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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진정한 울트라매니아를 위한 Evolution!

2003-08-07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이유가 어쨌든 존재의 이유라는 게 있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생명들도 그 존재의 이유를 가진 채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서.태.지.닷.컴
대중문화의 코드로까지 자리잡은 서태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이트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서태지닷컴의 리뉴얼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를 찾아가는 진화의 과정이다.
모든 생명의 진화는 환경적응이라는 명제 하에 진행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적응이라는 수동적인 진화는 인터넷상의 생명에게는 무의미한 발전일 것이다.
이번 리뉴얼이란 변태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서태지닷컴이라는 생명체의 세포 한 조각일 수도 있다.
그 세포 속 DNA에 서태지를 프로그램하고,
수천 수만…수억의 세포분열을 통한 새로운 개체로의 진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번 리뉴얼 작업은 이러한 물음과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서태지닷컴은 태생부터 단순한 팬 사이트가 아니다.
서태지 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 매니아들이 즐기고 활동할 수 있는 매니아 세상이다.
초기의 서태지닷컴이 우주를 컨셉으로 Planet T 가 중심이 된 무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새로운 시도와 컨테츠를 제공하였다면, 리뉴얼된 서태지닷컴은 진화하는 세포를 컨셉으로 하여 수천, 수만의 서태지가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서태지닷컴의 기획 컨셉은 서태지 정신을 가진 매니아들의 세상.
우선 서태지닷컴을 인터넷상의 생명체로 정의하고, 생명의 근원이라고 일컫는 아미노산을 모델로 하여 T-분자를 만들었다.
이는 서태지 정신과 매니아 문화의 연결고리와 서태지닷컴의 진화 코드를 나타냄과 동시에
서태지닷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되었다.
분자와 생명, 진화는 neo_Seotaiji.com의 기획의도와 맥을 같이하며, 리뉴얼의 비주얼 컨셉으로서 정의가 되었다.

3개월간의 기획을 마치고, 이제 디자인에 들어가야 한다.
작업기간은 2개월.
기획단계에서부터 무리라며 눈 치켜 올리고 무섭게 덤벼왔지만, 어쨌든 가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마감날짜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위태롭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머리 속에서 초침 소리가 들린다면 아무런 상상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뒷골 당기며 하는 작업의 결과는 항상 좋지 않다.
이때부터 은둔 생활에 접어들고 날짜에 대한 부담을 주는 이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하며, 밤낮없는 바쁜 작업에 들어갔다.

디자인의 순서는 프로그램적으로 제일 급한 사항부터 진행 되었다.
메신저와 메모 그리고 1:1 채팅은 서태지닷컴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연결 고리가 되는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서태지닷컴 여행 중 어느 곳에서든지 사용자가 원하면 열려야 하는 창이기 때문에 어떤 페이지와도 무난하게 어울려야 하고, 메신저를 통해 메모박스와 1:1 채팅을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세 디자인에서는 다른 듯하면서도 통일감을 주어야 했다.

기존의 웹 메신저나 메모 기능은 커뮤니티 포탈 사이트에서 주로 보이는 기능이다.
그래서 디자인도 그 사이트의 성격에 맞게 디자인 되어 있어 그래픽적이기 보단 테이블 디자인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태지닷컴은 커뮤니티 사이트도 아니고 포탈 사이트도 아니다.
어떤 기능을 구현하던지 아트사이트라는 생각을 잊지 않기로 했다.
메신저에서 주요 디자인 요소는 박스를 이루는 테두리를 어떻게 해줄 것 인가였다.
픽셀느낌의 귀여운 상자? 락적인 하드한 상자?
하지만 처음으로 떠오른 컨셉은 동화스런 기계느낌의 테두리였다. 그것이 직관인지 기존에 보아오던 것들에 대한 익숙함 인지는 모르겠다. (작업자는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테두리를 완성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재미있는 장식을 주고 싶었다. 플러그라든지, 간판, 우주선 등등 (이런 것을 통해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재미를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메모는 메신저와 함께 하기 때문에 메신저와 비슷한 느낌의 테두리와 청록의 색으로 바꾸어 작업을 했다.
버튼과 장식들도 두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서로 동일한 느낌이 들게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1:1 채팅 또한 메신저에서 접속되어 있는 친구와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창이므로 테두리와 칼라 장식 등등은 메신저와 같은 느낌으로 제작 되었다.

