(주2) 이 나타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현재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고 지칭되는 3D애니메이션의 모태가 된 것이 바로 존 휘트니의 작업의 개념 속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주1) 애니마톨로지@, 폴 웰스 저, 한창완, 김세훈 옮김, 한울, 2001, pp66-67.
주2) 3D애니메이션이란: 컴퓨터 안에서 제작된 것으로 가상의 X축, Y축, Z축을 통하여 입체공간을

주2) 만들고 그 공간에서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을 지칭함.

하지만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면 3D애니메이션만이 전부가 될 수 없듯이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그 보다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나눠 볼 수 있을까?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생성 이미지(computer generated image)’(주3) 즉 컴퓨터가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즉 기계적인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공학적인 접근법과 가상의 공간 또는 툴 안에서만 제작되어지고 재현되는 것이라 제작 틀에 한계를 같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터 중심의 작업이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게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토이 스토리’의 제작에서 제작 프로그램 개발은 3D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엔지니어와 애니메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함께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처럼 엔지니어의 영역과 애니메이터의 영역 또는 엔지니어와 예술가의 영역이 구분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컴퓨터가 이미지를 생성 해내는 영역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 또는 2D의 영역까지도 포함이 되어야하는데, 이러한 2D의 영역을 접근 한 작가가 피터 폴디스(Peter Foldes)이다. 이 작가는 초기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1970년대 초 그래픽 애니메이션에 적용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피터 폴디스는 헝거리 태생의 애니메이션 작가로 그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은 ‘메타데이타(Metadata, 1971)’란 작품과 ‘굶주림(Hunger, 1973)’이라는 2편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은 앞서 언급한 컴퓨터의 조합에 의해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존 휘트니의 작업처럼 모션의 디자인을 통한 프로그램에 의한 이미지의 재현보다는 핸드 드로잉을 통한 아날로그 이미지를 디지털화시키는 작업을 통하여 컴퓨터가 시스템 내에서 처리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은 존 휘트니의 작품과 차별되는 현재의 2D디지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이 작품들은 컴퓨터 속의 가상공간 툴 안에서 수학적 조합에 의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창작적 위치의 컴퓨터가 아니라, 아날로그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도구로서의 컴퓨터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폴디스는 1946년 22세의 젊은 나이로 회화 공부를 시작하여 1949년 영국의 하노버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정도로 회화 전공에 몰두하였다. 하지만 이후 아방가르드의 실험정신에 영향을 받아 애니메이션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고 애니메이션 작업에 흥미을 갖게 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 ‘애니메이션 창세기 (Animation Genesis)’는 다분히 표현주의적 작품으로 깐느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1954년 두 번째 작품인 ‘쇼트 비전(a Short Vision)’을 제작, 원자력 무기에 의해 파괴되는 세상을 비판적 시각으로 표현해 195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 이후 그는 10년 간 회화작업에 몰두하고, 이후 제작된 작품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작품들이다.(주4)

주3) 키노의 애니메이션 칼럼리스트 김준양씨 표현에 따른 단어임.
주4) 키노, “컴퓨터의 천지창조” 김준양, 1997, pp273.

폴 디스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그 작업이 회화작업과 동떨어진 작업이 아니라 같은 연장선상에서 시간에 의한 움직이는 회화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10년 간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작품의 완성에 비해 수작업의 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고작 2 - 3분 완성하는데 수 십장의 그림과 몇 달이란 시간을 투여해야만 하는 애니메이션제작 과정에서 그는 불만과 한계를 느꼈다. 그런 그가 컴퓨터에 의해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작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필자가 1970년대에 제작된 "굶주림"이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이미지 몰핑으로 애니메이션의 동화작업을 참 쉽게도 했구나”라고 쉽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애니메이션 사적으로 살펴보면서 필자는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대단히 기념비적인 작품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선 중심의 드로잉 작업을 몰핑의 과정을 통하여 동화를 생성해 내는 작업을 시도하였는데 드로잉된 선화는 매우 정밀하고, 리얼한 표현은 그의 드로잉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내러티브는 물욕, 성욕, 식욕의 세 가지 욕망을 표현한 것으로, 식욕과 성욕을 서로 병치시켜 후기산업사회의 발전과 자본주의 중심의 경제가치에 따른 소비 지향적인 삶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작품 초기에 다소 마른 주인공의 남자가 식사하기 위한 과정을 통하여 점차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 있음 암시하고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미니스커트의 여비서가 바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속옷만 입고 주문을 받다, 점차 성적 주문까지 당하게되는 식당 웨이트리스는 자본주의 물질 만능에 대한 비판을 가고 있다. 또한 작품 곳곳에 인물들이 하나의 상징적인 사물로 변형되는데 이는 대사 없이 음악만을 이용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렇게 사용된 소도구들은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사물만 지칭하는 것보다 상징화되어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다. 작품 후반부 점차 비대해지는 주인공은 자본주의 편집증적 팽창을 표현하듯이 괴물로 변모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기법 상 메타모포시스(변형기법)를 컴퓨터에 응용해서 사용하면서 풍요의 소수 지배계급과 대다수의 빈곤층과의 대립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후반부 주인공은 대 다수의 결핍자 들에게 하나의 먹이가 되고 마는 과정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여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가주관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자본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식욕에 비추어 표현한 수작이다. 이 작품은 깐느와 로스앤젤레스에서 13개상을 수상하였다.


필자가 서두에서 말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일까?’ 란 질문에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란 두 가지의 개념으로 나눠서 고민 해 보면 어떨까 한다.
하나는 컴퓨터 차체에서 생성되는 애니메이션으로, 이 부류는 존 휘트니가 기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컴퓨터로 생성되는 이미지이자 도구로서의 컴퓨터를 볼 수 있다. 이런 구분이 애매모호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프로그래밍 중심의 사고와 예술적 상상력의 차이처럼 엔지니어와 애니메이터와의 구별은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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