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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패러디카피, 생각을 넓혀보자

2004-02-11


지금 잠깐 창을 닫고 자주 방문하는 포털사이트에 접속해보십시오.


(갔다 오셨어요?)


어떻습니까? 사이트를 덮고 있는 수많은 배너들..
주로 TV개그프로의 유행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죠?
심지어는 한 화면에서 동일한 유행어를 쓰고 있는 두개의 배너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패러디’카피의 장점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관념을 이용하여 그것을 약간 비틀 때 독자 모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깊은 고민없이 쉽게 쓸 수 있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죠.

그런데, 너도나도 쓰는 ‘개그맨의 유행어를 패러디하는 패턴의 카피’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대세를 이루고 있을까요?
짐작하시는 그대로 이 기법이 클릭율이 다소 높기 때문입니다.
5-10%정도 클릭율이 높아진다는 실무자들의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광고의 성공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적합하고 적절한 기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데요.


첫째, 단기간의 클릭율을 높이기 위한 개그패러디 카피로 클릭율은 올라가겠지만, 과연 액션율-즉 효과까지 올라갈까요?
주목도에 해당하는 'eye catch'까지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실제 구매행동이나 목표된 행동으로 유도하고, 해당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mind catch', 즉 마음을 잡을 수가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듭니다.
눈을 잡고 마음을 못 잡는다면 결국 ‘광고를 위한 광고, 카피를 위한 카피’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둘째, 그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주위에서 개그맨의 유행어로 잘 웃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그건 바로 속한 조직 내에서 이 유행어를 ‘처음’흉내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낯설음이 바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죠.
개그맨의 유행어도 남보다 먼저 썼을 때는 약간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카피를 쓰고 있는 순간 이미 다른 브랜드에서 먼저 쓰고 있을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나중에 쓰면?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
뒷북이요 둥둥둥~뒷북이요 둥둥둥~이지요.


셋째, 브랜드이미지를 해치는 것은 아닐까요?
너도나도 흔하게 쓰는 기법이므로 해당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자산인 차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드립니다.
또 하나. 브랜드이미지가 이러한 유행어의 tone & manner에 일치하는가 의문이 듭니다.
웹카피가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기는 어려워도 망치기는 한순간이지요.

자, 결론내립니다.
개그맨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것은 엄밀히 패러디가 아닙니다.
개그맨의 유행어에 브랜드명을 얹은 것이지요.



패러디 카피를 쓸 때 조심할 점 하나 알려 드릴께요.
누구나 알고있는 보편적인 관념에 대한 패러디만이 의미가 있겠죠?
(우리 팀장님의 말투를 패러디 한다면...? ^^; )
즉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느냐의 문제! 꼭 체크하세요.


지금까지 ‘패러디’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개그프로의 유행어였다면, 그 시야를 조금 넓혀보시기 바랍니다.
선택의 폭을 넓힐 때 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피해갈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숨어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손쉽지만 효과가 의심스러운 개그패러디 카피를 타이핑하려는 그 손을 잠시만 멈추시고요.
제가 패러디형 카피 몇 가지를 제안해드리겠습니다
(쓰실 분은 쓰셔도 좋습니다. 제 글은 언제나 카피레프트입니다)


1.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시사, 정치적인 유행어

“백화점 가격의 1/10을 넘으면 사이트 폐쇄하겠습니다 ”
“행운을 차떼기로 받아가세요”


2. 히트중인, 혹은 잘 알려진 노래제목이나 가사

진정 아낄 줄 아는 당신이 챔피온입니다”


3. 히트중인, 혹은 잘 알려진 영화제목이나 영화카피

“해리포인트와 경품의 제왕”
“무엇을 상상하건, 그 2배를 받게 될 것이다”


4. 히트중인, 혹은 잘 알려진 공중파, 인쇄매체의 제품.서비스 카피

“작은 회사면 어때, 와서 크게 키워주세요 (구인광고)”


5. 히트중인, 혹은 잘 알려진 책제목이나 책의 카피

“아침 굶는 형 인간에게 바칩니다”


6. 신문기사를 흉내낸 패러디

스포츠신문사이트에서 이용하면 더욱 효과가 있겠죠?
스포츠신문을 패러디한 배너
* 이건 쓰시면 안됩니다! 저작권이 저에게 없습니다




7. 그리고, 아직 아무도 안쓴 것이 확실한 유행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80만에 육박한 이때..”


8. 그리고 다수의 인식 속에 있는 모든 것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시험문제, 토익문제, 노래방 자막, 비행기 안내방송, 시골 이장님의 방송, 스포츠 중계, TV토론, 이미 없어져 버린 대한뉴스, TV복권추첨프로그램, 반공포스터 등 우리모두에게 친근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비틀기, 혹은 패러디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개그맨의 유행어만을 패러디한다면, 그건 패러디를 두 번 죽이는 겁니다.
이제 그만 개그맨 유행어를 놓아달라고...




P.S : 글을 다 쓰고 매거진정글 담당기자에게 원고를 보내려고 메일함을 열어본 순간,
이런 메일 제목이 있군요. 좋습니다...졌습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며칠 앞둔 이 시점과
최근 유행하는 영화제목이 멋지게 어우러졌군요.
메일 제목은?
“초콜렛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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