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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예술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뇌

2002-04-24

필자는 대학을 다니던 시절 “예술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무척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해답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살아있는 예술, 작가의 혼이 담긴 작가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을 할 것 이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 요즘 들어서 애니메이션작업을 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애니메이션에서 작가주의란 어떤 것일까? 작가주의라고 지칭되는 것은 자기만의 위안이 되는 것, 또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은 작품의 개성 또는 작품의 독특한 세계, 제작 기법등등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것은 작가 만의 작가정신 또는 예술혼 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들이 정치가나 혁명가가 아닌 예술이란 한 모퉁이에서 작가정신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라고 반문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이란 장르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해 부단히 자신의 작품 속에서 메시지를 담고자 하던 작가가 있다.

유럽의 애니메이션 작가의 작가정신이 불타는 라울 세비유(Raoul Servis)

유럽은 애니메이션의 사적 맥락에서 볼 때 실험 애니메이션 형식의 발생지로 유럽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구조 형식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새롭게 영상 형식에 도입하면서 기호적 의미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아방가르드의 영향에 의해 의미에 새로운 질서을 부여하며, 대항적 이데오르기 (주1)에 의한 형식적 실험과 내러티브의 다층 구조는 이야기 속의 숨은 의미를 찾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상기하면서 라울 세비유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쉽게 그의 의도 및 이야기 형식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화가이자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작자인 라울 세비유는 1928년 5월 1일 오스텐드에서 태어나, 1950년대에 벨기에 건트 아카데미(Gent Academy)에 있는 왕립 예술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마츄어 필름 메이커(Film Maker)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8mm '고양이 펠릭스(A Felix the Cat)'를 보며 애니메이션을 동경하게 되었고 결국 화가의 길보다는 그림을 한 플레임씩 그려서 움직이는 “움직이는 그림”에 매료되어 애니메이션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2D애니메이션의 형식적인 셀(sell) 기법을 벗어나 회화를 전공한 것을 되살려 수많은 기법실험을 사용하였다. 그와 같이 작업을 한 작가로는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와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헨리 스톡(Henri Stork)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형식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실험 애니메이션 영역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으로는 1959년 실험적인 작품으로 “해븐리취튼(Havenlichten)"를 만들어 1960년 벨기에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1963년 춥고 비정한 사회에서 버려진 가난하고 재능없는 거리의 악사를 표현한 장편 ”드 볼스노(De Valse Noot)를 완성하게 된다.
1965년 그를 국제무대에 데뷔시킨 작품으로 “크로모포비아(Chromophobia)"를 완성하였는데, 이 작품은 그 형식적인 면에서 미국의 UPA 제작 방식 (주2) 을 차용하여 제작하게 된다. 이 작품의 이야기 배경은 유럽의 세계 2차대전의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는점과 또 하나는 권력구조에 대항하는 창작자로써 예술의 기능을 상징적의미로 배치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재자로서 파시즘(검정색의 군단)과 그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어린아이가 키운 꽃에서 나온 적색의 월렌스피겔)을 상징하기도 하며 억압된 사회구조의 모순을 예술가의 창작적 상상력에 의해 회복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라울 세비유 특유의 화법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 한 작품으로 이 작품 이후 작품속에서 꾸준히 그가 담고 있는 주제로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기능으로 권력에 대항하는 예술가의 작가정신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그림1. 크로모포비아 중 검정색 군단
그림2. 크로모포비아 중 적색의 월렌스피겔
그림3. 크로모포비아 중 자유로운 색의 마을이 권력에 의해 제도화되고 있는 과정

이 작품의 내용은 검정색 군단이 자유로운 색의 마을로 들어와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규칙과 획일성을 강요하여 색의 자유로움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자유로운 다양성를 단순한 획일성으로 만들고 감시하고 통제 한다. 그러나 한 소녀가 키운 꽃은 빨간색을 갖게 되고 그 꽃이 밑거름이 되어 어릿광대 모습을 한 월렌스피겔(Tyl Uylenspiegel)이 군대를 무너뜨리고 그들의 마을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196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라울세비유을 국제 무대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알려지게 된 작품이다.

