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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중국에서 만든 ‘짝퉁’ 사이트

2010-02-10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타임퀘이크』을 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고인이 되신 종조모 에마 보네거트가 중국인이 싫다고 하시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의 사위로 역시 고인이 된 커퓨트 스튜어트는 당신께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깨우쳐 주었다.

에디터 | 이안나(anlee@jungle.co.kr)

뜬금없이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속 문장을 빌려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e)을 똑같이 베낀 중국식 구글인 ‘구제’(Goojje, 谷姐)가 한동안 온라인의 도마 위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동영상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유투브(Youtube)’를 그대로 베낀 가짜 유투브 사이트(Youtubecn.com)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구제’는 오픈 소스의 검색엔진이 아니라 중국인 친구찾기 플랫폼이라고 말해야 하지만 이미 웹사이트의 첫 번째 페이지 디자인과 검색운용이 매우 흡사하다. 사용자들에게 성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현재 홈페이지를 잠정적으로 닫은 상태다. 그러나 ‘짝퉁 유투브’는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구제’와 가짜 유투브가 만들어진 데에도 그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다.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 사이트에서 티베트 라싸 폭동과 관련된 동영상이 오르면서 중국 당국이 접속을 아예 차단시켰기 때문이다. 티베트를 자국의 영토로 확장시키려는 중국으로서는 골치거리인 유투브 이기에 아예 대대적으로 막은 것이다. 알권리를 잃은 중국시민들을 위해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만든 ‘짝퉁’ 사이트는 중국 당국의 차단에 반대하는 일종의 대응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올바른 대응방법을 보이지는 않는다. 티베트나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사는 중국인의 생활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를 하지만, 디자인을 그대로 얹어 ‘구제’나 ‘짝퉁 유투브’를 만든 중국인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지닌 콘텐츠와 디자인에 대한 낮은 지식이 아쉽다. 물론 그보다 먼저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는 쪽은 저작권과 상표권을 검열하기 보다는 인터넷 정보 차단에만 열을 올린 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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