서태지닷컴은 1024*768 화면의 풀 사이즈 디자인으로 되어있는 구조이다.
채팅은 메모나 메신저처럼 조그맣게 새 창이 뜨는 구조가 아니고 전체 페이지 하나를 새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페이지의 디자인 컨셉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히, 가장 난해했던 것은 기존의 채팅 디자인과는 달라야 하고, 서태지닷컴의 다른 메뉴들이 대부분 아트적인 것을 감안할 때 채팅도 그런 느낌이 살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상자를 만들자”
항상 그렇지만 웹 디자인을 할 때 처음으로 젤 힘든 고민이 컨텐츠를 어떤 상자에 넣느냐이다.
우선 스토리보드에 기획 되어있는 넣어야 할 모든 것들을 캡쳐하여 조각 조각 자른 뒤 그 중요도와 유저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배치해봤다.
그리고 그 위에 상자를 그려보았다. 단순히 네모가 아닌 재미있는 상자를 만들고자 여러 번의 스케치가 있었다.
상자의 형태가 결정 된 다음에는 상자를 다듬고 텍스트들도 다시 넣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뭔가 부족했다.
상자 주변에 기존의 메신저와 쪽지에 썼던 장식들의 느낌으로 장식들을 넣고, 또 다른 새로운 장식으로 구성했다. 타이틀도 상자에 박혀있는 장식물처럼 제작하였다.
그래도 아직 뭔가 아쉽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를 작업하기로 결정!
캐릭터가 있고 없음은 디자인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준다. 채팅에서는 알콩달콩한 대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신저에서의 다소 우주스러운 느낌의 캐릭터를 살려 이곳에 그런 느낌의 캐릭터를 제작하였다.

서태지닷컴은 초기에 앞서 말한 Planet T를 모태로 제작되었고, Planet T는 유저가 행성여행을 하는 형식의 플래시 인터페이스이다.
그 이유에서인지 서태지닷컴은 사용자들에게 우주와 행성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이모티콘 아이콘의 컨셉도 이 우주적인 것으로 비롯되어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외계물 형태로 작업에 들어갔다.

상태를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서태지닷컴 리뉴얼 후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름 공모전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리온 – 오피 – 꼬마태지 – 도치 – 눈땡구리 – 단무지 – 퓨 – 달콩이 – 징징이 – (마이크양) – (자리비움) –(하트) – (선물) – (생일) – (식사중) – (통화중) – 츄릅 – 뉴콤

서태지닷컴을 사용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진행 되다 보면 사용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각종 자그마한 새 창들과 마주치게 된다.
메모가 도착하거나 사용자 정보를 보게 된다거나 채팅 신청이 온다거나 등등....
그런 의미에서 새 창의 디자인은 작지만 그렇다고 간과 할 수만은 없는 디자인이었다.
페이지에 타이틀과 텍스트만 있는 그런 새 창은 사용자도 그리 반갑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디자인과 상충되지 않게 하기 위해 메신저, 채팅, 메모에서 쓰인 디자인과 비슷한 분위기로 작업을 하였고, 타이틀에 캐릭터를 넣어서 재미감을 주었다.

매니아 클럽은 매니아들의 정보 공유 및 친목 등을 위한 커뮤니티이다.
기존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텍스트 위주의 페이지가 대부분인데, 과연 그러한 디자인이 서태지닷컴과 어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기존 것을 유지하되 달라야 한다. 그 것이 큰 숙제였다.