1968년에 제작한 “시레너(Sirene)는 제작기법은 일반적인 셀 제작 방식을 사용하였지만 캐릭터의 방식은 크로모피아의 작품과는 다르게 실비례의 일러스트적 선화를 사용하여 작품의 제작 형식은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메세지는 크로모포비아와 동일한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이야기구조는 배사공과 인어의 이뤄질수 없는 사랑의 구조와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철구조물들과 대립시키고 있으며, 주된 이야기의 배경인 바다를 둘러싸고 항구에 묶여있는 아름다운 배(자유로움 이상향을 상징)와 하늘을 뒤덥고 감시하고 있는 거대한 새(지배 권력의 상징), 낚시 허가증이 없이 몰레 낚시을 하는 가난한 어부와 낚시허가증명서를 발행하는 사회의 지배계급의 권력구조는 서로 간에 대립되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림1. 시레네 중 배사공과 인어의 사랑
그림2. 시레네 중 거대한 철 구조물
그림3. 시레네 중 바다에 묶여있는 배
그림4. 시레네 중 하늘을 뒤덮고 지상을 감시하는 새
그림5. 시레네 중 낚시 허가증없이 낚시하는 가난한 어부
그림6. 시레네 중 사회의 지배계급



작품의 내용은 크게 두가로 나뉘는데 그 하나는 가난한 어부가 낚시를 하던중 거대한구조물의 작업중(바다속에 숨겨놓은 폭탄을 끌어올리는 작업) 우연하게 끌려올라온 인어을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한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인어을 보고 동물원과 병원사이에서 서로간에 그 시체를 갖고자하고 급기야는 권력은 정의란 법의 칼로 인어의 시체를 두 토막내어 나눠갖게한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인어와 배사공의 사랑은 이야기이다. 배사공은 항구에 묶여 바다로 나가지 못 하는 뱃머리에서 구슬픈 피리를 연주한다. 인어는 배사공의 피리소리에 감동하여 배사공을 만지만 자신이 인어이기에 이뤄질수없는 사랑을 느낀다. 결국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서로 교차되어 구성되다 인어의 죽음으로 상징화되어 이야기가 끝나는데 인어의 시체을 표시한 바닥의 그림에 배사공의 그림자를 합쳐 그 둘은 하늘의 별이되어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이다.

(주1) 대항 이데오르기: 대항 이데오르기란 그 사회 전반에 구성된 지배적인 이데오르기(사회구조상 지배층의 통치 수단이 되는 일방적인 이데로기)에 저항하는 것으로 쉽게 예를 들자면 “소비자 고발센터”라는 기능은 상품의 일방적 수요자인 소비자 성향을 새롭게 각성시켜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자하는 운동형식을 통해 볼 수 있다
(주2) UPA: 미국의 애니메이션제작사 중 초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디즈니애니메이션에 대한 미학적 형식에 반대하여 새롭게 제작 형식을 추구한 제작사이다. 이 제작사는 주로 구성적인 도형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제작하고 배경은 평면적인 배경을 사용하였다. 또한 편집의 방식은 리미티드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이 편집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캐릭터 및 배경의 제작방식은 유럽의 작가주의 애니메이터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후 1969년 제작된 “골드프레임(Gold Frame)은 펜화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사회성이 약한 작품으로 그 작품의 주된 내용은 영화 제작자의 주문에 의해 최고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고된 과정을 조명에 의해 투영되는 그림자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복선으로 작품의 후반에 골든 플레임을 만들어낸 창작자는 그 창작물에 의해 생산되는 또다른 의미를 보면 조소한다. 결국 자기 자신은 그 창작물에 의해서 자신 또는 창작자가 없어지는 과정으로 결말을 짖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자본에 의해 길들여진 작가 또는 예술가가 그 사회성을 잃어 기능을 하지 못 하는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메세지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1970년 제작된 “투 스피크 오어 낫 투 스피크(To Speak or not to speak)"는 골든 플레임보다 더 강조된 사회 비판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해지는 메스컴을 다루고 있다. 이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주체의식을 갖기보다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객체가 되어버린 개개인들을 꼬집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메스컴이 대중들을 객체화 시키고, 수동적 입장에서 대중들을 수용자 입장으로 안주시키고 있다. 이렇게 종속된 대중들을 현혹하기 위해서 예술가는 예술이란 도구를 사용하여 문화라는 것을 권력에 복종시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후반에 대중이 그 사회의 권력에 의해 제단되어지고 그 권력은 예술가의 예술 형식을 이용하여 대중을 현실에 안주시키는 장면을 표현하면서 작가는 무언의 대중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권력은 그에 대항하는 예술가을 감옥에 넣고 기존의 예술 형식을 이용하지 않고 의미도 없는 낱말 맞추기 형식의 룰을 이용하여 강압적인 형식으로 그 사회를 제단하게 되고 그 동안 방관자 역할의 대중은 ”NO" 란 마직말에 말에 의해 강한 부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라울 세비유의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점이 만화 형식에서 차용한 것으로 말 풍선을 사용하여 각각의 개층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197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오퍼레이션 X-70(Operation X-70)"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 작품은 강대국간의 치열한 세력 확장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내용은 강대국이 새롭게 개발한 중독 가스는 그 대상이 죽거나 상처 입지는 않지만 혼수상태가 되거나 환각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 중독가스가 사용될 동남아 지역대신 실수로 우방국에 투하된다. 그 우방국 사람들은 돌연변인 천사가되고 이것을 확인하러간 군인들은 그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결국 군인들은 천사화된 주민들과 자신의 동료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경험하게되고 혼란에 빠진다.

결국 그 사회 지배계급은 그 돌연변이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군인들은 천사를 죽이게 된다. 이 작품 역시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혈맹관계의 동료조차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되면 과감히 없에 버리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실 비례를 사용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애니메이션의 형식적 실험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라울 세비유가 20세기초 플란더즈파 표현주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그가 개인적인 존경의 뜻을 표한 작품으로 1973년에 완성한 “페가수스(Pegasus, 1973)"가 있다.
이 작품은 늙어 퇴직한 한 제철공이 한적한 외딴 시골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가 그의 이상향인 페가수스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철로 된 말머리을 제작하게 된다. 그는 그 자신의 창작물을 자신의 자식처럼 돌보는데 어느날 그 말머리는 거대해지고 자기 증식을 통하여 고립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라울 세비유는 이 작품을 통하여 기계기술의 현대문명과 전통사이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통하여 그 역시 기계기술의 직업인 제철공이란 명제 하에 기술을 발전시켜 오다 오히려 그 기술에 밀려난 과정을 비유법적으로 보여 주면서 기계기술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대인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셀(cell)형식을 벗어나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채색과 일러스트적 캐릭터를 통하여 새로운 제작형식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칸느 영화제에서 단편으로 대상을 수상했던작품으로 1978년에 제작된 “하피아(Harpya, 1978)"는 픽셀레이션(Pixilation)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로만 맥러랜이 창시한 픽셀레이션기법과 라이브 액션(Live Action), 필름 편집을 통하여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주인공 오스카는 밤에 산책을 하다 비명소리를 듣고 찾아가 하피(주3) 를 구한다. 이 하피는 주인공 오스카의 집에서 살면서 오스카의 음식을 모두 빼앗아 먹게되고 결국 오스카는 너무 배고픈 나머지 하피 몰래 도망하려 하지만 하피에게 들켜 자신의 자유 마져 박탈 당하게 된다. 결국 오스카는 자신의 다리을 잃코 도망에 성공하여 음식을 먹는데 하피가 나타나 음식을 빼어먹게되고 결국 처음 자신이 발견 할때와 같이 하피를 죽이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의해 하피는 또 구출된다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하피를 통하여 정치 권력을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하피는 오스카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오스카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단계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오스카가 도망을 포기하고 클레식 음악을 들을 때 무반응이던 하피는 레코드 음반의 잡음에 반응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지배권력과 예술의 불일치를 표현하고 있다.

라울 세비유는 이 작품에서도 꾸준히 작가 자신이 고수하고 있는 대항적 예술의 기능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면은 모든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여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텍산드리아(Taxandra)"는 컴퓨터를 이용한 이미지 합성과 라이브 액션, 라울 세비유 특유의 픽실레이션을 통하여 제작되었다. 작품의 메시지 역시 그 작품에서 꾸준히 표현되고 있는 편견과 보수권력,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예술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 상영될 예정이다.

어찌보면 라울세비유는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 충고를 그 만의 독특한 방식인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찌됐든지 간에 라울 세비유는 주된 주제는 모순된 거대 권력과 그에 타협하는 예술가가 아닌 권력에 대항하여 자유와 정의를 암시하는 창작자 또는 폭로자로서의 예술의 기능 대립시켜 창작자들과 관객들에게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작가정신을 끊임없이 작품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FIN.


(주3) 하피: 얼굴과 몸은 여장모양이며 새의 날개와 발톱을 가진 탐욕스런 괴물로 그리스 신화에서 괴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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