매니아클럽은 유일하게 외주를 주어 작업을 하였는데, 서태지닷컴이라는 이유에서인지 다소 어둡고 락적인 분위기의 시안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클럽은 주제가 락일 수도 있고, 클래식일 수도 있고, 피어싱이 될 수도 있고, 뜨게질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분위기와 서로 다른 문화의 집합 장소이기 때문에 서태지닷컴의 디자인 성격까지 강요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따라서 다양한 성격의 커뮤니티가 모여있는 특성상 밝고 경쾌한 디자인을 요구하였다..
밝고 잘 정돈되어 일반적일 수 있을 페이지에 아이콘이나 타이틀에 신경을 많이 써 더욱더 재미있고 색다른 느낌을 추구하였고, 역시 캐릭터를 사용함으로써 차별화된 커뮤니티 디자인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메인은 가장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페이지 전체가 그래픽 작업이기도 하지만, 메인은 서태지닷컴의 모든 이미지를 좌우한다. 일년 반만의 리뉴얼이라 매니아들의 기대감도 클 것이고, 작업자 또한 서태지닷컴만의 함축된 메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작업을 맨 나중으로 미룬 것은 제작 기간이 짧음도 있었겠지만 다른 페이지들을 제작하면서 메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생각하기 위함이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중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유전자, 생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깊숙이 박혔다.
그 무렵 뉴스에서 인간 유전자 복제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와서 유전자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번 컨셉은 서태지의 몸 속이다!!” “서태지를 해부해보자!!”
우선 과학 서적들을 찾아 분자, 유전자, 염색체, 세포 그 외 나노 기술로부터 볼 수 있는 인간 몸 속의 여러 가지 미세한 세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 때는 한참 메신저 대화명이 '과학 공부 중'으로 설정할 만큼 열심히 뒤져내고 찾아봤다.

여러 가지 자료 조사로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는 충분했다.
문제는 배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좀 색다른 느낌을 웹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아크릴, 젯소 캔버스 등이었다.
실로 간만의 수작업이었다.

젯소로 텍스쳐를 만들고, 그 위에 노란색 아크릴을 중심으로 색을 칠해갔다.
몸 속이긴 하지만 궂이 빨간색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노란색은 서태지 매니아들에게는 의미있는 색상이었다.

배경그림이 완성되고 스캔을 받아 포토샵에서 배경에 맞게 재 작업을 하고, 유전자와 세포모양을 그래픽으로 추가했다. 그리고 나서 플래시로 seotaiji 메뉴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메뉴들이 파생된 세포모양의 메뉴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위해 나노 세포와 기포의 움직임을 추가 하였다.

- seotaiji = 서태지의 정신. 매니아 문화의 근원이 되는 핵
- menu = seotaiji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현상. 세포.
- 유전자 = 그를 닮아가는 매니아들

많은 메시지들을 함축하는 디자인은 항상 재미나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실제로 사용자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의문이지만 메시지가 의도한대로든 아니든 좋은 해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서태지닷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팬 사이트로 인식되고 있다.
매니아들의 세상 밝은 미친 세상!
매니아들을 위한 인터넷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서태지닷컴의 바람을 담아
서태지 6집 울트라맨에서 힌트를 얻어 서태지닷컴의 포지셔닝 문구를 정하였다.

첫 번째 이벤트는 ELOLUTION 이라는 글자가 적힌 퍼즐 이미지를 회원들에게 메일로 ‘What do you want?’라는 제목으로 각각 1개씩 발송이 되었다.

첫 번째 이벤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암시를 주었다면, 두 번째 이벤트에서는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존재의 문제를 얘기하였다.
서태지닷컴 메인 화면에 ‘why are you here?’ 라는 물음과 함께 각각 ELOLUTION 이라는 단어의 철자가 하나씩 적혀 있는 공들이 자유 운동을 하게 하였다.
정해져 있는 순서대로 클릭하였을 경우 T-분자가 생성이 되면서, 서태지가 매니아들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채팅형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물론 매니아들이 모르는 하나의 힌트가 있긴 했지만 해답을 맞출 경우의 수가 362,880가지, 중복 허용까지 계산했을 때 3억8천 가지나 되는 로또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였다.
이것도 역시 예상을 깨고 2시간 만에 문제가 풀렸다.

세 번째 이벤트는 플래시 보드를 열어 서태지씨 컴백 1004일째 되는 날 새로운 서태지닷컴의 오픈이 된다는 것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개인별 1개씩의 메시지를 쓸 수 있게 하여 1004개가 모이면 오픈에 관한 메시지가 출력이 되게 하였고, 그 내용은 현재 Planet T안에 기념으로 게시하였다.

서태지닷컴의 리뉴얼 오픈은 되었지만 서태지닷컴이 추구하는 매니아들의 세상을 위해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성급하지 않게 그렇다고 늦지도 않게 리뉴얼 이후의 새로운 작업들이 지금도 하나씩 진행이 되고 있다.
서태지닷컴의 아트적인 요소와 기능적인 요소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진화해 나갈 것인지는 제작자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매니아들과 함께 진화를 이끌며 그들과 함께 이 즐거운 고민을 즐긴다면 ‘매니아들의 세상 밝은 미친 세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올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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